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造船의 미래②] '사양산업' 논란, 대체 수단 '無' 시장 수요 충분

운송 수단 효율성 면에서 선박 가장 뛰어나 코로나19 팬데믹 후 교역 부활, 수요 급증 ‘자급 자족형 경제’ 회귀는 불가능

2021-06-22     최현웅

‘사양(斜陽)’은 정오의 태양이 서서히 기울어져 지평선이나 수평선 아래로 저무는 것을 의미한다. 사양산업은 수요가 없어져 시장이 대폭 축소 혹은 사라지거나, 시장은 그대로 있으나 국가 차원에서 산업 경쟁력을 잃어 무대에서 사라지는 사업을 말한다.

최근 업황이 좋아지면서 빈도는 줄었으나 한국 조선 산업은 사양산업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과거 섬유와 가발 등 경공업 기반의 산업도 사양산업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주요산업에서 이탈했고, 호황기보다 산업의 국가 경제 기여도가 떨어지긴 했다. 하지만, 변화를 거듭한 기업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에 뛰어든 후발 기업들은 여전히 산업을 든든하게 지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사양산업이 망하는 사업으로 귀결하는 것은 아니다.

중소 조선 산업의 붕괴, 소수의 대기업이 과점한 한국 조선 산업이 과연 사양산업일까? 조선인들의 측면에서 보면, 지속 기능의 희망은 남아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조선 산업이 힘을 모아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 조선 산업 전문가로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는 이종무 대우조선해양 책임이 대한조선학회 웹진에 연재하고 있는 ‘조선인이 쓰는 조선 이야기’를 기반으로 사양산업 논란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기로 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조선업의 부활 후판시장 활력...하반기 수요 '맑음'
② '사양산업' 논란, 대체 수단 '無' 시장 수요 충분
③
④
⑤

경남

 

선박이 항공기‧트럭‧열차에 밀린다?

조선 산업은 선주의 요청으로 선주의 요구에 맞춘 선박을 짓는 사업을 영위하는 산업이다. 따라서 조선 산업의 사양산업 여부는 선박이라는 교통수단의 미래 수요 지속 가능 여부부터 살펴봐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선박의 수요나 시장 자체는 당분간 사라질 가능성은 별로 없을 전망이다. 일부 일반인과 전문가는 “항공기나 철도, 트럭, 파이프라인(기름이나 가스 등을 운송하는) 등이 선박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지 않나?”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들 운송 수단들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선박 대비 경쟁력이 많이 부족하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평균적으로 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기준 철도는 한 번에 최대 60개를 운송할 수 있고, 트럭은 2~3개, 항공기는 중량 기준 3개 정도만 할 수 있다. 반면, 지난해 HMM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인도받은 세계 최대 크기의 컨테이너 운반선은 한 번에 최대 2만4000개의 컨테이너를 운송할 수 있다. 운송 단위의 크기는 경제성의 문제로 직결되므로, 비교 자체가 의미가 없다.

특히 도로와 철도 등 육로 운송은 주요 루트마다 효율성 있는 운송 인프라를 확충해야 하는 막대한 비용 문제가 걸림돌이고, 설사 이를 확보했다 하더라도 바다에 막히면 답이 없다. 항공기도 공항이라는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상대적으로 작은 투자인 항만과 선박을 이용한 해상 운송만큼 효율과 경제성을 가진 다른 방법은 당분간 찾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급 자족형 경제’ 회귀는 불가능

사양산업 논쟁을 부추긴 또 다른 것은 다름 아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각 국가가 화물과 사람의 이동 및 교역을 차단했고,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 경제의 장기 침체 등이 맞물리면서 각 국가는 ‘자급자족’을 핵심으로 한 자국 우선 경제정책을 추진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면서 해상 물동량의 큰 몫을 차지했던 원유와 석탄 등의 이동량을 줄이려는 흐름도 해운 수요의 급감을 예측하는 이들의 강한 지지를 얻었다.

‘신(新)고립주의’라는 단어까지 나온 상황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위세가 아무리 강하고, 미국이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재구성은 장기간 구축된 교역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각 국가의 자급자족이 가능한가?”를 생각해 보면 답이 보인다는 것이다.

글로벌 해상 물동량이 극적으로 줄어들기 위해서는 전 세계 주요 생산, 소비국들이 자국 안에서 구한 원자재와 에너지 자원만 가지고 필요한 물품을 스스로 생산하여 잉여 없이 소비하는 ‘자급 자족형 경제’가 가능해야 한다. 세계에서 원자재를 대부분 자국 안에서 구할 수 있고, 물품 가격이 비싸지더라도 무조건 자기 나라에서만 만들며, 딱 필요한 만큼만 만들고 혹 남는 건 그냥 폐기하는 그런 나라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는 그래서 좋든 싫든 이런저런 이유로 서로 협력하고 교류하며 살아가야 하는 얄궂은 운명 공동체다.

2020년 하반기부터 해상 물동량은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늘어나고 있고, 이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수출입 기업의 화물 운반선 섭외 애로, 치솟는 운송료 등은 인위적인 자급 자족형 경제로의 구성은 불필요한 조치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결국, 수요와 시장적인 측면에서 조선 산업은 앞으로도 ‘라이징 선(Rising Sun)’까지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매력이 있는 산업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게 조선‧해운업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대한민국 조선 산업은 앞으로도 충분히 일거리를 구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자료: 대한조선학회, ‘조선인이 쓰는 조선 이야기’-이종무 대우조선해양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