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칼럼] 위기의 철강산업,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2025-05-14     정하영

최근 OECD가 한국의 잠재성장률 전망치를 2026년 기준 1.98%로 낮추었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드디어 1%대로 추락한 것이다.

잠재GDP성장률은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모두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이다.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기초 체력’과 같은 의미다.

약 10년 전인 2017년 3.00%로 미국의 2.32%를 훌쩍 앞섰던 우리의 잠재성장률은 이제 미국의 2.26%에도 미치지 못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경쟁력 약화와 성장 정체의 시그널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경제와 산업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철강산업도 이로 인한 위축, 철강 수요 둔화의 벽에 직면해 있다. 일본 철강업계가 수년전 국내 생산 1억톤을 포기하고 해외 진출로 중장기 전략을 대폭 수정한 것도 인구절벽이 주된 이유였다.

세계 철강 생산과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공룡 중국이 공급과잉으로 수출을 늘린 것이 세계 철강업계를 모두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인접한 우리의 경우 더욱 그 영향이 큰 것은 물론이다. 최근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무차별적인 관세 부과 역시 수출 주력인 우리에게는 더욱 아픈 일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의 변화, 특히 질적 성장은 우리의 생존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선 산업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간데 이어 실질적으로 철강 산업도 양적으로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점차 우리를 앞서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쉽사리 쫓아오기 어렵다던 컬러강판, 특수강 부문에서도 중국산이 품질도 괜찮고 가격까지 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패널, 자동차부품 등 수요가들이 먼저 중국산을 사용하는 대신 가격을 낮춰달라는 요구가 적지 않다는 소식까지 들리고 있다.

정부 주도의 중국은 내년부터 시작될 제 15차 5개년 계획에서 본격적으로 양적 성장에서 질적 고도화로 전략을 전환하기 위해 이미 준비를 시작했다. 노후 및 비효율 생산설비의 조기 폐기, 인수합병(M&A) 촉진, 대형 철강기업 집중화, 해외시장 개척 및 생산능력 해외이전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의 질적 성장은 그동안 ‘상호보완적’이었던 한중일 철강산업 관계를 ‘삼각경쟁 심화 상태’로 바꾸어 놓을 것이 확실하다.

한국경제가 수출 고용 내수 3중고 속에 저성장 쇼크의 그림자에 잠기고 있지만 정부는 시장에 내맡긴 채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이 날카롭다. 미국과 일본이 정부 주도로 산업재편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과 비교가 된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 철강 산업의 4대 어젠다는 탄소중립, 원료 공급망 불안, 구조조정 및 재편 움직임, 디지털전환(DX) 및 AI 융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제들은 우리 철강업계의 대응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또 이를 주도하고 이끌어갈 구심점을 필요로 한다. 정부가 그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현재 산업부가 주축이 돼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 TF’를 출범, 운용하고 있다. TF는 단기적으로 통상 현안에 민관이 협업에 대응하는 플랫폼 역할, 장기적으로는 철강산업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의 역할과 결과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끌었던 철강산업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가 아닐까 생각되기 때문이다.

약 10년 전 유수의 유럽 철강업체들이 더 이상 철강을 주력으로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유럽이 주도하는 탄소중립에 대응해 온실가스 다배출산업인 철강부문을 줄이고 기계설비 등 고부가가치업종에 주력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결과적으로 제조경쟁력이 약화되었고 지금은 다시 철강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리고 있다.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혁신 공정 개발과 상용화를 통해 철강 산업을 변화시키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철강 산업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모든 산업의 근간이다. 철강이 곧 국가라고 주장하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 대한민국을 이끌었던 철강산업이 현재의 위기 국면을 돌파하고 다시 우뚝 설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