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욱의 철강, 오늘과 내일] 저가 중국산, 이대로 괜찮은가?
얼마 전 신문기사에 독일 내 자동차공장을 폐쇄한다는 폭스바겐 관련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 1위 자동차 메이커’ 타이틀을 가진 폭스바겐이기에 공장폐쇄 소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연기관 시대가 저물고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그동안 상대도 안 됐던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로 갈아타면서 폭스바겐의 주력 시장인 중국과 유럽을 잠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의 쓰나미에 휘청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폭스바겐 전성시대’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1,0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저렴한 가격과 그럴듯한 디자인을 앞세워 폭스바겐 텃밭인 중국 본토와 유럽에서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수순이라고 보는 시각들이 많다. 하지만 폭스바겐이 폐쇄 대상으로 굳이 본토 공장을 선택한 이유를 낮은 생산성에서 찾고 있는 분석들이 많다. 유럽이 높은 인건비와 폭넓은 직원 복지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공장보다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ING에서도 폭스바겐의 공장폐쇄 추진에 대해 ‘수년간 경기 침체와 성장 없는 구조적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국내 철강산업을 살펴보면, 저가 중국산 수입재의 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결국 저가 중국산 후판에 대해 무역위원회가 반덤핑 조사를 개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내 조선사들이 최근 수주호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배만들 때 소요되는 후판은 값싼 중국산 사용비중을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사 입장에서는 후판가격이 선박 제조원가의 20%가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 산업경쟁력이란 측면에서 보면 전체적인 산업의 균형발전과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차원에서라도 상생의 길을 도모해나가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특정 산업에서 자신들만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전후방 산업의 경쟁력을 무너뜨리게 되는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비단 후판뿐만 아니라 철근, 형강, 강관, 선재 등 철강 전 품목에서 저가 중국산의 확산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또한 전후방 관련산업에서 저가 수입재에 대한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데서 그 원인이 크다고 본다.
과거 한국의 경제발전이 급속히 이루어지는 시절에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해서 전체적인 국가차원에서의 산업경쟁력을 높이고 육성하기 위한 산업정책 또는 산업전략을 만들고 추진해가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에는 ‘산업전략’이 사라진 듯한 느낌을 많이 갖게 된다. 정부에서도 특정 첨단산업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중요한 기간산업인 철강산업, 뿌리산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와 국가차원의 산업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에 일본제철(Nippon Steel)이 미국의 US Steel을 인수한다는 소식에 대선후보인 트럼프와 해리스까지 나서서 인수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것도 있겠지만 한 국가의 기간산업을 내어준다는 자존심이 더 크지 않았나 싶다. 이렇듯 철강산업의 한 국가의 산업발전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기간산업이라는 것에는 이의가 없지 않을까 싶다.
폭스바겐의 경우를 보면서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무엇이든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한다. 항상 인생사가 그렇듯이 잘나갈 때 거들먹거릴 것이 아니라 겸손한 자세로 미래를 대비하는 숨은 노력이 있어야 100년 기업이 될 수 있는 것이 평범한 진리가 아닐까 싶다.
한국의 철강산업은 과거 삼성전자의 고 이건희 회장이 얘기한 샌드위치론을 떠올리게 된다. 기술력을 갖추고 계속 치고 올라오는 중국과 일본의 기술 장벽에 부딪혀 샌드위치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시점이 이미 도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질문을 던져본다.
필자가 수입재 대응에 대한 기고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저가 중국산 수입재 대응은 철강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후방 산업에서의 협력과 정부의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야 가능하다고 사료된다. 더불어 우리는 일본 철강산업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빙산의 일각이 아니라 빙산을 버티고 있는 보이지 않는 물속에 잠긴 큰 기둥을 볼 줄 아는 넓은 안목을 가져야 한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 폭스바겐의 사례에서 보듯이 더 늦기 전에 이를 극복해 나갈 지혜를 모으고 준비해나가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