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소환원제철, 유럽 싱크탱크를 만나보니…"한국의 위기, 중국산 본질 아니다"
철강 탈탄소는 결국 그린수소의 문제 유럽 재생에너지, 그린수소 시장 조사 수소환원제철 기술, 유럽이 가장 앞서 재생에너지 스웨덴 75% 독일 55% 이상 한국 '중국산 수요침체' 문제 본질 아냐 수소환원제철 가치사슬, 연구단계 수준 한국전력의 독점 상황, 재생에너지 불가 고로 제품의 표준원가 시대는 이미 끝 건설 수요 회복 불구 철근 늘지 않을 것
수소환원제철은 탄소중립시대에서 미래 철강산업의 동맥이 될 핵심 기술로 꼽힌다. 혹자에게는 먼 얘기로 들린다. 하지만 전 세계 철강 기업들이 이 분야에 연구개발을 달려들고 있다는 점을 보면 일대 혁명을 가져올 이슈다. 탄소중립은 이같은 기술적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 배경인데, 당장 유럽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탄소세 부과는 철강 가격에 우선 영향을 줄 것이다.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고철연구소장)는 지난 10월 수소환원제철에서 가장 앞서는 유럽의 독일, 덴마크를 직접 찾아 수소환원제철 추진 동향과 이와 필수적으로 연결되는 재생에너지 시장을 조사했다. 유럽은 관련 기술에서 가장 앞설 것으로 진단했고, 그 배경은 재생에너지, 전기요금, 고품질 철광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꼽았다. 한국에 대해서는 중국산 저가(低價) 수입재,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침체 상황보다 탄소철강에서 뒤처진 경쟁력을 더 큰 문제로 지적했다. 한국 철강은 탈탄소 가치사슬 구축의 미비(불가)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의 메세지다. 김경식 대표가 출장에서 얻은 시장 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소환원제철과 관련한 핵심 내용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Q1. 독일, 덴마크로 출장을 가게 된 배경은?
A1. 작년 10월 뉴욕 콜롬비아대학 비즈니스 스쿨 초청받아 갔을 때 유럽 철강사들과 교류가 있었다.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들이 철강 탈탄소에 얼마나 진전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철강 탈탄소는 결국 그린수소의 문제이므로 유럽의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의 경쟁력도 확인하고 싶었다.
Q2. 출장에서 만족할 결과를 얻었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A2. 작년에 만난 독일과 스웨덴 철강 회사 관계자 두 곳에 사전에 연락을 했으나 확답이 없었다. 그렇지만 탄소중립 연구를 하는 독일의 유명한 한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만나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또한 독일 풍력협회와 덴마크 전력시장 관계자들을 만나 많은 시사점을 얻었다.
Q3. 우선 유럽 철강회사들의 탄소중립 움직임을 좀 소개해 달라.
A3. 작년 10월 콜롬비아대학에서의 회의 때만 해도 수소환원제철이 곧 눈에 들어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현실의 벽을 느낄 수 있었다. 스웨덴의 한 회사는 작년에 의욕적으로 비젼을 설명했고 금년 초에는 추가 투자 자금도 조달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광석 확보도 불투명하고 설비 구축도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 경제신문 기자도 ‘이 회사 현지 공장 취재를 갔지만 취재를 거부 당했다’고 했다.
독일의 A사는 EU와 독일 정부로부터 수소환원제철 투자자금을 받아 의욕적으로 추진을 했지만 최근에 일정을 못 지켜 자금을 반환해야 할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작년 콜롬비아대학 회의 때만 해도 ‘정부 지원금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다’고 했을 정도였다. 더구나 이 회사는 철강이 그룹 정체성의 대표적인 사업이지만 계속된 적자로 지분을 매각 하는 등 경영자원 집중이 안 되는 것 같았다.
다국적 기업인 B사는 수소환원제철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나 투자보다는 공장이 있는 각 국을 대상으로 보조금 헌팅에 열 올리고 있다고 한다. 그에 반해 C사는 조용히 연구와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이 회사가 결국 가장 앞서갈 것으로 보고 있다.
