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 칼럼] 수입재 방어, 불가피한 선택이다

2024-05-17     정하영
정하영

세계 철강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중국산 영향이 큰 것이 현실이다.

중국산 수입재가 전체 수요나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일부 품목의 경우 40~50%에 달할 정도다. 일본의 경우 최근 아연도금강판 등 품목별로 수입재 비중이 10%가 넘어가면서 “한국 등 강재 수입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는 등 경계감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그들이 우려하는 것은 수입재 비중이 10%가 넘어갈 경우 시장 고착화 현상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국과 함께 중국산 수입 증가를 특히 걱정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민관, 산업, 제조유통업계 간의 협력과 신뢰가 높아 수입재의 시장침투가 가장 어려웠던 일본 철강시장의 변화를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중국산 수입 증가가 무서운 것은 낮은 가격에 엄청난 물량 때문이다. 말 그대로 시장을 흔들어 버린다고 볼 수 있다.

전 세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높은 비중을 바탕으로 중국이 수출을 확대하면 막대한 물량으로 인해 말 그대로 “중국의 재채기에 독감에 걸리게 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국내 철강 시장의 어려움은 인구절벽과 산업성숙화로 인해 수요기반이 둔화된 가운데 저가의 중국산 수입이 증가하면서 판매가 어렵고 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내 철강 수요가 증가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철강사들의 생존과 철강산업의 지속 생존 발전을 위해서는 해외시장을 확대하고 국내시장을 수입재로부터 방어해야 한다.

수입재 방어를 위해서는 정부나 관련 기관, 철강업계 모두 보다 적극적인 인식 전환과 역할이 요구된다. 일본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단순히 시장의 기능에 맡겨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보다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일이다. 철강산업 근간이 무너지면 생산, 유통 모두 생존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고 이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협회 등 관련기관들은 수입재 모니터링을 통해 동향과 시장 영향을 철저히 파악하는 한편 수입량 증가 시 반덤핑(AD) 조사 등을 활성화해야 한다. 수출이 많은 우리로서 AD를 실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경계감 통보만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또한 KS 등 품질 규격 및 인증 절차 강화 등 기술적, 제도적으로 수입이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나름 효과가 있는 일이다.

철강업계의 경우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수요업체 간의 신뢰와 협력도 제고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소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국산 제품 사용이 오히려 중장기적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표적 사례로 지난 2021년 일시적 철강재 공급부족 현상이 발생했을 당시, 중국은 우리에 대한 수출량을 크게 줄였고 국산 이상의 높은 가격을 제시했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철강산업의 구조를 보다 경쟁력 있게 개편해야 한다. 예를 들면 상공정이 부족한 상하공정 불균형을 해소해 차공정용 등의 수입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해외 현지 생산판매 체제를 구축해 단순 수출을 줄임으로써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수입을 줄일 수 있도록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더불어 시황 변화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유연한 생산판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2000년대 초반 이후 공급과잉 지속으로 양보다 원가 중심의 조업체제를 구축해 왔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시황에 따라 보다 유연하게 생산, 판매량을 조절할 수 있는 유연 생산판매 시스템 구축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체제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