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잘못된 신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
흔히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인지심리학의 확증편향(確證偏向, confirmation bias)을 갖고 있다.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믿음에 유용하다고 여겨지는 정보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심지어 과학적 근거 없는 사실까지도 과신한다. 반면 자신과 다른 이념이나 사실은 불신한다. 이것은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인간 본연의 경향성과 현실 세계의 정보와 증거가 복잡하고 불분명하기에 자기 신념에 맞는 정보를 찾으려는 외적 일관성 때문이다.
사이비 종교집단의 지도자 도로시 마틴은 12월 21일에 세상의 종말을 불러올 대홍수가 일어난다고 설교했다. 사난다교 신자를 제외하고 모든 생명체가 전멸한다는 예언이다. 마틴의 추종자들 중 많은 수는 종말에 대비하려고 소유물을 팔고, 직장까지 그만두었다. 종말 전날 밤, 한 장소에 모인 신자들은 신의 계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홍수 시작인 12시가 지나도 세상은 멀쩡했다. 거짓 예언으로 신자들이 의기소침하고 분노에 쌓일 법도 한 데, 상황은 정반대다. 마틴은 눈 깜짝하지 않고 “방금 사난다신으로부터 신자들이 밤새 너무 열심히 기도하였기에 세상을 구원하기로 결심하고 홍수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이런 확증편향과 ‘인지부조화’ 이론은 종교에만 한정된 것이 아닌 서로 연관성이 있다.
1957년,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의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이론은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믿음이 틀린 것으로 판명되었을 때, 잘못된 믿음을 인정하기보다는 현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왜곡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잘못된 믿음을 인정하는 심리적인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에 오히려 현실을 왜곡하여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자신을 합리화한다.
그 대표적 사례로 빌 클린턴(Bill Clinton)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을 든다. 이 현상은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관찰된다. 예를 들어 비싼 돈 주고 최고급 차를 샀는데 소비자보호원에서 이 차에 결함이 있다고 발표하는 경우, 대부분 사람들은 비싼 차 산 것을 후회하고 자동차 회사를 비난한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정반대의 반응을 보인다. 구매한 차의 좋은 점, 긍정적인 정보만 수집한 후 ”왜 좋은 차를 결함이 있는 차라고 하느냐?“며 오히려 소보원에 시비를 건다. ‘자신이 구매한 차가 최고급 차’라는 믿음에는 잘못이 없다고 합리화, 정당화한다. 거꾸로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구매한 차가 좋은 차라고 홍보하기도 한다.
한국 전쟁 당시 중공군들은 미군 포로를 공산주의로 전향시키는 데 이용했다. 포로들에게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글을 쓰게 한 후 포상으로 쌀을 조금 주거나 사탕 몇 개, 담배 몇 개비를 주었다. 포로들은 사소한 상품을 받기 위해 자신의 사상과 다른 행동을 한 것이 괴로웠다. 문제는 글을 쓰고 유치한 포상을 받은 미군들 중 상당수가 나중에 공산주의자로 전향했다는 것이다. 자신은 사탕 몇 개에 넘어간 것이 아니라 정말로 공산주의를 좋아해서 전향한 것이라고 자기를 합리화한 것이다. 전향시키는데 가혹한 고문이나 엄청난 뇌물이 필요치 않았다.
인지 부조화 현상은 CEO나 리더들에게서도 볼 수 있다. 자신이 입안(立案)하고 집행한 정책에 오류가 나타나는 경우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자신의 결정을 합리화하는 쪽으로 몰고 간다. 인지부조화는 신념과 증거의 불일치로 생기는 불편한 정신 상태가 태도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형편없이 재미없는 영화를 보여주고 한 그룹에게는 20달러를 주면서 영화가 재미있다고 해달라고 요청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1달러를 주면서 영화가 재미있다고 해달라고 하는 실험이 있었다. 페스팅거가 예상한 대로 20달러를 받은 사람은 20달러 정도면 거짓말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재미있었다고 했다. 1달러를 받은 그룹은 20달러 받은 사람보다 훨씬 호의적으로 영화가 재미있다고 말을 했다. 고작 1달러를 받으려고 거짓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영화가 정말 재미있다고 왜곡한다.
자기 정당화의 덫에 걸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라는 현실과 기억의 왜곡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닌 자신을 합리화하는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