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회사생활에서 겸손이 도움이 될까?
노자의 도덕경에서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간다.”고 겸손을 강조한다. 겸손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 관계에서 갈등을 줄이고 조화로운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겸손은 개인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발전에도 기여한다.
직장에서 겸손하면 인정받을까? 뒤에서 조용히 있으면서 겸손하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뿐더러 실컷 이용당하기만 한다고 한다. 직장에서는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능력을 보여야 인정받고 출세한다.
관리자는 살짝 자아도취의 경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야 결정을 내리고 이를 관철하려는 열정과 카리스마가 있다고 한다. 이 경향이 심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의견 따위는 오직 나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관점에서만 판단하고, 관심을 둔다.
최고 경영자는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밑의 직원들이 “어렵지만, 우리가 해내겠습니다.”하는 대답을 원한다. 그런데 “힘들 것 같습니다.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하면 능력을 의심하기 마련이다.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사람을 선호한다.
그런데 실제 호언장담하는 사람일수록 사실상 실패 확률이 더 높다는 심리학자들의 연구가 있다. 코넬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데이비드 더닝과 대학원생 저스틴 크루거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특정 분야에 대해 조금 아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반면 적당히 유능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데 이런 경향을 ‘더닝 크루거 효과’라고 한다.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동물 세계와 비슷하게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알리는 신호를 교환한다. 내가 당신보다 더 우세하다는 신호는 말로 지시를 내리거나, 상대가 말하는 중간에 끼어들거나, 경청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 또 대놓고 하지 못하면 상대가 말하는 중간에 스마트폰을 보거나 몸을 돌리거나 하는 행동을 한다.
겸손한 관리자가 이런 부하의 태도를 묵인하거나 받아들이면 다른 직원으로부터도 권위를 잃는다. 이런 태도를 보인 직원은 겉으로는 우세한 것처럼 보이지만 공식적인 직위가 바뀌지 않는 한 언젠가는 보복의 화살이 날아든다.
강한 지배력으로 누르는 상사에게 부하 직원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솔직히 털어놓기가 어렵다. 상사의 의도에 맞추어야 한다는 폐쇄적인 생각을 하게 되며 모든 결정을 상사에 맡긴다. 상사는 부하들이 생각이 없어 답답하다며 그들의 능력을 탓한다.
요즘 회사는 직원들이 능력을 최대한 쏟아부어야 회사가 잘 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제도를 만들고 경쟁시킨다. 직원들은 이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험담과 질투, 수 싸움이 넘쳐난다. 저 사람이 나한테 도움이 될까, 아니면 밟고 올라가야 하나 험악한 경쟁 사회이다.
일본 파나소닉의 창업자,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마쓰시다 고노스케가 한 말이 있다. “나 자신을 생각해 보면 학문도 지식도 별로 없다. 그런 점에서 최고는커녕 최하위라 해도 좋다. 게다가 몸까지 약하다. 이 점에서 대개의 부하보다 뒤떨어진다. 그런 내가 어쨌든 사장이 되고, 회장이 되어 많은 이들의 위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열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말년 회장으로 있을 때 어느 날 스테이크 집을 방문했다. 스테이크를 반쯤 남긴 후 주방장을 불렀다. “요리를 너무 잘했어요. 내가 반쯤 남기면 오해할까 봐 불렀어요. 나이가 80이 넘으니 소화력이 떨어져서 다 먹을 수가 없네요.” 이렇게 배려와 겸손이 넘치는 리더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