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아파트 부실공사는 왜?

2023-07-27     남영준
남영준

아파트 부실 공사로 세상이 시끄럽다. 공사를 하다가 무너지고, 철근이 튀어나오는 등 몇십 년 전에나 있을 일이 뉴스에 나오고 있다.

왜 이럴까?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지겠지만, 이 기회에 되짚어 보고 싶은 게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서두르는 습관이 있다. ‘빨리빨리 문화’로 유명한 한국이지만, 건설 공사는 아니다. 빠른 공사로 기적을 이룬 한국 건설이지만, 이제 잠시 멈추어서 보자.

아파트 건설 현장의 이야기는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단다. 서두르는 게 아니라 공사 기일을 늦출 수가 없다. 주 52시간 근로제에다 레미콘이나 시멘트 파업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일이 잦다. 이런데 예전에 수주한 아파트 공사는 발주 금액과 준공 시기가 고정돼 있어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입주 지연과 늘어나는 비용으로 걱정이 태산이다.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공법이 많이 발달했다. 공사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조강 콘크리트 사용이 일반화되고, 더 빠른 콘크리트가 개발되고 있다. 철강업계도 공기 단축용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공기 단축 방법은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마음마저 단축하면 안 된다.

우리 속담에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 매어 못 쓴다”는 말이 있다. 모든 일에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 아래층 콘크리트가 굳기도 전에 바로 위층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다 무너진 사고가 엊그제이다. 비가 오는데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무리수가 있다. 아무리 바빠도 실을 바늘귀에 꿰지 않고 허리에 묶어 쓸 수는 없다.

건물을 지지하는 것은 구조이다. 건물의 구조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게 철골 구조방식과 철근콘크리트 방식이다. 철근콘크리트는 철을 콘크리트 안에 넣어 구조체를 만드는 방식이다. 철은 인장력이 강해서 압축력이 강한 콘크리트와 서로 보완 관계이다. 또 철이 기후 변화와 습도에 약한 걸 콘크리트가 보호해주어 내구성이 높아진다. 제대로 하면 이만한 구조물이 없다.

철근콘크리트로 지은 빌딩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있는 16층의 잉갈스(Ingalls) 빌딩이다. 1903년에 건축되었으니 120년이나 되었다. 한국은 1912년에 세운 한국은행 본점 건물이 가장 오래된 철근콘크리트 건물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철근콘크리트 건물은 아랍에미리트의 ‘부르즈 할리파’ 빌딩이다. 156층 즉, 584m까지 철근콘크리트로 지어졌다.

논어 자로편(子路篇)에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는 말이 있다. 빨리하고자 욕심을 내면 일이 성사되기 어렵다는 말이다. 너무 서두르다 일을 제대로 마치지도 못하고, 큰 손실을 본다.

급할수록 천천히 하라는 실증 실험이 있다. 독일 드레스덴기술대학 디르크 헬빙 교수와 헝가리 에트보스 대학의 타마스 비첵 교수가 위기 속에서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 방문 하나로 사람들이 빠져나갈 때 위험이 없는 상태에서 45초 동안 초속 1m로 나가면 90명이 나간다. 그러나 서둘러 초속 5m로 나가면 서로 부딪쳐 65명 밖에 나가지 못한다.

만약 위험 상황이라면 45초 동안 몇 사람이 쓰러져 장애물을 만들고 45초 동안 빠져나간 수는 45명으로 줄었다. 여기에 사람 수가 400명으로 늘어나면 쓰러진 부상자가 깔려 사망자가 발생하고, 45초 동안 3명밖에 나오지 못하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급할수록 서두르지 말라는 교훈이 있다. 공기를 맞추려고 무리수를 두면 안 된다. 지금은 ESG 경영 시대이다. 하나의 실수가 회사를 휘청거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