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가격 올릴수록 배임혐의 가중?

콜옵션 주당 행사가 66만→51만→39만 추정…기타주주들 핵심자산 헐값 매도 피해

2024-10-07     이경주 딜스토리 대표

영풍‧MBK파트너스(이하 MBK) 연합이 공개매수가를 올릴수록 장형진 고문 등 영풍 이사진에 대한 배임혐의가 가중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풍 기타주주들이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MBK는 공개매수가 상향으로 인한 부담을 영풍에 전이 시키는 주주간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MBK는 공개매수후 영풍‧MBK 전체주식 수를 기반으로 50%+1주가 되게 하는 지분인 '옵션가능주식'을 영풍측으로부터 살 수 있는 콜옵션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공개매수비용이 커지면 콜옵션행사 비용은 낮추는 조건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가 인수비용을 최초 공개매수가(66만원) 기준으로 고정하기로 영풍과 계약했을 경우, 콜옵션 주당행사가는 39만원으로 낮아진다. 영풍은 수익성이 빈약함에도 매년 주주들에게 배당을 해왔는데 고려아연이 올려주는 수천억원대 배당 덕분이었다.

그런데 현재 계약구조상으론 영풍이 MBK에 핵심자산이 고려아연 지분을 헐값에 넘기게 될 수 있다. 장 고문측을 제외한 기타주주들에겐 득이 되지 않는 구조다.

◇ 콜옵션 행사가, 공개매수가에 반비례…분쟁 전보다 낮은 가격

영풍‧MBK파트너스는 이달 4일 공개매수신고서 정정을 통해 공개매수가를 기존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MBK가 공개매수에 들일 예상비용도 최대치인 301만4881주(지분율 14.56%) 기준 직전 2조2611억원에서 2조5023억원으로 2400억원 가량 늘어나게 됐다.

최초 공개매수가(66만원) 기준 비용(1조9898억원)과 비교하면 현재 비용은 5100억원 이상 증가한 것이 된다. 공개매수만 보면 비용부담이 크게 늘었다.

그런데 MBK는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는 이면계약을 영풍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이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하는데 들어간 주당 평균 매수단가를 고려해 콜옵션 행사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공개매수가를 올리면 콜옵션 주당행사가는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영풍이 부담을 짊어지는 구조다.

이에 대해 영풍측은 7일 오전 입장발표를 통해 "콜옵션 행사 가격은 고려아연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합의된 가격으로 고정돼 있다"고 해명했다. 다소 모호한 답변으로 구체적 계약내용은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이면계약으로 영풍 부담이 얼마나 높아지는지 정확한 추정은 어렵다. 다만 최초 공개매수가 기준 인수비용을 지속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계약했다고 가정할 경우 부담수준은 시나리오별로 추정할 수 있다.

우선 옵션가능주식수를 계산해야 한다. 영풍‧MBK 연합이 공개매수를 최대치로 성공하게 될 경우 보유하게 될 주식수는 989만4135주로 전체 발행주식수(자사주 포함)의 47.79%가 된다. 기존 영풍 및 특수관계인 보유분(33.13%)에 공개매수주식(14.61%)를 합한 수치다.

연합 지분(989만4135주)의 절반(494만7068주)에서 1주를 더하면 494만7069주(23.9%)가 되는데 MBK가 콜옵션으로 최종 확보할 수 있는 지분율이다. 공개매수로 302만4881주(14.61%)를 확보했다고 치면 50%+1주가 되기 위해 행사가능한 콜옵션 주식(옵션가능주식)은 192만2188주가 된다.

이 옵션가능주식(192만2188)을 확보하는 비용이 공개매수가를 높일수록 줄어든다. 최초 공개매수가(66만원) 기준으로 MBK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출하게 되는 금액은 총 3조2584억원이 된다. 공개매수지분과 옵션가능지분을 모두 66만원에 매입했을 때 나오는 수치다. 공개매수지분 취득액은 1조9898억원 옵션가능지분 취득액은 1조2686억원이 된다.

그리고 MBK의 인수비용을 최초 공개매수가 기준(3조2584억원)으로 고정한다고 가정해 보자. 공개매수가를 83만원으로 상향할 경우 공개매수지분 취득액은 2조5023억원으로 늘어나는 반면 옵션가능지분 취득액은 7561억원으로 낮아진다. 콜옵션 주당행사가도 최초 66만원에서 39만3361으로 크게 줄어든다.

이는 경영권분쟁이 본격 발생하기 전 주가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고려아연 평균주가는 올 6월 49만9634원, 7월 51만2126원, 8월은 51만5005원이었다.

◇ 영풍, 고려아연이 작년 1600억 배당…헐값 매도 시 기타주주 피해

영풍 기타주주들 입장에선 이번 분쟁으로 피해만 보는 것이 된다. 영풍은 올 상반기말 기준으로 장 고문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52.86%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47% 가량이 기타주주다. 최씨일가 지분율이 17.63%로 일반 기타주주들 지분율은 약 30%로 적지 않다.

알려져있다시피 영풍은 스스로 이익을 충분히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영업손실 1698억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작년 주주들에게 현금을 172억원 배당했는데 고려아연이 자금줄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다.

영풍은 고려아연 최대주주로 올 상반기 말 기준 지분 25.4%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고려아연은 연결기준 영업이익 6599억원을 벌었고 이에 기반해 총 3027억원을 배당했다. 영풍은 지분율에 따라 1607억원을 수령했다. 고려아연 덕에 영풍주주들도 배당수익을 올릴 수 있던 상황이다.

이에 콜옵션 계약 자체만으로도 영풍 기타주주들은 장 고문 등 영풍 이사진을 문제 삼을 수 있다. 콜옵션으로 영풍이 고려아연 지분을 MBK에 팔면 배당금 수령액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면계약은 이 핵심자산을 본래 가치보다도 저렴하게 팔도록 할 수 있다. 기타주주들이 배임혐의를 주장할 수 있는 배경이다.

한 자본시장(IB)업계 변호사는 “영풍이 어떤 조건으로 고려아연 지분을 MBK로 넘기기로 했는지는 기타주주들은 관심을 쏟아야 한다”며 “지금 시장에서 83만원에 팔리는 주식을 최초 공개매수가(66만원)에 넘겨도 배임이 될 수 있고 그보다 더 낮아지면 당연히 배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