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뜨거운감자' 분산에너지법, 전력 소비자에 혜택 돌아가야
내달 분산에너지법 시행…차등 전기요금제 등 혜택은 '미비'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 위해 정부 측 단·중·장기적 대책 필요 EU, 발전 및 전력 판매 완전 자유화…송·배전 법적 분리 '完' 전력 직거래요금 설계·DSO 내부운영기준 수립 등 포함해야 전력거래소·한전 보유 정보공개…이해관계자 행동변화 유도 지자체 협의 통해 사업장 특화지역 설정…차등요금제 '발판'
인터뷰 : 김경식 ESG 네트워크 대표(고철연구소장),
이택윤 고철연구소 선임연구원
최근 글로벌 탄소중립 실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철강 등 산업 전반에 동력원 역할을 담당하는 에너지 부문에서도 'RE100' 등 탈(脫)탄소 열풍이 뜨겁다. 친환경 제품에 대한 기준이 생산 및 판매 전 주기로 확대되면서 기존 화력 발전 등을 대체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같은 흐름을 반영해 지난해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에너지법)을 제정하고, 내달 14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직류배전(MVDC)을 활성화하고, 에너지 공급망 안정성 증대에 이바지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법안 시행까지 한 달도 안 남은 현 시점까지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 등 전력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돌아갈 실질적 혜택에 대해서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연내 실질적 시행 여부와 실효성이 불투명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경식 ESG 네트워크 대표(고철연구소장)과 이택윤 선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정부에서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럽 등 선진국을 벤치마킹해 제도를 정비하고, 시장을 순차 개방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김경식 대표는 "지방에서 생산된 전기를 지방에서 소비하도록 유인해 송전 부담은 줄이고, 재생에너지 활성화로 탄소중립 달성도 속도를 낼 수 있다"며 "줄어드는 송전 비용과 늘어나는 배전 비용을 조정해 유인 동기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직거래요금제를 신설해 전력 소비자들에게 지역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동기를 부여하고,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해 전력시장을 경쟁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택윤 선임연구원은 "현재 대다수 유럽 국가들은 경쟁 정도는 다르지만 전력 소매 시장을 개방한 상태"라며 "이후 EU 주택 전기요금에서 재생에너지 관련 비용은 2배 가량 증가했고, 발전 단위당 탄소배출 집약도는 26%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아래는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Q>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에너지법)이 등장한 배경은?
<A> 크게 봐서 두 가지다. 첫째는 지난 2013년 밀양 송전탑 사태 이후 지방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것이 어려워 졌다. 두 번째는 재생에너지 발전은 반드시 가야할 길인데 전력 생산의 지역 편재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방에서 생산된 전기를 지방에서 소비하도록 유인 동기를 주자는 취지다. 이를 통해 송전 부담은 줄이고, 재생에너지 활성화로 탄소중립 달성도 속도를 낼 수 있다.
<Q> 기존 전력 계통과 어떤 차이점이 발생하는지?
<A> 먼저 송전과 배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송전은 원자력, 화력 등 기존 전력을 345kv 또는 765kv 변전소를 거처 154kv 변전소까지 담당한다. 배전은 154kv로 고압 소비자에게 제공하거나 154kv 변전소에서 22.9kv로 1차 감압과 변압기에서 220·380v로 2차 감압 후 소비자에게 공급된다. 재생에너지가 확산되기 전까지는 이러한 한 방향 송배전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큰 문제도 없었다.
그러나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저장장치(ESS),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등 분산전원 자원은 대부분 메가와트(MW) 단위 중소형 발전설비로 22.9kv 배전망을 통해서 수급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고압 송전선에 연결해서 장거리 송전을 하기보다 배전, 즉 지역 내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Q> 전력 계통 관리상 분산에너지법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한다. 다만 중요한 것은 전력 소비자(기업)를 지역 이전할 유인책이 있는지?
<A> 첫째는 지역 내에서 전력을 소비할 경우 절감된 송전 비용을 소비자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둘째는 재생에너지는 기후 등에 따라 간헐성·변동성이 심한데, 이를 개선된 배전계통운영(DSO)을 통해 소비자에게 잘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DSO는 ▲발전량 예측 ▲스케줄링 ▲전압 관리 ▲출력 조정 등을 총괄하며 현재는 한국전력공사가 담당하고 있다. 향후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송전계통운영(TSO)에서는 22.9kv 이하 단위를 통제할 수 없어 DSO가 더 중요해진다.
