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동국제강, 당진공장 고부가 후판 생산 확대…'스틸샵'서 활로
연간 150만 톤 후판 생산기지…클래드 및 5mm 후판 국내 시장 스틸샵 안착…동국 후판 판매 중 10% 차지 1~3주납 수요↑…KS 정척 재고품 도입 활황 ‘도화선’ 스틸샵 고객 674곳→2472곳 4배 급증…신규 비중 80% 후판 단기납 서비스 공급량 확대 및 강종 추가 검토 중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보강근(GFRP) 제품 스틸샵 런칭
동국제강이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 중국산 후판 잠정관세 부과 이후 늘어난 국산 후판 수요에 대응하는 한편, 철강 전자상거래 플랫폼 스틸샵을 통해 판매처를 다변화하겠다는 목표다. 5mm 박물 후판 및 클래드 후판 등 고부가 강종의 구색도 넓히면서 본격적인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본지는 지난 24일 동국제강의 후판 생산기지인 당진공장을 방문했다. 이날 당진공장장인 박병규 이사와 만나 스틸샵 출범 이후 후판 판매 변화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이후에는 ‘제2회 스틸샵 파트너스데이’를 개최해 30여개 고객사들과 협력과 상생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진 뒤 실제 공장이 가동하는 모습을 살폈다.
이곳은 지난 2010년 준공된 동국제강의 유일한 후판 생산공장이다. 압연라인 1기와 가열로 2기를 보유하고 있다. 생산능력은 연산 150만 톤에 달한다. 일반 후판은 물론 특수선과 해양구조물, 초대형 선박 등 고급강 분야까지 다양한 후판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대부분 수입산 슬래브를 압연해 후판을 생산하는 구조다.
통상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강판을 일컫는다. 주로 선박, 건축, 교량, 파이프, 보일러 및 압력용기에 사용된다. 동국제강은 국내 최초로 후판을 생산한 기업으로 일반강부터 열처리제, TMCP 등 다양한 강종과 극후물, 극박물, 조선용 광폭 후판 등 다양한 규격의 후판을 생산하고 있다.
고도의 IT시스템과 철강 기술력도 이목을 끈다. 고급강 생산 비중이 높은 만큼 원자재 및 반제품(슬래브)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물류 시스템 RTLS(Real Time Location System)과 정확한 온도 및 압력으로 슬래브를 압연하고 이를 냉각시켜 TMCP(열가공제어법) 후판을 만드는 정밀 제어시스템 등 다양한 첨단시스템이 구현돼 있다.
동국제강은 이같은 초정밀 시스템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기존 후판의 개념을 깨고 5mm 박물 후판과 클래드 후판을 생산하고 있다.
5mm 박물 후판은 열연코일로만 생산하던 제품을 후판 압연으로 제조한 것이다. 이렇게 생산된 5mm 박물 후판은 기존 제품 대비 물성치가 높아 경량화 및 고강도 성질의 강판이 필요한 제품에 사용된다.
클래드 후판은 동국제강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클래드 후판은 두 가지 이상의 다양한 금속을 접합해 각 금속의 장점만을 취한 제품이다. 통상 탄소강 기본 소재에 부식 방지를 위한 내식 소재를 얇게 붙이는 것이 대표적인 조합이다.
동국제강의 클래드 후판 생산은 그간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제품의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동국제강은 EPC등 플랜트향으로 클래드 후판을 납품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량을 확대할 방침이다.
'스틸샵'으로 맞이한 제2의 전성기
특히 당진공장은 동국제강의 ‘스틸샵’이 시장에 안착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스틸샵은 동국제강이 유통 과정의 축소라는 아이디어에서 착안된 온라인 철강상거래 플랫폼이다.
올해는 내수 후판 기준 스틸샵 판매 비중이 10%까지 오르면서 판매량이 늘었다. 현재 납기중심으로 스틸샵의 후판 판매를 강화하고 있으며, 납기 엑스트라 추가 가격은 약 1~5만 원을 붙이고 있다.
이는 첫 출범 당시 주문재, 절단재, 계획생산재, 경매 서비스를 기반으로 출범했던 거래 플랫폼이 KS 정척 주문품을 기점으로 활황을 맞이한 탓이다. 특히 1주납에서 3주납까지의 단기납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아울러 KS 정척 재고품으로 판매를 확대하면서 본격적으로 세를 불렸다는 평가다.
또 7일에서 10일 내 납품하는 초단기 납품시스템도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는 국내 철강사 중 주문품 기준 최단 납기일로 알려졌다. 고객이 요구한 강종과 사이즈로 주문 즉시 생산해 납품하는 게 골자다.
실제로 스틸샵의 후판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동국제강 측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스틸샵의 월평균 후판 판매량은 지난 2023년 대비 올해 44.7% 증가했다.
최대 효자 서비스는 단납기 시스템다. 동기간 단납기 서비스 물량은 75.6% 확대됐다. 이중 가장 빠른 1주납(초단기 납품 서비스)는 두 배 이상 늘어나면서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스틸샵 고객사들의 폭증도 이같은 판매량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
스틸샵에 가입한 고객사는 지난 2022년 674개사에서 올해 2472개사까지 폭증했다. 이중 기존 거래내역이 없는 신규 고객의 비중이 80%에 달해 주목된다. 새로운 고객을 모집하면서 저변을 확대한 셈이다.
