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한국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습니까?”

2025-02-28     김진혁

“위기는 최악의 순간에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대응하지 않을 때 깊어진다.” (존 F. 케네디)

“당신은 한국에 다시 태어나고 싶습니까?”라는 질문에 나이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근 정치 상황을 보면 선뜻 ‘Yes’라고 대답하기에 뭔가 께름칙하다. 부자 되면 당연히 행복해질 것이라는 희망 고문 역시 부끄럽다.

2차대전 이후 신생 독립국 중 경제 발전과 정치 민주화를 이룬 나라 국민으로서 의외가 아닐까? 국제사회에서 경제·문화·기술·스포츠 각 분야 모두 두각을 나타내는 자랑스러운 선진국이 되었음에도 말이다.

항상 무엇인가에 고프고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던 헝그리(굶주림, hungry)시대에서 앵그리(분노, angry)시대로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가족 붕괴, 물질 만능사회, 인구 감소, 자살률 급증, 정치적 냉소가 심각해진, 이른바 ‘풍요의 역설’에 시달리고 있다. 헬조선, 흙수저, 이념 갈등, 3불 사회(불신, 불만, 불안) 등의 얼룩진 나라가 되었다.

역사를 봐도 중국 주변에 있던 수많은 국가가 소멸되어 소수민족으로 전락했거나, 독립국가로 명맥을 유지하더라도 가난한 빈국들로 바뀌었지만, 우리는 5000년 독립 역사를 유지한 기적과 다이나믹한 민족이 아닌가? 세계 유명 투자회사 골드만삭스의 전망에 의하면 2050년이 되면 한국의 1인당 소득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가 된다고 예측했다. 포브스가 최근 2025년 리더십, 경제적 영향력, 정치적 힘, 국제 동맹, 군사력 종합 등을 고려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10개 나라의 리스트를 발표했다. 미국이 1위, 중국 2위, 러시아 3위, 영국 4위, 독일 5위에 올랐고, 한국은 6위다. 우리의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을 반영한 놀라운 일이다. 한국의 GDP는 1.95조 달러로, 경제력, 기술, 군사력을 결합해 강한 영향력과 세계적인 반도체, 전자제품 생산국으로 기술 강국의 입지를 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경제의 기적은 끝났는가?”라는 기사를 통해 국가 주도 자본주의로 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체를 육성한 모델이 이제는 낡고 수명을 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성공 스토리에 균열이 생긴 것은 인구 고령화, 생산성 저하, 사회복지 비용 증가 등의 안정과 성장을 위협하는 복잡한 구조로 닫혀버린 느낌이다. 한국인 특유의 끈질김과 창의력, 애국심, 도전정신 등이 사라졌고 경제 성장의 돛이 이념논쟁의 덫에 표류하고 있다.

많은 경제연구소의 2025년 경제전망에 따르면 성장이 둔화되고 투자, 수출, 외환 등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한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런 애스모글루 MIT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직면한 고령화, 취약한 내수, 중국과의 경쟁 격화라는 3대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하이테크산업 육성과 함께 대기업을 넘어서는 혁신적인 스타트업 붐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작 트럼프의 관세 전쟁과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의 그림자가 덮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도 없어 보인다.

미래는 과거나 현재의 연장선에 있지 않다. 격랑의 도전과 기회의 갈림길에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바람을 바꿀 수는 없지만, 돛을 다르게 펼 수 있다. 국가의 흥망성쇠는 지리적 요인이나 문화적 차이가 아닌 포용적인 정치·경제 제도, 근면성 등에 달렸다. 포용적 제도는 광범위한 사회 구성원의 재산권 보호와 경제활동 참여를 보장해 경제 성장을 촉진한다. 한국의 지속 발전을 위한 전략은?

첫째. 메가트렌드에 올라타야 한다. 세상은 초연결 심화 및 산업간 융복합 확산과 혁신이 급속히 이루어질 것이다. 인공지능(AI), 로봇, 모빌리티, 생명공학, 우주, 친환경 에너지 등 신기술에 집중 투자 및 디지털 전환 가속화, 글로벌시장 개척의 선택과 집중이 있어야 한다. 기회의 열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둘째,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위한 이민 정책, 국민연금 및 노동 개혁이 있어야 한다.

셋째, 미중 갈등 속 균형 외교 및 경제 자립 강화, 기후 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 정부-기업-시민사회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을 추진하는 도덕적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심각한 정치 양극화를 극복하고 자유 경제와 윤리를 갖춘 리더십이 요구된다. 실천은 하지 않고 말로만 주장하는 리더를 믿어서는 안 된다. 소수 엘리트 계층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착취적 태도가 아닌 소통과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을 이루는 양심적인 지도자 말이다.

‘하위문화’에서 ‘품격문화’로 바뀌기를 기대한다. 조속한 시기에 혁신, 공감의 미래지향적인 비전이 되살아났으면 한다.

(*. 스크루플레이션은 물가는 상승하는데 경기가 침체하고 임금도 제자리에 머물러 중산층의 가계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는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