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造船의 미래⑧] 韓中日 조선산업 주도 '차기 주자는?'

자연조건‧후방산업 등 조건 갖춰야 인도 러시아 이란 차기 주도국 후보 결격사유로 성장은 제한적

2021-07-02     최현웅

한국 중국 일본은 글로벌 조선산업을 주도한다. 다음 조선산업의 패권은 어떤 나라가 가져갈 것인가? 후발 주자가 한‧중‧일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수 조건이 필요하다. 첫 번째 조건은 자국 영토 내에 ‘바다’가 있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데로 그냥 바다가 아니라 천혜의 조건들이 구비된 그런 ‘양질의 바다’여야 한다. 두 번째 조건은 인력의 공급 조건과 인건비적인 강점이다. 우선 제조업에 유입될 수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인구가 있어 한 조선소 당 수천 명에서 수만 명에 이르는 현장 직공들의 수급이 보장되어야 한다. 연구소부터 생산 현장까지 수십~수백 가지 직군의 전문 인력들이 교육받고 훈련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해야 한다. 결정적으로 그 인력들이 바라는 임금 수준이 적어도 중국보다는 더 낮아야 한다. 세 번째 조건은 후방 산업의 지원 환경이다. 특히 경쟁력 있는 제철소가 필수다. 이 세 가지 필수 조건을 가지고 조사해 본 결과 인도, 러시아, 중동의 이란이 ‘강력한 후보’로 보인다. 브라질도 있었지만 산업 평균 임금이 이미 중국을 추월하고 있어 후보에서 제외했다.

- 글 싣는 순서 -

① 조선업의 부활 후판시장 활력...하반기 수요 '맑음'
② '사양산업' 논란, 대체 수단 '無' 시장 수요 충분
③ 한‧중 ‘인건비 격차’ 10년간 2배 유지
④ ‘표준 선박 대량생산’ 일본, 오히려 쇠락
⑤ 한국 미래는 한국의 선택에 달려있다
⑥ 韓中日 조선소, 제주도 반경 600km내 포진
⑦ 조선산업 성공의 키(key)는 '1급 제철소'
⑧ 韓 中 日 조선산업 주도 '다음 주자는?'
 

대우조선해양

 

‘신의 영역’을 살펴 보기로 한다. 조선 산업의 경쟁력을 위한 ‘신의 축복 3종 세트’인 기온, 강수량, 바람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이 ‘신의 선물’을 받는 것은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일이다. ‘세계 기후 분포도’ 기준으로 보면 한‧중‧일 조선소에 위치한 지역과 비슷한 기후대에 바다를 가진 나라는 생각보다 적다.

북반구는 한‧중‧일 포함, 미국, 중동 일부 및 서유럽 국가들이 있다. 남반구는 남미의 브라질, 우루과이, 오세아니아의 뉴질랜드 북부, 시드니와 캔버라가 있는 오스트레일리아 남동부 일부, 아프리카의 남쪽 끝단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전부다. 그러나 이들은 조선을 시작하기엔 산업인구의 한계가 있거나 이미 너무 ‘선진국’이다.

인도, 러시아, 이란을 앞서 언급한 조선 산업의 ‘강력한 대안 후보’들의 조건을 대입해 보면,. 먼저 인도는 신의 선물을 받지 못했다. 기후가 사시사철 너무 덥고 습하다. 바다에 면한 인도의 최북단이 중국의 최남단의 위도와 비슷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너무 춥고 바람이 많이 분다. 러시아의 최남단 항구가 북한의 최북단과 맞닿아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이란은 사막 기후인 남쪽 해안가와 달리 수도인 테헤란이 있는 북쪽의 해안은 기후가 한국과 비슷하여 조선업을 하기 적합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산업에 종사할 인구도 많으며 아직 임금 수준도 중국보다 낮아 조선 경쟁력을 갖출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런데 이란의 북쪽 바다인 ‘카스피 해’는 다른 바다로 오고 갈 수 없는 ‘닫힌 바다(Closed Sea)’다. 엄밀하게 말하면 다른 바다로 통하는 러시아 운하가 있긴 하지만 최대 통과 가능 폭이 16.8m에 불가해 일반적인 상선 수출은 불가능하다.

