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직관과 데이터, 당신의 의사결정은?
우리는 매일 수없이 많은 결정을 내린다. 점심 메뉴를 무엇으로 할지부터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의사결정까지 수많은 결정을 한다. 미국 버지니아 대학의 연구 결과 하루에 3만 5000회 이상 결정을 한다고 한다.
맬컴 글래드웰(Malcom Gladwell)의 베스트셀러 블링크(Blink)에 나오는 사람들은 데이터 분석도 하지 않고 직관으로 판단을 내린다. 트럼프는 과학적 데이터보다는 자신의 본능과 직감에 의존하는 전형적인 직관주의자이다. “나는 매우 본능적인 사람이지만 나의 본능은 항상 옳다”고 주장한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만은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인간의 판단이 두 가지 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시스템 1은 빠르고 직관적인 사고 체계로 연상, 인식, 감정 등에 의해 빠르게 결정을 내린다. 일상생활에서 내리는 대부분의 결정이며, 빠르고 효율적이다. 반면 편견과 오류에 취약하다.
시스템 2는 느리고 논리적이다. 의도적으로 생각하며, 계산하고 분석한다. 시스템 1의 오류를 검증한다. 시간이 걸리고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나, 정확하고 체계적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시스템 1로 빠른 결정을 내리고, 이 결정을 신뢰하지 못하면 시스템 2가 개입해서 결정한다.
운동 경기에서 대표적으로 직관과 데이터로 특징되는 것이 축구와 야구이다. 홍명보 감독이 쿠웨이트전까지 기막힌 교체 타이밍으로 승리를 만들어 직관력을 크게 칭찬받았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전에서 이강인을 빼는 교체는 실패했다고 집중 비난을 받았다.
야구는 데이터 경기라고 한다. 야구는 선수들과 경기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서 훈련하고 경기한다. 감독은 투수와 타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데이터 야구를 철저히 신뢰하는 김성근 감독은 선수 교체도 직감보다는 데이터를 활용해서 한다고 했다.
경영학자 민츠버그가 경영자들의 일상을 지켜본 결과 그들이 전문적이고 합리적이기보다는 직관적이고 경험적으로 판단하는 면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대부분 경영자는 복잡한 통계 자료보다 구두로 정보를 취득하는 것을 선호한다. 복잡함보다는 직관적인 인과관계를 신뢰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뛰어난 디자인 감각과 시장에 대한 직관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애플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일론 머스크는 미래를 내다보는 탁월한 직관과 함께 과감한 투자로 테슬라와 스페이스X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반면 직관은 주관적인 경험과 감정에 기반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거나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또 과거의 성공 경험이나 고정관념에 얽매이기 쉬워 편향성이 생긴다. 충분한 시장조사 없이 직관적인 판단으로 투자를 결정했다가 큰 손실을 보기도 한다. 인사도 객관적인 평가보다는 개인적인 호감이나 직관으로 채용하거나 승진시켜 조직에 피해를 준다.
롱텀 캐피탈 매니지먼트(LTCM)는 몇몇 펀드 매니저의 강한 직관에 의존하여 초기에 큰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괜찮다고 생각한 차익거래들이 손실을 보기 시작한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러시아 채권에 집중하는데, 1998년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자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우리의 판단이 항상 합리적이지 않으며, 다양한 편견과 오류에 취약하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직관적인 인과관계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더욱 합리적인 판단을 위해서 통계적 사고를 기르고, 비판적 사고를 통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