현재 스틸샵에서는 후판과 봉형강, 컬러도금강판까지 동국제강그룹의 주요 제품군을 망라하고 있다. 누적 판매량 기준으로는 후판이 전체 판매량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초로 런칭한 제품이 후판이라는 점도 고비중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에는 봉형강 제품도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일반철근의 경우 8m 이상의 길이까지 판매 사이즈를 높이는 한편, 국내 상용화된 모든 규격의 코일철근을 판매하고 있다. 스틸샵 전용 10톤 차량을 통해 소형 현장까지 직배송하면서 저변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스틸샵은 ▲제품군 확대 ▲서비스 강화 ▲사용성 증대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후판 단기납 서비스의 공급 증량에 이목이 쏠린다. 현재 일정 준수를 위해 제한하고 있는 후판 1~3주납 공급량(월 4000톤)을 월 5000톤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정척 재고의 두께와 강종도 추가한다. 현재 시장성을 염두에 두고 (S)A36/KS SS275/JIS SS400 등의 두께 추가 및 KS SM355 강종 추가를 검토하고 있다. 해당 강종은 통상 건축구조물, 기계 부품, 교량 등에 주로 사용된다.
이와 더불어 사양도 확대한다. No welding repaired 등 일반 강종의 사양 확대를 검토하고 있으며, 주문한 제품의 생산 현황 정보 제공 및 견적서 제공 서비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또 결제 방식의 다양화에도 나선다. 앞서 지난 2023년 국민은행과 제휴카드를 출시하면서 결제 편의성을 높였고, 올해는 8월에는 스틸샵 기업카드 이용금액에 따른 항공 마일리지 적립 혜택도 새롭게 출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사용 편의성 증가를 위해 MTC 고객사 및 수요가의 정보 변경 기능과 장바구니 내 주문 내용 변경 기능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계획은 고객사의 의견을 적극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동국제강은 수요가들에게 개선점과 후기 및 이용 편의성 등을 세밀하게 조사한 바 있다. 회사 측은 고객들이 제안한 신사업 아이디어를 수용해 상호 발전적인 스틸샵으로 거듭나는 한편, 비대면 영업이라는 틀을 깨고 주기적인 대면 행사를 개최해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편, 스틸샵은 그린스틸 정책의 일환으로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보강근(GFRP) 브랜드 ‘디케이 그린바’(DK Green Bar) 제품도 런칭할 예정이다.
해당 제품은 코일·내진·극저온철근을 잇는 동국제강의 특수 철근 신제품이다. 유리섬유를 고분자 수지로 강화해 기존 철근의 단점을 보완했다. 기존 철근 대비 ▲높은 내부식성 ▲고강도 ▲경량화 ▲자성이 없음 ▲탄소배출이 적은 친환경 제품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특히 제설제(염화칼슘)에도 부식되지 않아 도로나 교량에 주로 사용된다. 또 전기신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어 철도 궤도 공사에 활용된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 콘크리트 구조설계기준 일부 개정으로 GFRP 관련 설계 기준이 마련되면서 향후 지속적인 시장 수요 확대가 기대된다.
동국제강 후판 생산의 A부터 Z…당진공장
당진공장의 후판 생산라인에 들어서면 가열로 2기가 보인다. 동국제강은 220에서 400mm 사이의 슬래브를 사용해 후판을 생산하고 있다. 슬래브를 약 4시간 정도 가열하면 1100도에서 1150도 사이의 붉은 슬래브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후 고압수로 1차 세척 및 스케일링(불순물 제거) 작업을 마친 뒤 본격적인 압연이 시작된다.
압연은 총 3단계다. 메인 압연기로 고르게 다지는 작업을 마치고 나면 슬래브를 90도로 돌려 2차 압연에 나선다. 이후 이를 다시 원래대로 돌려서 재차 압력을 가해 길이를 늘린다. 제품의 두께는 압연로를 왕복하는 작업의 횟수로 조절된다. 압연 중 틈틈이 고압수를 통한 스케일링 작업도 계속 이어진다.
압연에 사용되는 롤은 통상 하나당 500장의 슬래브를 압연한 뒤 교체된다. 롤 이상시 곧바로 교체될 수 있는 스페어롤도 옆에 준비돼 있다.
압연을 마치면 폭과 두께를 측정하는 설비로 제품을 검사한 뒤 열간 조정기에서 교정작업에 돌입한다. 판을 똑바로 펴서 교정하는 절차다.
이를 마치고 나면 600도에서 800도 사이의 온도가 된 후판이 냉각대에서 1~2시간 식혀진다. 여름철에는 공장 문을 열고, 겨울철에는 문을 닫는 방식으로 최대한 동일한 조건을 조성하고 있다.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계절적 조건에 따른 시간 조절이 필요하다.
완전히 식혀진 후판은 정전라인으로 옮겨진 뒤 고객이 주문한 사이즈로 절단된다. 당진공장은 두께 5~200mm, 길이 3~25m, 폭 1~4.8m의 후판을 생산할 수 있다. 마지막은 물성 등 각종 시험을 통해 성능검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제품이 탄생한다.
공장 관계자는 “올해는 대량 생산을 위해 라인 전환과 공급망 개선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양적 증가와 가격경쟁력을 동시에 갖추겠다는 목표다.
이어 “기존 고객 외에도 신규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며 “스틸샵에서 조선 기자재 부문의 확대 등 사이즈와 강종의 구색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동국제강은 대부분의 슬래브를 당진항을 통해 수입한 제품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원자재 가격을 맞추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국내산 슬래브 가격은 후판 GS강종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