[손영욱의 철강, 오늘과 내일] 일본제철 US스틸 인수 배경과 한국에의 영향
지난 6월 13일, 미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제철이 미 연방 정부의 ‘국가 안보 협정’을 준수할 경우 US스틸에 대해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US스틸과 일본제철은 공동성명을 통해 파트너십 체결 사실을 알리고 일본제철이 2028년까지 약 110억달러(약 15조1,700억원)규모의 신규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함께 밝혔다. 단, 이러한 파트너십 체결 이면에는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 이익이 침해된다고 판단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Golden Share)’를 미국 측에 부여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과정을 살펴보면 그리 순탄하지 않은 시간들을 보냈다. 지난 2023년 12월 일본제철이 US스틸을 149억달러(약 20조5,40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2024년 1월에 바이든 정부와 노조, 정치권의 반대에 직면해 인수 일정이 지연된 바가 있다. 이후 2025년 1월 바이든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행정명령을 통해 인수 거부의사를 밝혔으나, 지난 5월 새로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인수 승인 발표를 하고 이후 일본제철에서 인수 외에 제철소 건립 등 140억달러 추가 투자 계획과 미국 측에 황금주를 부여하는 등의 추가 합의 후에 전격적으로 지난 6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함으로써 최종 승인이 결정되었다.
US스틸은 연간 조강 생산능력이 약 1,575만톤이며, 세계 27위(미국 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보유설비로는 8개의 고로와 3개의 전기로를 갖추고 있고, 미네소타주에 철광석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빅딜로 인해 일본제철은 세계 3위권의 철강사로 부상하게 되었다. 그러면 이번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합병의 추진 배경과 이로 인해 향후 한국 철강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합병 추진 배경을 살펴보면 일본 내 철강수요 감소(인구감소와 직간접 수출의 어려움 가중), 저가 중국산 수입재 증가로 중장기적으로 강재 마진 축소 등 일본 내수의 위축이 예상되기 때문에 에너지 분야 등 철강(특히 고급강) 수요 확대가 기대되는 해외시장 확보의 필요성 증가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배경으로는 일본의 자원 확보와 탄소중립 추진전략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제철이 눈독을 들인 것은 US스틸이 보유하고 있는 철광석 광산(미네소타주)이 아닐까 싶다. US스틸이 이곳에서 채굴한 철광석으로 펠릿을 만들어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데 펠릿은 수소환원제철에서 중요한 소재로 사용되기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US스틸이 지난 2021년도에 전기로업체인 빅리버스틸을 인수했는데 이 전기로사의 경우 사용 전력의 약 75%를 태양광과 원자력 발전으로부터 공급받아 고장력강을 생산하고 있다. 이 부분 역시 US스틸 인수를 통해서 짧은 기간에 고부가가치 저탄소 철강제품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대체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제철이 US스틸 인수에 사활을 건 이유가 이러한 추진 배경과 숨겨진 이면의 목적들을 들여다보면 조금은 이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들이 왜 저렇게 외형적으로 보기엔 미국에 황금주를 주면서까지 무리하다 싶은 거액의 투자금액을 들여서라도 추진하려고 했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탄소중립 추진을 위해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 등에 직접적으로 들여야 할 천문학적인 투자금액과 단기간 기술개발 성공 가능성 등과 비교해본다면 현재 발표된 투자금액이 과연 크게만 보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면 앞으로 한국 철강사와의 시장경쟁은 과연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고민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필자의 생각은 단기적으로 미국 시장 내에서 시장경쟁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충분히 미국 시장 내에서 시장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의 경우, 현대제철이 POSCO와 함께 미국 루지애나주에 58억달러를 투자해서 2029년까지 연간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하는 것으로 발표하였다. 현대/기아차 미국 현지 생산 공장과의 시너지를 통해 관세 장벽을 우회하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제철소를 짓고 가동하기까지는 적어도 4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최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로 인해 한국 철강사 입장에서는 갑자기 마음이 바빠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물론 일본제철도 US스틸 인수 후에 설비개선, 추가 설비투자, 제품개발, 인력 재배치 등으로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정상화까지는 적어도 2~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미 US스틸이 미국 내 판매기반과 생산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세팅 기간이 더 단축될 수도 있어 한국 입장에서는 서두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쨌든 이번 인수과정에서 미국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준 황금주라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미국에게 주어진 만큼 인수 후 설비 합리화, 인력 재배치 등의 과정에서 미국과의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계획대로 빠르게 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의문을 가지고는 있다. 하지만 어쨌든 지금 시점에서 한국 철강사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각각의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만들어가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이번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결정은 향후 미국 내에서 자동차 시장에 이어 철강 시장까지 한국과 일본 간의 본격적인 시장경쟁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