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철의 철강 이야기] ‘철강산업 글로벌 비즈니스’의 딜레마
세계적인 철강경기 부진 지속과 주요국 정치 권력의 변동에 따른 여파가 여러 분야에 걸쳐서 나타나고 있는데, 그중에서 글로벌 철강 비즈니스의 성패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의 사례를 보면, 2023년 세계 철강업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일본제철의 US Steel에 대한 150억 달러 규모의 경영권 인수 추진 건과 관련하여서 현재 바이든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심사숙고 중에 있다. 차기 대통령 트럼프는 이미 지난 대선 과정에서 강력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이 대규모 철강 비즈니스의 성사 여부에 관련 철강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US Steel은 ‘강철왕’ 앤드류 카네기와 ‘금융왕’ 존 피어폰트 모간이 협상을 통해서 1901년 2월 25일에 ‘카네기 스틸’ 등 9개의 철강 트러스트를 통합하였다. 자본금 14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대형 철강회사가 탄생한 것이다. US Steel은 이후 미국 내 철강 생산량의 65%를 차지하는 초대형 철강회사로 성장하여 미국 경제 및 산업발전 과정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였으며 오랫동안 미국 대표 철강회사로서의 위상을 세웠다.
하지만 지속적인 세계 철강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추세에 부응하지 못하고 국제경쟁력 후퇴로 고전하였다. 2023년에 이르러 결국 해외 철강회사인 일본제철에 매각하기로 양사가 합의하였지만 미국 행정부 내의 상반된 견해, 정치적 이해관계 상충 및 노조의 반대 등과 맞물리면서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 있다.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는 지난 12월 23일에 “US Steel 경영권의 해외 매각은 국가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라는 보고서를 제출했고, 연방정부 관련 기관이 참여한 패널들은 결론을 내지 못했다. 공은 이제 퇴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넘겨졌다. 위원회는 미국 재무장관이 의장을 맡아서, 미국 기업과 외국인 투자자 간의 비즈니스 거래를 심사하고 국가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판매를 차단하거나 당사자 간의 계약 조건을 변경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
매각은 조만간 결론이 날 전망이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최종 판단을 내리더라도 차기 대통령이 그것을 뒤집을 수 있기 때문에 일본제철의 경영권 인수는 첩첩산중에 가로막힌 형국으로 보인다.
앞에서 살펴 본 사례는 국내 철강업계가 돌파구의 하나로 추진 중인 ‘글로벌 시장 진출 비즈니스’에도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경제 성장잠재력 둔화, 철강 수요 감소 및 중국산 등 수입 철강재와의 경쟁 심화 등으로 어려움에 빠진 상태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론적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시장조사, 현지화 전략 마련, 법률/규제 준수, 파트너십/네트워크 구축, 위험 관리 준비 등이 권장되고 있다.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철강산업은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에 해외 자본에 의한 자국 내의 대규모 생산 설비 투자 추진 또는 M&A를 통한 경영권 획득 등의 과정에서 정부의 영향력을 벗어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현지 진출 추진 검토 단계에서부터 해당국 정부의 산업정책 고려, 현지 파트너와의 지분 관계 조정 및 협력 강화를 통해서 승인을 획득할 수 있는 별도의 방안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그동안 국내 철강업계는 크고 작은 규모의 글로벌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성공과 실패했던 사례를 가지고 있다. 국내 제조업 기반이 지속 약화되고, 철강산업 자체의 경쟁력도 후퇴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인도, 동남아 등과 같이 철강 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으로의 직접 진출이 필요하다는 현실에 의문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라는 속담이 있다. 그동안의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바탕으로 ‘철강산업 글로벌 비즈니스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국내 철강업계가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