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욱의 철강, 오늘과 내일] 높아져만 가는 비관세장벽, 대응 방안은?
금년 초에 ‘작년 비관세장벽 역대 최대’라는 제목의 신문 기사가 눈에 띄었다. 내용을 읽어보니 관세부과를 제외하고 각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무역에 개입하는 ‘비관세장벽’이 지난해 역대 최대치인 6,360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년간 3배나 급증한 것으로 기술표준, 위생·검역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거나 ‘안보’를 이유로 들며 상품과 원자재 수출입을 통제하는 사례 등이 급증한 데 따른 영향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무역장벽은 크게 관세장벽과 비관세장벽으로 나뉜다. 비관세장벽은 수출입을 제한하는 쿼터 및 허가제, 무역기술장벽(TBT), 농축산물에 주로 적용하는 위생·검역 조치(SPS) 등이 포함된다. 비관세장벽이 급증하는 것은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가운데 각국이 경쟁적으로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선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눈에 잘 띄어 국가 간 분쟁으로 이어지기 쉬운 관세장벽은 2016년 343개에서 2023년 145개로 감소하는 동안 상대국이 판정하기 힘들고 무역통제 효과도 큰 비관세장벽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비관세장벽 증가세는 특히 무역기술장벽과 위생·검역 조치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6년 2,332개이던 무역기술장벽은 2023년 4,079개로 크게 늘었다. 위생·검역 조치도 같은 기간 1,392개에서 2,088개로 증가했다. 식량과 화석연료, 핵심 광물 등의 수출 통제를 포함한 기타 조치 역시 138개에서 193개로 늘었다. 여기에 통관 지연 등 WTO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 ‘그림자’ 비관세장벽까지 포함하면 실제 수치는 더 클 수 있다는 것이 무역 당국의 설명이다.
최근 비관세장벽의 추세를 살펴보면 수출제한 품목은 화석연료 및 석유(44.1%), 곡물(11.4%) 등으로 한국의 주요 수입 품목인 반면, 수입제한 품목은 기계류(17.3%), 자동차 및 부품(15.3%), 철강(9.9%) 등으로 한국의 주요 수출상품인 것으로 나타나 원자재를 수입해 반도체나 자동차, 철강 등 중간재와 완제품을 파는 한국에 더욱 불리한 상황인 것이 특징이다.
각국이 자국 생산기반 확대에 나서면서 세계 수입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54%에서 2023년 49.5%로 떨어졌다. 주요 수출국이 4개 이하로 공급망 문제에 취약한 병목(bottleneck) 생산품도 2000년 778개에서 2021년 1,075개로 증가했다.
무역통제 주체가 상대국 정부인 만큼 비관세장벽에 대응하기 위해선 정부의 역량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역통제의 주체가 상대국 정부인 만큼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선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정부가 주체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기고문에서 필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수입재 방어는 시장 논리에 맡기거나 의존해서는 해답이 없기 때문에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움직임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보호무역주의’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이 비관세장벽이 높아지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유독 우리만 자유시장경제 논리만을 고집할 이유가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은 수출중심 국가이기 때문에 무작정 수입재를 막을 수는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얘기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국산업 특히 기간산업을 보호하고 자국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무역통제 효과가 큰 비관세장벽, 그림자 비관세장벽에 대한 검토와 시행 등 정부의 고민이 더 깊어져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