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항용유회, 사명감과 책임의 무게를 져라!
주역(周易)에 항용유회(亢龍有悔)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이것은 너무 높이 올라 이제는 떨어져야만 하는 불쌍한 용(龍)의 후회하는 모습으로, 과욕은 화를 부르며 욕심을 경계하여 분수를 지켜 만족하고 겸손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공자(孔子)는 “항룡은 너무 높이 올라갔기 때문에 존귀하나 지위가 없고, 너무 높아 교만하기 때문에 자칫 민심을 잃게 될 수도 있으며, 남을 무시하므로 보필도 받을 수 없다” 고 했다. 노자는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멈춤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知足不辱 知止不殆)”고 했다.
항용유회의 교훈을 일찍 깨달은 사람과 영예를 쫓다가 패가망신한 사례를 살펴본다. 중국 진시황의 최측근 ‘이사(李斯)’와 한나라의 개국공신 ‘장량(張良)’이다. 이사는 진시황을 섬기며 중국을 통일하고 법치주의 기반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한 공로로 진나라 최고의 재상(승상)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는 진시황 사후 환관 조고와의 결탁과 각종 모함으로 일족이 몰살당했다. 반면, 장량은 유방을 도와 한나라 건국의 일등공신이었으나 관직을 사양하고 지방으로 내려가 천수를 누렸다.
프랑스 페탱 장군은 드골이 가장 존경하던 1차 대전의 영웅으로 ‘구원자'로 알려졌다. 1915년 베르됭 전투로 독일군을 무찔렀고 이 전투에서 그는 유명한 “그들은 못 간다!”라는 말로 유명하다. 그는 프랑스의 국부로 칭송받았지만,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협력하여 프랑스인들의 공공의 적으로 지목되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반면 드골은 명석하고 성실하며 열의에 찬 장교로서 1.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자신감과 용기, 그리고 독창적인 사고를 갖춘 인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내가 프랑스다”라는 굳은 신념을 가졌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프랑스 제18대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다. 1965년 대선에서 재선하였으나 1969년 개헌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서 패배하자 3년 임기가 남아있음에도 드골은 대통령직 사임을 발표하고 시골로 떠났다. 드골은 대통령 퇴임 후 정부가 지급하는 연금(年金)도 받지 않고 그 돈을 가난한 국민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고 했다.
수에즈 운하를 성공적으로 건설했던 프랑스인 페르디낭 마리 드 레셉스가 수에즈 운하 성공해 도취해 환경이 전혀 다른 파나마 운하를 만들면서 수에즈 때의 방식을 고집하다 실패했다. 기업이나 조직 역시 다르지 않다. 기업 몰락의 가장 큰 부분은 경영자나 소속원들의 과도한 오만에 있다. 집단이 성공할수록 긴장감 유지는 숙명이지만 이를 지키지 못한다.
미국 마케팅 분야 석학이자 실패 학자 잭디시 세스(Jagdish Sheth) 에머리대 교수는 “성공한 조직이나 기업이 쇠퇴하는 이유는 내부에 있다”며 자신의 저서 ‘배드해빗(Bad Habit’)에서 몰락의 길을 걷는 집단의 특성으로 ▲과거 성공 경험 만취 ▲주변·시장 몰이해 ▲긴장감 이완을 들었다. 그러면서 자기 파괴적 습관으로는 ▲현실 부정 ▲오만 ▲타성 ▲지나친 핵심 역량 의존 ▲근시안적 경쟁관 ▲규모 집착 ▲집단 내 사일로(silo·자기 파트 이익만 추구하는 현상을 일컫는 경영학 용어) 의식을 설파했다.
리더의 오만으로 조직이 망하는 경우가 많다. 1920년대 57%의 미국 시장 점유율을 가졌던 공룡 GM. “GM에 좋은 것이 미국에 좋다”던 기업이었지만 ‘승자의 오만’에 빠져 2009년 6월 고꾸라졌다.
리더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오만’과 ‘안주’이다. 책임감과 소명의 현실 직시, 상대의 흉계 간파 등 냉철한 판단력을 가져야 한다. 책임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Responsibility’는 응답(Response)하되, 능력(Ability)있게 하라는 뜻이다. 주변과 공감과 성찰로 치밀하게 관찰하고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