Q4. 회사별 특징도 특징이지만 전반적인 철강 탈탄소 진행 현황은 어떤가?
A4. 전기로(EAF) 루트, 천연가스(NG)-DRI 루트, 그린수소 루트로 구분한다면, 외부에는 그린수소 루트를 강조해서 투자자를 모으고, 내부적으로는 EAF와 NG-DRI루트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 같았다. 가장 큰 이유는 그린수소 루트는 EPC 능력 문제인데, 이는 능력 부족으로 비춰질 수 있어서 그런지 EPC 얘기는 못 하고 그린수소가 너무 비싸서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경제성이 없으므로 EU와 정부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하는 것 같다. 현재 EU의 그린수소는 kg당 7유로(1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이를 2유로까지 낮아지도록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Q5. 기술적 요인 외에 다른 보틀넥은 없는지?
A5. 그린철강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지불 의사가 문제인 것 같다. 유럽의 유명한 자동차 회사들이 수소환원 강판을 위해 투자도 하고 구매계약도 체결했지만 가격에 대한 부담이 큰 것 같다. 따라서 철강회사는 소비자(자동차 회사)와 기술적·경제적 현실(한계)과 정부 보조금 사이에서 고민이 많은 것 같다.
Q6. 앞으로 유럽에서 수소환원제철은 어떻게 진행될 것 같은가?
A6. 대륙별로 보자면 가장 앞서갈 것이다. 스웨덴은 75% 이상이 재생에너지인데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kWh)당 0.3C유로(43원, 한국은 182원)다. 고품질 철광석도 있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자동차사와 EVI(Early Vendor Involvement) 여건도 좋다. 물론 이러한 여건들이 당초 계획한 대로 진행된다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독일 싱크탱크 관계자에 의하면 “다국적 기업 A사의 한 공장에서 ‘유동환원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 유럽 철강사 대부분이 검토하는 샤프트로가 펠릿이라는 고가의 한정적인 원료 한계를 가지고 있어서 유동환원로 연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회사 노조는 이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반대 이유가 성공 가능성이나 수익성이 불투명 한 것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리스크 때문인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Q7. 유럽의 재생에너지 상황은 어떤가?
A7. 우리나라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나라들이었다. 독일은 인구 8200만 명의 대국이다. 그런데 재생에너지가 55%를 넘어섰다. 독일은 토지이용계획에서 지자체가 풍력과 태양광 가능 지역을 특정 퍼센티지로 정해놓도록 했다.
그렇지만 재생에너지 중에서도 해상풍력을 집중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행히 해상풍력 예정지에 어민과의 갈등도 크지 않다고 한다. 우선 좋은 어장이 아니라서 어업 종사자가 우리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리고 계획 입지를 정할 때부터 현장 여건을 잘 파악하고, 이해관계자들과의 조정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다고 한다. 환경부 산하에 갈등조정기구가 있고 과학자들이 데이터 기반으로 민원인과 회사 사이의 중재를 시도하고, 만족 못하면 법원으로 가게 된다. 그런데 법원으로 가면 모 아니면 도 이다보니 법원에 가기 전에 합의를 한다고 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지자체에서 사업주에게 주민동의를 구해오라는 방식이다.
Q8. 개별 국가의 사례를 이해하려면 유럽 전력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 같다.
A8. 맞는 말씀이다. 유럽은 1985년에 서명되고 1987년에 발효된 ‘단일 유럽법(Single European Act)’에서 EU 회원국들이 1992년까지 단일 시장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합의를 했다. 이 조약에 따라 유럽위원회는 1996년 전력 산업에 관한 1차 지침을 발표했다. 제1차 전력 지침은 EU 국가들에게 발전 및 소매 판매 부문을 자유화하고 송전 및 배전 부문에 대한 제3자의 접근을 허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어 2003년에 제2차 전력 지침 도입해서 2004년까지 모든 비주거용 소매판매를 자유화하고 2007년까지 모든 소비자에 대한 판매를 자유화하도록 의무화 했다. 발전 부문의 완전한 자유화와 송전과 배전 간의 법적 분리도 명령해서 오늘날 거의 모든 EU 국가는 국가마다 경쟁의 정도는 다르지만 이 지침에 따라 소매 판매시장 을 개방했다.