중국의 발전 이후 제조업의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는 동남아시아 지역 신흥국가들도 사정은 여의치 않다.

동남아 국가들은 위의 첫 번째 조건인 ‘양질의 바다’와 두 번째 조건인 ‘풍부한 인력과 인건비적 강점’에서 주목받는 국가들이다. 그러나 나머지 조건이 ‘아직은’ 매우 열악하다. 특히 세 번째 조건인 제조업 후방산업 기반이 너무 미성숙한 상태다.

현재로서는 1급 제철소는커녕 배를 만들기에 필요한 수천 가지의 기본 부품들도 가까운 곳에서 구할 수가 없다. 이들이 조선업을 시작한다면 대부분의 부품을 당분간 경쟁국인 한‧중‧일에서 비싼 운송비와 로열티를 지불하며 공급받아야 한다. 또한 기후조건이 조선 산업에 적합하지 않다. 이들도 ‘신의 선물’을 받긴 받았으나, 그것이 조선업을 위한 것은 아니다.

조선 후발국들에게 중국의 존재는 정말 좌절 스러울 정도로 높은 ‘진입 장벽’이다. 많은 신흥국들이 조선 산업에 욕심을 내지만 용기를 못 내는 이유도 단연코 ‘중국의 존재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장벽도 만만치는 않다. 한‧일 두 나라는 내수 시장의 한계로 수출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천연자원도 부족하고 관광 인프라도 상대적으로 약해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 수출 제조업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절박한 조건’은 어떤 나라의 제조업이 발전하는데 필요한 ‘필수 조건’이다. 즉, 제조업으로 먹고 살 수밖에 없는 나라는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혁신과 기술개발이 이루어지고 결국 제조 강국이 된다.

이런 점 때문에 오히려 자원 부국이자 엄청난 내수 시장을 가진 중국이 한국, 일본보다 먼저 조선 산업을 떠나게 될 수도 있겠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할 수 있다. 중국이 해군력 유지와 자국 내 필수 운송 물량을 소화하는 수준으로 산업을 축소시킨다면 신흥국들에게 조선 산업에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세계 기후의 변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한‧중‧일 각 국의 조선 산업 정책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이에 따른 ‘기회의 이동’이 어떻게 발생할 지가 글로벌 조선산업을 전망하는 중요한 검토 요소가 될 것이다. 또한 각 국가의 인구 변화, 특히 제조업 관련 인력 증감 현황, 국민 평균 임금 수준의 변화도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중요한 점은 조선 산업을 위한 ‘신의 선물’은 누군가 열심히 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선 산업은 엄청난 자본과 고정 시설을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해야 하는 산업이다.

그러니 특별한 기회 이동의 요소가 나오기 전에는 후발 주자가 생기기도 어렵고 기존 투자를 한 국가도 산업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조선에 적합한 기반을 이미 갖춘 나라가 약점인 ‘제조 인력의 감소’와 ‘인건비의 상승’ 등의 문제에 대한 창의적 해결책을 고안해 낸다면 이들 국가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부자 나라이지만 인구가 절대적으로 적어 신흥국 국민들을 노동 인력으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중동의 산유국들이나 싱가포르의 사례가 있다.

만일 한국에서도 특정 산업에 한하여 제한된 인원수의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과 국제 시장가 기준의 임금 체계를 허용한다면? 아니면 남북 통일이 되지 않더라도 경제협력 및 북한의 제조인력 육성 지원 차원에서 인력 교류를 할 수 있게 된다면? 흥미로운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료: 대한조선학회, ‘조선인이 쓰는 조선 이야기’-이종무 대우조선해양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