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건설로봇, 검은 월요일 뚫고 ‘대흥행’
경쟁률 약 800대 1, 상초 베팅 80%대 후반...실적·밸류·수급 다 갖춰
[이경주의 IPO]는 최근 국내에서 주목받는 기업공개(IPO)와 관련한 핵심 이슈를 연재 보도합니다.
◆이경주 대표는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더벨 산업부에서 유통, 운송, 전자, 자본시장부(IPO)에서 취재 경험을 쌓았다. 현재 자본시장 콘텐츠 전문 매체인 '딜스토리'를 운영하고 있다.
전진건설로봇이 기관수요예측에서 ‘대흥행’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2000여개 기관이 참여해 상초(상단을 초과) 가격에 90%에 가깝게 베팅하는 등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최상급 결과를 얻어냈다.
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결과다. 최근 공모주 시장 분위기는 '묻지마 투자'에서 '옥석가리기'로 급격히 전환했다. 특히 전진건설로봇 수요예측 마지막 날은 증시가 유래 없이 폭락한 ‘검은 월요일’이었다.
큼직한 핸디캡 두 개를 극복한 딜이다. '악재속에도 될 놈은 된다'라는 점을 후발주자들에게 시사한다. 전진건설로봇은 ‘글로벌 재건수요’에 기반한 탄탄한 펀더멘털이 강점이다. 반면 기업가치(밸류)는 주가수익비율(PER)이 7~8배에 그칠 정도로 시장친화적으로 제시했다. 상장 후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수급도 최상급(유통물량비중 16%)이다.
흥행을 위한 3대 요인인 △탄탄한 펀더멘털 △시장친화적 밸류 △우수한 수급을 모두 갖췄었다.
◇ 검은 월요일에 되레 추가 베팅…2000여곳 기관 참여
6일 자산운용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전진건설로봇은 전일(5일)까지 진행한 수요예측에 총 2000여개 기관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청물량 기준 경쟁률은 900대 1에 가까운 수준으로 올 해 나온 중형딜 가운데 최상위급으로 알려졌다. 발행사 공모가 희망밴드는 1만3800원~1만5700원이고, 공모액은 427억~483억원이다.
질적으로도 우수했다. 상초 베팅 비중이 80%대 후반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공모주 시장이 상장 후 뿐 아니라 상장 전(수요예측) 단계까지 급격히 냉각된 것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결과다.
상장 후 투심 악화는 7월 초 상장한 이노스페이스가 상장일 종가가 공모가를 20%나 밑돌면서 확인됐다. 상장 전 투심 악화는 뱅크웨어글로벌이 7월 말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150대 1에 그쳐 올 들어 처음으로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가로 정하면서 확인됐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전진건설로봇은 올 상반기 광풍이 불었던 시기와 비슷한 수요예측 투심을 끌어냈다.
특히 수요예측 마지막날(5일)엔 국내 증시가 폭락하는 대형 악재까지 겹쳤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77% 하락한 2441.55포인트로 마감했다. 역대 최대 하락폭이었다. 코스닥지수 역시 11.3% 하락 마감했다.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심과 엔캐리 트레이드 약화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코스피 종목 99%가 하락했기 때문에 IPO 시장 투심도 출렁일 수 있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기관들은 전진건설로봇에 대한 우호적 투심을 그대로 유지했다. 실제 전진건설로봇은 수요예측 4일차였던 지난 2일(금) 신청물량 기준 경쟁률이 700대 1 수준으로 최종 경쟁률(약 900대 1)보다 낮았다. 검은 월요일(5일)에 되레 추가 베팅이 이뤄졌다.
◇ 재건 테마주로 탄탄한 실적…밸류는 시장친화적, 수급까지 완벽
업계에선 옥석가리기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공모주 수익률 안정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에 투심이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옥'으로 분류되면 '광풍'시기와 비슷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그리고 전진건설로봇은 흥행 3대요인(실적·밸류·수급)을 모두 갖추고 있던 딜이었다.
전진건설로봇은 건설현장에 쓰이는 콘크리트펌프카 제조사다. 레미콘트럭이 시멘트를 운반해오면 콘크리트펌프카가 시멘트를 펌핑해 길다란 구조물인 붐(Boom)을 활용해 고층 건설현장에 타설하는 역할을 한다. 인명사고가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 구조물도 훼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른 바 안전과 안정성을 갖추는 것이 기술력이다.
전전건설로봇은 글로벌에서 지난해 8%를 점유한 글로벌 5위권 업체다. 특히 프리미엄 제품 격전지인 북미시장에선 지난해 점유율이 25%로 2위다. 매출 70%가 수출이고, 40%는 경쟁난도가 높은 미국서 벌고 있다.
그런데 최근 호재를 맞았다. 2021년 말 미국정부가 1조달러(약 1380조원)를 도로와 철도, 상수도, 전력망 등 사회적생산기반에 투자하기로 하는 인프라투자법(IIJA)을 통과시켰다. 지난해는 터키대지진으로 유럽시장에서 대규모 재건수요가 발생했다. 모두 막대한 건설현장을 만들어내는 대형이벤트다. 콘크리트펌프카 수요도 그만큼 늘어났다. 상장사로 치면 '재건 테마주'가 됐다.
덕분에 2020년 912억원이던 매출이 2023년 1584억원으로 커졌다. 2020~2023년 연평균 매출증가율이 20.7%다. 프리미엄 제품을 팔고 있어 수익성도 우수하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2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0.8%다.
매력적인 에퀴티스토리(재건)와 실적을 갖췄는데 밸류는 저렴했다. 예상 시가총액이 2120억~2412억원인데 최근 12개월치 순이익(295억원) 기준 PER(주가수익비율)이 7.18~8.17배에 그친다. 일각에선 PER 12배까지 수용가능한 에퀴티스토리로 본다.
무엇보다 상장일 주가흐름을 밝게 전망할 수 있는 수급을 갖췄다. 상장 후 유통가능물량이 246만2120주로 상장예정주식수(1536만574주)의 16%에 그친다. 그리고 유통가능물량은 전량 공모주주 보유주식이다. 상장 직후 공모주주들만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구조다.
IB업계 관계자는 “옥석가리기로 안정성 높은 발행사에 수요가 몰리면서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벌어지는 것 같다”며 “전진건설로봇은 실적도 탄탄한데 밸류는 시장친화적이고 수급까지 좋아 주목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진건설로봇은 오는 7일 확정공모가를 발표할 예정이다. 일반투자자 청약은 이달 8~9일 양일간 진행된다.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