Q9. 그러한 개방의 효과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A9. 이러한 개방으로 EU 역내 전력 계통이 공유되고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북유럽의 싼 재생에너지가 덴마크 계통을 통해 중서부 유럽으로 수출되고, 프랑스의 원자력 전기가 간헐성이 큰 시간대에 각 나라로 수출되고 있다. 즉, 발전·송배·배전·판매가 실시간으로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가격 체계가 살아 있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변동성이 약점이지만 유럽처럼 서로 계통이 개방되어 있고 발송배판 경쟁을 통한 실시간 전기가격이 형성됨에 따라 오히려 약점이 강점으로 전환되었다. 재생에너지 투자가 늘어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재생에너지 이용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러-우 전쟁 전에는 러시아 전력망과도 연계되었다.
Q10. 덴마크 전력시장은 어떤 특징이 있나?
A10. 덴마크는 이미 재생에너지는 한 산업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풍력의 경우 유럽 최초로 일체의 정부 보조금 없이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자연적 지리적 여건도 좋다. 바람이 강하고 입지 환경이 좋다. 북해 바다의 수심이 30M에 불과해서 고정식 풍력이 가능하다. 어업권 분쟁도 별로 없다.
덴마크가 가진 또 하나의 강점은 매우 높은 상호 연결성이다. 스칸디나비아 3국, 독일, 프랑스, 영국과 전력 계통이 연결되어 있다. 바람이 많이 불때는 덴마크 전기를 수출하고, 바람이 적개 불때는 스칸디나비아 수력발전 기반의 전기를 수입한다. 이 때문에 북유럽에서는 가격이 비슷할 때가 많다.
Q11. 그렇다면 EU의 그린수소가 kg당 7유로(1만원) 정도라고 했는데, 덴마크와 스칸디나비아 3국은 더 싸지 않은가?
A11. 북유럽의 그린수소 가격이 어느정도 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덴마크의 경우 풍력발전은 전기가 아니라 그린수소가 주 목적이다. ‘에너지 아릴랜드’(EI) 가 이미 구체화되고 있다. 먼 해상에 에너지 섬을 만들고 해상풍력 전기를 이곳으로 모아 고압으로 송전을 하거나 그 자리에서 수소로 만드는 것이다. 이미 상당히 구체화 되고 있다. 덴마크 한 풍력 회사는 이를 우리나라 전라남도에도 제안을 할 것이라고 했다. 덴마크의 경우 EI에 18~20MW 터빈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수소를 운반할 파이프라인은 ENERGINET(덴마크 유틸리티 공기업)이, 수소 공장은 민간이 담당해서 소규모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파이프라인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Q12. 그린수소를 운송하려면 영하로 액화시키거나 암모니아와 혼합·운송·분리를 해야 하는데 원가 경쟁력이 있나?
A11. 수소를 영하 253℃로 액화시키려면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는데, 대략 수소가 가진 전체 에너지의 30~35%가 액화 과정에서 소모된다. 수소 운송에 대해서는 최근 독일 한 싱크탱크가 공개한 자료가 있다. 2030년을 전제로 했는데, 운송비(U$/kg) 가 Pipeline(2,000km) U$1.1, 암모니아 또는 메탄올로 변환·운송·분리 사용시(10,000km 기준) U$5.3, 수소를 활용한 제품으로 직접 운송 사용시(H₂ derivates for direct use, 10,000km 기준) 암모니아 U$1.4, 메탄올 U$2.1, HBI(Hot briquetted iron) U$0.3 으로 추정을 했다.
