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욱의 철강, 오늘과 내일] 미국의 우회 조사 급증 원인과 대응 방안
얼마 전 한국무역협회(KITA)에서 ‘미국 우회 조사 급증과 우리 기업의 대응 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보고서를 읽어보면서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대미 수출환경이 녹록지 않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우회 조사 급증 배경과 원인을 되짚어보고 수출환경 변화에 대비하여 주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 살펴본다.
보고서에 따르면, ‘22년에 미국이 개시한 수입규제 우회 조사는 역대 최고치인 26건을 기록하여 반덤핑, 상계관세, 세이프가드를 비롯한 수입규제 조치가 ’20년을 정점으로 하락세인 것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상무부는 이미 부과된 반덤핑·상계관세 조치를 회피하기 위해 동남아 등 제3국을 우회하고 있다고 의심되는 제품에 대해 다수의 조사를 개시하였으며, ‘22년에 개시된 26건 중 17건이 중국을 대상으로 한 우회조사 건이다. 조사대상이 된 우회 유형 중 ‘제3국 조립·완성’이 22건으로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을 대상으로 개시된 17건의 조사 가운데 제3국 우회 유형이 1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 중 13건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세안 국가를 경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건은 한국을 경유한 알루미늄 호일 케이스인데, 한국을 경유하여 미국으로 수출된 중국 제품에 대한 최초의 우회 조사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본 보고서에서는 미국의 우회 조사 증가의 직간접적 원인으로 3가지를 언급하고 있다. 첫 번째는 개편된 ‘철강 모니터링 시스템(SIMA)’과 ‘알루미늄 모니터링 시스템(AIM)’이다. 두 번째는 ‘21년 9월에 개정된 반덤핑규칙에 따른 ‘우회 조사 규정의 신설’을 통해 일부 규정을 강화했다. 세 번째는 미국의 대중국 제재 수단 확대 기조에 따른 미국 기업의 적극적인 우회 조사 제도 활용이다. 미국은 주요 타겟이 되는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해서 232조 조치뿐만 아니라 다수의 품목이 반덤핑·상계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가운데, 추가 수단으로 우회 조사가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우회 조사 유형으로는 ①미국 내 조립·완성, ②제3국 조립·완성, ③사소한 변경, ④추후 개발된 물품이 있으며, 이 중 최근 미국의 우회 조사는 ‘제3국 조립·완성’ 유형의 조사에서 상무부의 ‘종합적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 우회 조사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제3국 조립·완성’은 제3국에서 수행되는 공정이 ‘사소하거나 중요하지 않은지’ 여부가 핵심이나 상황에 따라 판정이 달라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2년에는 한국, 인도, 대만 등 중국 외 국가를 대상으로도 우회 조사가 실시되었던 만큼, 중국산 외에도 해외에서 조달한 자재가 미국의 수입 규제 조치를 적용받는 품목인지, 해당 거래가 우회 수출에 해당하는지를 미리 점검할 필요가 있다.
본 보고서에서는 일단 우회 조사가 개시되더라도 미 조사 당국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만약에 조사대상 기업이 조사에 비협조적일 경우에 조사 당국이 해당 기업에 ‘불리한 이용 가능한 정보(AFA; Adverse Facts Available))’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수입 규제는 이미 2018년도 트럼프 정부 때 강화되기 시작하였으며, 당시 AFA, 특별시장상황(PMS), 미 상무부의 직권조사, 무역확장법 232조 등의 수입 규제 틀을 마련하여 그 기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우회 조사를 강화한 배경에는 중국제재와 무관하지 않으며 트럼프 정부 당시에도 특별시장상황(PMS)을 적용하여 이미 한국을 중국의 우회 수출 국가로 지목하고 모니터링하기 시작하였다. 그 외 동남아 국가인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을 중국의 우회 수출국가로 모니터링 해오고 있었다. 그때부터 미국이 사실상 중국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진행할 때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이 무더기로 제소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한국도 특히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 규제 품목 확인을 통해서 우회 조사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하지 않으면 언제든 제소를 당할 수 있다는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수입규제 중인 중국산 대체수요 공략 시 수출물량 조절 등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미국의 우회 조사 증가와 함께 AFA 적용, 미 상무부의 직권조사 등 수입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수출기업의 지속적인 현지 시장 모니터링과 수입 규제 동향에 관심을 가지고 사전 예방을 통한 점검과 대비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