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철의 철강 이야기] 짙어지고 있는 ‘철강 무역전쟁’의 그림자

2024-10-14     나병철
나병철

최근 중국산 철강재의 과도한 수출 증가에 따른 부작용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철강업계가 극심한 내수 침체를 탈피하기 위해서 각국을 대상으로 저가(低價) 수출 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남아,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은 물론 유럽, 중동 및 중남미 철강 시장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각국 철강업계와 정부는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수입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추세에 있어 향후 우리 철강업계에 미칠 직간접적인 파급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며칠 전 한국 무역위원회는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AD) 조사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지난 7월 31일 현대제철의 신청에 따라서 이루어진 것인데, 조사 품목은 탄소강 및 그 밖의 합금강 열간압연 후판제품(Hot-rolled carbon or other alloy steel plate)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한편, 그동안 비관세 장벽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철강재 수입을 억제해 오던 일본도 이제는 직접적인 규제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 전에 이마이 타다시 일본철강연맹 회장(일본제철 사장)은 중국산 등의 철강재 수입 증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에 대해 새로운 통상조치의 발동을 요망한다며 기동적이고 유연한 대응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반덤핑(AD) 관세 부과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의 발동을 정부에 요청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이다. 그는 특히 “탈탄소화 추진을 위한 재원 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수입 철강재의 증가는 철강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에 회장으로서 강한 위기감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어 향후 철강재 수입 규제가 강화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유럽 철강업계도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달라고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요청한 상태이고 인도 역시 중국에서 수입되는 일부 철강 제품에 최대 3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남미의 칠레 정부는 저가 공세로 무장한 중국산 철강재에 대해 최대 33.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칠레 주요 철강 회사인 ‘CAP(Compania de Acero del Pacifico)’와 ‘Molycop’사 측의 요청을 수용한 결정인데, CAP사는 ‘출혈 경쟁’을 야기하는 값싼 중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비오비오주(州) 우아치파토 공장의 조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 밖에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도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관세를 인상했고, 베트남·튀르키예 등은 반덤핑 제재 여부를 검토 중에 있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각국의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수입 규제는 향후 전방위적인 확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려되는 것은 그러한 철강 무역 직접 규제 강화 확산과는 별도로 제3국을 통한 철강재 가공 우회 수출 금지 강화 및 자동차 등 철강 전방산업에서의 무역 규제 강화에 따른 간접적인 파급 영향이 도미노처럼 전개될 경우에는 예기치 못한 새로운 ‘철강무역 전쟁’의 양상으로 까지 비화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든지 미국 우선주의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후보는 “중국 자동차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내가 첫 임기 때 했던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나는 중국과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 자율주행차(Autonomous vehicle)의 수입을 금지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해리스 후보의 공약이 다소 온건하다고는 하지만 ‘아메리카 퍼스트’ 지향이라는 점에서 향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정책에 크게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철강 경기의 극심한 침체 가운데 각국이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수입 규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수출량이 많은 우리 철강업계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한 중기적으로는 자동차 등 철강재 수요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까지 이어질 경우 내수 시장 규모가 작은 우리 철강업계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따라서 새로운 ‘철강 무역 전쟁’ 가능성에 대한 단기 및 중기별 다양한 시나리오 구성과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