각 기업 입장에서는 송전 비용 절감분이 어느 수준인가, 또 재생에너지를 출력제한(curtailment) 없이 이용률을 높일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 핵심은 결국 전기요금을 기존 대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 여부다.
<Q> 송전비용 절감과 재생에너지 출력 확대가 충분한 유인동기가 되는지?
<A> 현행법상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송전 비용은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인 21.6% 수준이 되면 지역별로 최대 16원/kWh까지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나 한전 입장에서는 빠지는 송전 비용만큼 손실로 이어진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이용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LNG를 비롯한 비상시 급전 설비와 ESS 등 기존 대비 4.9배 많은 부대 설비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줄어드는 송전 비용과 늘어나는 배전 비용을 조정해서 유인동기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Q> 앞선 설명만 보면 실효성이 부족하다. 대안은 있는지?
<A> 바로 그 점이 걱정이다. 제도는 만들었는데 현재 법령은 한계가 명확하다. 이에 따라 정부가 단·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하고, 한전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단기적 측면에서는 장거리 송배전 부담을 해소하고, 재생에너지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전압수준(Voltage Level) 기반 전력 직거래요금을 설계해야 한다. 또 최대한 가치 중립적 DSO 운영이 되도록 내부 운영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특화지역 내에는 재생에너지 공급자 뿐만 아니라 ESS 등 다양한 수요조절 기능이 있기 때문에 시장 대응이 신속히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는 DSO 역할이 중요해진다.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전기사업법 개정이 필요하다. 전력거래소와 한전의 다양한 정보를 체계적·정기적 공개해 이해관계자 행동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특히 하반기 제주도에서 시행하는 시장기능 활성화를 위한 시범사업과 내달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운영 데이터 공개는 매우 중요하다. 정보 독점은 시장을 키우지 못한다.
더 나아가 도매가격 결정 시스템(SMP)을 폐지해야 한다. 현재 SMP의 80% 이상이 가장 비싼 LNG 발전에 의해 결정된다. SMP는 그 자체의 문제점도 많지만, 재생에너지 확산에 가장 큰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이 외에 송전 부문을 한전에서 분리하고, 배전감독원을 설립하는 등 다양한 개선점이 필요하다.
이미 유럽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 국가들은 이같은 내용을 시행 중이다. 유럽 내 재생에너지 발전이 활발한 것은 시장 시스템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Q> 유럽은 과거 어떻게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했는지?
<A>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앞선 1987년 발효된 '단일 유럽법(Single European Act)'에서 1992년까지 단일 시장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유럽위원회가 1996년 발표한 '제1차 전력 지침(96/92/EC)'에서는 발전 및 소매 판매 부문을 부분 자유화하고, 송전 및 배전 부문에 대한 제3자 접근 허용을 의무화했다.
또 2003년에는 '제2차 전력 지침(지침 03/54/EC)'을 도입했다. 2004년과 2007년까지 비주거용소매 판매와 모든 소비자에 대한 판매를 각각 자유화하는 것이 골자다. 발전 부문의 완전 자유화와 송전과 배전간 법적 분리도 포함했다.
오늘날 대다수 EU 국가는 경쟁 정도는 다르지만 지침에 따라 소매 판매 시장을 개방했다. EU 전기 요금은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높은데, 이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기인한다.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주택 전기요금에서 에너지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46%에서 37%로 감소했지만, 재생에너지 관련 비용은 6%에서 13%로 증가했다. 네트워크 비용은 27%로 차이가 없었다. 같은 기간 EU 발전 단위당 탄소배출 집약도는 369g CO2e/kWh에서 275g CO2e/kWh로 26% 급감했다.
<Q> 철강사 입장에서 분산에너지법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
<A> 먼저 지자체와 협의해 공장 소재지를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설정되도록 해야 한다. 특화지역 내에서는 전력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할 수 있다. 앞서 전압 기반 요금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철강사들은 고압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상당한 이점이 있다. 그러나 한전 독점을 경쟁체제로 전환해야 활용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