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익숙함에서 벗어나기
“인간은 합리적 동물이기 때문에 언제나 이성에 의해 행동하지 않는다”-아리스토텔레스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다. 반복되는 행동은 성격의 일부가 되고, 운명이 된다. 게으른 뇌는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편안함과 익숙함을 추구하고 변화에 서툴다.
많은 사람은 자신만의 습관에 길든다. 즉 익숙해졌다는 것은 더 이상 새로움을 찾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익숙함의 습관화는 생존을 위해 필요하지만,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감탄하는 창의성이야말로 강력한 힘이다. 육상선수였던 딕 포스베리는 10대 시절에 높이뛰기 부진자였다. 높이뛰기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1.5m를 넘어야 했다. 그는 이런 전통적인 기준을 통과하기 어려워 뛰는 방식을 바꿨다. 직선으로 뛰지 않고, J자 모양의 배를 하늘로 향하는 자세로 뛰어오르는 새로운 자세였다. 의아한 모습에 사람들은 놀랐고, 터무니없는 방식이라고 조롱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마지막에 웃은 사람은 포스베리였다. 그는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탈 습관를 통해 승리에 다가선 것이다.
스웨덴은 1967년까지 차량 좌측통행을 고집하고 있었다. 당시 스웨덴의 대부분 차량은 좌핸들로 사고가 많았지만, 국민들은 오랜 통행방식을 바꾸는 것을 싫어했다. 좌측통행은 로마제국 이래 유럽의 마차 운행 방식이었다. 1955년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83%의 투표자가 우측통행을 거부할 정도로 오래된 습관을 고치기 싫었다. 하지만 1963년 스웨덴 의회는 우측통행으로의 전환을 실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심리학자들을 앞세워 4년간의 교육 프로그램 실시와 버스 교체비용 등으로 우측통행으로 바꿔서 차량 사고를 줄였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 대니얼 카너만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인간의 판단은 두 가지 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진다. 시스템1은 빠르고 직관적인 사고 체계로 연상, 인식, 감정 등에 의해 빠르게 결정을 내린다. 일상생활에서 내리는 대부분의 결정으로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편견과 오류에 취약하다.
시스템2는 느리고 논리적이다. 의도적으로 생각하며, 계산하고 분석한다. 시스템1의 오류를 검증하기도 한다. 이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지만 정확하고 체계적인 장점도 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시스템1로 빠른 결정을 내리고, 이 결정을 신뢰하지 못할 때 시스템2가 개입한다. 경영학자 민츠버그의 말이다. “많은 경영자들은 전문적이고 합리적이기보다는 직관적이고 경험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짙다. 복잡한 통계 자료보다 직관적인 인과관계를 신뢰한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뛰어난 디자인 감각과 시장에 대한 직관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했고, 애플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일론 머스크는 미래를 내다보는 탁월한 직관과 함께 과감한 투자로 테슬라와 스페이스X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그렇다고 직관이 항상 올바른 결과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는 1994년 11명의 세계 경제석학들로 구성된 헤지펀드다. 똑똑한 몇몇 펀드 매니저의 강한 직관에 의존하여 초기에 큰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괜찮다고 생각한 차익거래들이 손실을 보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러시아 채권에 집중했다. 1998년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자 회사는 파산한다. 직관은 주관적인 경험과 감정에 기반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거나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또 과거의 성공 경험이나 고정관념에 얽매이기 쉬워 편향성이 생기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당신의 직관이 경험, 판단과 결합될 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 준다. 직관의 본능은 이성의 적이 아니라 동맹자로 무시해서는 안된다.
“직관은 개인의 능력과 기술을 초월하는 최고의 지능 형태다.”- 실비아 클레어
탈습관화를 위한 방법은? 첫째, 익숙한 것을 새롭게 바라본다. 눈을 감고 현재 살고있는 집, 직업, 가족도 모두 없다고 가정해본 후, 다시 눈을 뜨면 그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새삼 감사하라. 둘째, 변화를 시도하라. 부분과 전체를 같이 보면서 느린 사고를 습관화한다. 셋째, 여행, 독서, 명상 등의 낯선 상상력을 취득하도록 노력한다. 그밖에 의사결정 하기 전에 충분한 시장조사, 대상을 새롭고 낯설게 인식하고 반응 개선하기 등이다.
놀라운 사실은 무엇을 꼭 하지 않아도 된다. 상상력과 실천으로도 변화가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