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행복도 연습, 기질이 아닌 기술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목적론으로,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를 행복(에우다이모니아)에 둔다. 그런 욕망조차 한없이 긍정하거나 얻기가 쉽지 않다. 부자 되고, 승진하고, 지식이 많아지면 행복해질 것으로 여겨 앞만 보고 투자와 노력에 매진할 뿐이다.
과연 성공하면 행복할까? 행복의 본질은 기쁨, 자존심, 소명 실현 등의 탁월함이다. “한 마리 제비가 왔다고 해서 봄이 온 것은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의 핵심은 ‘목적 지향적 사고’로 좋음(Agathon·선<善>)을 추구라는 선택행위이다. 목적은 서로 연결되어 좀 더 높은 단계, 탁월성에 따르는 영혼의 활동이다. 훌륭한 삶에는 반드시 궁극적 목적이 존재해야 하며 이것이 없다면 인간의 모든 행위는 공허하고 무의미해진다.
예수는 산상 설교에서 팔복이란 심령이 가난함, 애통함, 온유함, 의에 주리고 목마름, 긍휼히 여김, 마음이 청결함, 화평케 함,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공자는 올바르게 살며, 인간의 ‘본마음’을 유지할 때 행복이 얻어진다. 정치학 교과서에 해당되는 서경(書經) 「홍범」편에 인간이 향유하는 오복을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이라고 하였다. 장자의 행복은 ‘지락무락(至樂無樂)’, 즉 ‘최고의 즐거움은 즐거움인 줄 모르는 상태’이다.
영국 사상가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이란 “주변 사물과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크고 작은 일에 열정을 가지는 것으로 잘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나 행복에 도움이 된다.” 동시에 현실 사회에서의 능동적인 삶을 살아갈 때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반면 독실한 그리스도교 신자인 힐티는 행복을 신과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자기성찰을 행복으로 보았다.
이처럼 행복의 정의는 무수히 많을 뿐만 아니라, 행복과 좋은 삶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일상의 가장 행복한 순간은 ‘좋은 사람과 행복한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닐까? 성공한 사람일지라도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알면서도 실천하기 어렵다.
인도의 정신적 정치적 지도자 간디의 아들은 술주정뱅이에다 이슬람교로 개종하고 방탕했다. ‘빈자의 성녀’ 테레사 수녀는 겉보기와 달리 내면세계에서는 ‘신의 부재’로 고심하며 내적 갈등을 겪었다. 1953년 페르디난드 페리에 주교에게 보낸 서한에서 그는 “마치 모든 게 죽은 것처럼 내 안에 너무나 끔찍한 어둠이 있다.”면서 신의 일을 망치지 않도록 자신을 위해 기도를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행복의 조건은 저마다 각양각색으로 옳고 그름이 없다. 하버드대 행복학 강의를 하는 탈 벤 샤하르가 내린 ‘행복은 즐거움과 의미가 공존하는 주관적 감정’이라는 말에 꽂힌다. 최고의 선과 행복한 기억을 연료 삼아 힘을 얻자.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이 일과 균형을 잡아야 한다. 미국 퓨 리서티 센터의 설문 조사 결과로 한국 사회가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17개국 선진국 국민을 대상으로 “삶에서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조사했는데, 가족을 꼽은 대다수 나라들과 달리 오직 한국만이 ‘물질적 풍요’를 1순위로 꼽아, “한국인은 돈밖에 모른다.”는 자조와 냉소가 넘쳤다. 대부분 국가들은 경제적인 수준과 행복 등수가 엇비슷하게 가지만 한국은 경제 대국임에도 행복지수가 낮은 것이 의아하기 때문이다.
좋은 직장, 높은 연봉, 비싼 집, 건강 등 고대부터 인생의 성공 혹은 행복의 조건에 대한 다양한 담론이 있지만, 지금까지도 한 가지로 결론이 나진 않는다. 그만큼 인생에는 다양한 변수들이 있고, 그에 걸맞게 대처하며 살아내는 우리네 인생이 복잡다단한 것도 사실이다. 삶의 만족이나 행복에 이르는 조건을 하나로 모으기가 힘들지만 행복의 조건을 찾아본다.
첫째, 인간관계로, 인간의 삶이 만족하거나 행복하려면 그의 ‘관계’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아무리 명문대학 졸업장과 좋은 직장, 풍요로운 삶을 살더라도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좋지 않으면 그 삶은 만족스럽지 않다. 둘째, 내면의 만족이다. 물질이 꼭 행복의 조건은 아니며, 오히려 부의 축적은 더 큰 것을 원하거나, 가지고 있는 것을 잃을까 불안해지는 속성이 있다. 셋째, 행복은 내게 아주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것에 숨겨져 있다. 서양인들의 행복 속담 ‘하루의 행복은 이발소에 가는 것이고, 일주일의 행복은 결혼하는 것이고, 한 달 행복은 말 타는 것이고, 일 년 행복은 새집 짓고 사는 것’이다. 평범한 가운데 흘러가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일상을 행복으로 여기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다. 넷째, 의미 있고 좋은 삶의 습관을 만들어야한다. 행복은 어디에나 있다. 행복은 내가 생각하지 않은 곳에서 솟아오르고 쇠락하기를 반복한다.
빛과 어두움은 늘 있다. 빛은 행복이고 어둠은 불행이라는 등식은 잊어야 한다. 빛은 경쾌한 음악으로, 어두움은 숭고한 시로 승화될 수 있다. 찾아온 행복을 낯설어하지 않는 것, 어제를 잊고 지금 다가온 행복을 어색해하지 말고 한껏 끌어안을 줄 알 때 행복이 시작된다.
진정한 행복은 자신이 충족감으로 만족하거나 즐거움을 느끼는 상태다. 여기에서 ‘충족(fulfillment)’이란 자기가 원하는 어떤 욕구나 욕망이 채워져야 하는 조건부가 아니다. 불안감이나 초조감을 느끼지 않고 안정을 느끼거나 또는 희망을 그리는 심리적인 상태에서의 ‘좋은 감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