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공급 축소로 가격 인상을 이루려면
최근 철근을 중심으로 생산업체는 공급 축소로 가격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급 과잉해소와 시장 가격 정상화를 위해 공장 셧다운도 불사하고 있다.
경제학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 시장은 이 단순한 공식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현상들이 있다. 특히 심리라는 요소는 시장 참여자들의 의사결정에 깊숙이 개입하여 가격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수요 측면에서 가격이 오를지 모른다는 심리는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구매하려는 심리로 재고 확보에 나서고, 이는 실제로 수요를 증가시켜 가격 상승을 일으킨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이러한 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감이나 개발 호재 소문은 실제 수요 변화 없이도 매수 심리를 자극하여 가격 상승이 일어났다.
공급 측면에서도 심리는 가격 변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는 사재기 현상을 낳아 가수요를 발생시키고,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공급망 차질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 수요자는 재고 확보에 나선다.
전통적인 경제학은 인간을 합리적인 존재로 가정하고, 이들의 합리적인 선택이 시장을 움직인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반드시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며, 심리적 요인이나 인지적 편향이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행동경제학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심리적 요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와 공동으로 개발한 전망 이론은 인간이 이익보다 손실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확률적 상황에서 비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철강재 공급 축소로 가격을 인상하려면 시장에서 수요가 실제 증가하기보다 가격이 앞으로 오를 거라는 심리가 형성되어야 한다. 아무리 공급을 축소해도 이런 심리가 형성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행동경제학에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특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자신의 선택보다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수요 증가에 대한 확신이 없어도 다른 사람들의 매수 행렬에 동참하게 하고, 이는 가격을 올린다.
또 손실 회피 심리가 있다. 투자자들은 손실을 회피하려는 심리 때문에 위험한 투자에 더욱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손실을 본 주식을 쉽게 팔지 못하고 가격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것은 손실 회피 심리 때문이다. 이러한 심리는 투자자들이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게 한다.
철강 가격 하락기에 공급자가 재고를 재빠르게 처분하지 못하고 미적미적하다가 더 큰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다. 손실을 크게 보더라도 초기에 과감히 처분하면 결과적으로 손실이 줄어드는데도 말이다. 이런 심리 현상이다.
시장에서 가격 인상이 이루어지려면 유통망이 재고를 가져가더라도 손실을 보지 않는다는 심리적 전망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수익률 50%’라는 정보보다 ‘손실률 –50%’라는 정보를 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재고 확보는 수익보다 손실 우려가 없어야 이루어진다.
시장은 합리적으로 수요와 공급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감정과 인지적 편향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장의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로 가격 인상이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