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술과 싸워 이기는 인문학

2024-11-12     김진혁
김진혁

술은 인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술은 희로애락을 느끼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애주가 입장에서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긴장이 이완된다고 말한다. 술은 가바(GABA) 수용체에 작용하여 신경 활동을 줄임으로써 이로 인해 신경계가 진정되고 긴장이 완화된다. 심리적 스트레스가 감소되며, 도파민 수치를 높여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술을 많이 마시면 이성이 흐려진다. 이는 술이 전두엽과 편도체의 기능을 억제하여 자제력과 판단력을 떨어뜨려 잘못된 판단, 실수가 빚어지게 한다.

인류가 만난 최초의 술은 과실주다. 기원전 7000년경 이란 자그로스산맥에 자리한 고대 유적지 하자르 펠레인에서 발효된 음료의 흔적 도자기가 발견되었다. 신석기 시대 이전부터 인류는 포도주를 마신 것으로 추정된다. 포도주에 대한 기록은 수메르 길가메시 서사시에도 있다. 성경에는 노아가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후 최초로 빚은 술이 포도주였고, 예수 그리스도가 최초로 행한 기적이 물을 포도주로 바꾼 것이다.

기원전 6000년경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들은 보리와 밀을 발효시켜 맥주를 만들었다는 것을 점토판에 기록했다. 수메르 문명에서는 술을 신성한 음료로 여겼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맥주와 와인을 모두 소비했고, 맥주는 노동자에게, 와인은 귀족에게 지급되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술의 신 디오니소스는 로마어로 바쿠스라 불린다.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와 테베의 왕녀 세멜레의 아들로 태어났다. 인간이 낳은 유일한 신이지만, 제우스의 아내 헤라의 질시로 도망 다녀야만 했다. 바쿠스는 술이 주는 일시적인 해방감과 기쁨과 환희를 느껴 여기저기를 가는 곳마다 포도주 제조법을 전파하여 포도주, 환희, 축제, 카타르시스(정화)의 신으로 숭배받게 됐다.

술의 한자어 주(酒)는 물(水)과 익음(酉)이 합쳐진 것이다. 물이 익은 것이니 술술 잘 넘어간다는 의미다. 술의 쾌락, 그 뒤의 어둠을 조심해야 한다. 우울증 환자들에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술을 마시지 말라고 당부한다.

술 종류를 구분하는 방법은 크게 제조 과정에 따라 분류된다. 곰팡이와 효모의 작용으로 탄생한 양조주와 이것을 증류한 증류주, 마지막으로 이러한 양조주나 증류주에 약초, 인공향료를 추가하여 맛을 더한 혼성주로 구분될 수 있다.

양조주는 과일의 당분이나 곡물 전분을 곰팡이와 효모의 작용을 통해 발효시켜 만든 술이다. 그래서 양조주를 ‘발효주’라고 한다. 발효 덕분에 비교적 알코올 도수가 낮으나 과일이나 곡류에서 나오는 특유의 향기와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대표적인 양조주로는 곡주(막걸리, 맥주, 청주 등)와 과일주(사이다, 와인), 그리고 벌꿀 술 등이 있다.

증류주는 양조주를 증류한 것으로 양조주보다 높은 알코올 농도를 얻기 위해 증류한다. 증류 기술이 급속도로 전파된 것은 12세기 십자군 전쟁 때로, 프랑스에서는 와인을 증류하여 브랜디로,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는 맥주를 증류하여 위스키로 만들었다. 증류주 종류는 소주, 데킬라, 럼, 보드카, 고량주, 위스키, 진 등이다.

혼성주는 양조주나 증류주에 약초, 과즙, 인공향료 등의 휘발성 향유를 첨가하고 설탕이나 꿀 등으로 감미를 더한 술을 말한다. 흔히 '리큐어(liqueur)'라고도 불린다. 혼성주 종류로 포도주를 가주한 포트와인과 셰리, 베르무트 그리고 오렌지를 원료로 한 큐라소, 커피를 이용한 깔루아와 코코넛 베이스의 말리부 등이 혼성주에 속하며 우리나라 술에는 매실주와 오가피주, 복분자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술의 인문학은 술 자체에 대한 예찬이 아닌 술과 삶의 바람직한 태도의 성찰이다. “처음은 사람이 술을 마시는데, 다음은 술이 술을 마시고, 마침내는 술이 사람을 삼킨다(법화경).”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에베소서」).” “술잔과 입술 사이에는 악마의 손이 넘나든다(임마누엘 칸트).” “술의 향기는 죽음의 천사의 입김이다. 질병과 슬픔과 근심은 모두 술 속에 있다(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술고래가 술을 마실 때 술은 비로소 술고래에게 복수한다(레오나르도 다빈치)”

술은 문학이나 예술작품, 일상 속의 경험과 연결되어 있다. 술의 맛과 향을 통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농축해야 한다. 잘 빚은 술 향기같이 즐겁게 마시고 싶다면 기억해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자신이 마시는 술의 양과 빈도를 조절하는 통제력을 지녀라. 둘째, 술을 마시는 요인이 스트레스 해소나 문제 회피가 아닌 사회적·개인적 즐거움을 위해서라야 한다. 음주가 도피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술을 온전히 즐겨야 한다. 술 마시는 자체보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며, 좋은 추억을 남기는 유익한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