Q13. 유럽 철강사들은 그린수소 관점에서 철강 탄소중립을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A13. 최근에 나온 Mckinsey & Company 자료가 참고가 된다. 유럽 고로 철강사들은 2030년 탈탄소 목표를 2018~19년 대비 30%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2년 11월 현재, 총 40~50 메가톤(Mt) 용량의 약 24개 DRI프로젝트가 발표되었다. 주로 서유럽과 북유럽에 위치해 있다. 1t의 DRI를 생산하려면 약 50~70kg의 수소가 필요하다. 이는 24개 프로젝트가 필요로 하는 수소 수요가 2030년 유럽 수소 수요의 10%에 해당하는 2Mt의 수소를 매년 필요로 한다.
수소환원제철은 혼자 할 수 없으므로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가치사슬을 재구축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HBI 생산 업체, 그린 전력, 그린수소 공급업체 등과 파트너십 등으로 상당한 불확실성을 줄이고 성공하는 기업은 친환경 철강 생태계에서 성공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될 것이다.
Q14. 유럽의 상황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어떤 것이 있나?
A14. 너무 많지만 대략 3가지로 축약된다. 첫째는 준비가 늦었다. 유럽 주요 철강사들은 이미 수소환원제철 가치사슬을 재구축했거나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지원을 하면 받을 여건이 되어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아직 연구소 단계다. 정부가 보조금을 줘도 받을 수 없는 단계다.
둘째는 전력시장이다. 지정학적 고립에다가 한전의 송전·배전·판매 독점으로 재생에너지는 거의 불가능하다. 판매시장을 개방해서 재생에너지의 단점인 지역적·계절적·간헐적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전환시켜야 하는데 전혀 불가능하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원가가 가장 싼 대기업용 전기요금만 집중 인상하고 있다.
셋째는 기존 탄소철강의 조락하는 경쟁력이다. 외부에는 중국산 저가 수입 때문이라고 둘러대지만 철강인들이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무책임한 사고다. 자동차, 반도체는 중국산이 비싸서 글로벌 기업이 됐나?
현재 국내 철강사는 고로, 전기로 모두 어렵다. 내 경험으로는 1997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어렵다. 그렇지만 그때는 어려워도 국내 수요가 있었고 비관세 장벽도 좀 있어서 회사 합병 등으로 어려움이 한 때로 끝났다.
그러나 요즘 위기는 패러다임 시프트에 따른 위기다. 건축 수요가 회복되어도 국내산 철근 수요는 덜 늘어 날 것이다. 자동차 생산은 해외 생산으로 계속 이전되고 있고 통상 장벽은 더 높아지고 있다. 조선용 후판은 이미 결론이 났다.
고로 제품의 표준원가 경쟁 시대는 저물고 있다. 비대칭 원가는 점점 더 불리해지고 있다. 전력시장이 이런 상황인데 그린수소가 되겠나, 대기업 전기요금만 집요하게 올리고 있는데 누구도 이 불합리함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 왜? 국민들이 들어주지 않으니 정부도 맘대로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안 되는데 그린금융이 의미가 있겠는가.
탄소 철강의 시대가 오래 가기를 원하겠지만 어느 순간에 혁명적 변화가 올 것이다. 준비하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가치사슬 구축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철강인들 스스로 위기의식이 없다는 점이다. 노조·회사·국가가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집중하기 보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니 버티자’는 안이함이 걱정이다.
◆ 김경식 대표는
ESG네트워크 대표 겸 고철(高哲)연구소장이다. 현대제철 기획실장(전무)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에너지공단 및 한국환경공단 ESG경영위원, 탄소중립 및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비즈니스 스쿨의 철강 탈탄소 워크샵에 전문 연사로 초청되었으며(2023년), 저서 <착한 자본의 탄생>은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기후경제학 도서 10선에 선정되었다(2024년). 최근에는 현대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의 당진제철소 추진 스토리를 담은 <김경식의 홍보 오디세이>를 출간했다. (pentagram7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