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철강유통 '넛크래커’ 장기부진에 ‘고사상태’…기업파산 급증
[진단]철강유통 '넛크래커’ 장기부진에 ‘고사상태’…기업파산 급증
  • 김종혁
  • 승인 2020.09.23 0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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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없는 날도 태반…실수요 제조업 경기악화
법인파산신청 8월 31.5% 급증 철강경기도 최악
철강 메이커 가격 인상 실수요에 반영 불가능
철근 열연 형강 등 유통價 하락 없으면 ‘다행’

국내 철강 유통업계가 고상 상태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깊다. 영세업체일수록 상황은 심각하다. 매출은 코로나19 여파로 반토막이 났고, 자금력은 수요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소위 바닥 시장 수요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소규모 유통상들은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기로 빠듯하다.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A사 사장은 “매출이 아예 없는 날도 요즘엔 비일비재하다”면서 “중국은 수요가 좋다고 하고, 국내 철강 대기업들은 가격을 인상한다는 데 바닥 시장은 수요가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주요 산업은 코로나19에서 회복되고 있다는 분위기와 달리 개점휴업인 중소 제조업체들은 상당수에 이른다는 지적이다.

실제 철강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법인들의 파산은 5월부터 4개월 연속 전년 수준을 웃돌고 있다. 최근 7월과 8월은 증가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된 데 따른 영향이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국내 법인들의 파산 신청 건수는 8월 79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31.7% 급증했다. 7월 103건으로 역대 7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가율은 5월 5.5%, 6월 2.3%에서 최근 2개월 급등했다. 1~8월 누계는 70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78건) 증가했다.

자료=법원행정처/페로타임즈 정리
자료=법원행정처/페로타임즈 정리

철강 유통업체들은 최근 손실 우려까지 깊어지고 있다.

철강 메이커들은 코로나19 탈출을 위해 증산과 함께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철강 소재를 쓰는 제조업들은 여전히 부진을 겪고 있어 인상에 대한 저항감이 크다.

유통업계는 이들 사이에서 넛크래커 신세다. 메이커들의 인상분을 실수요 업체에 반영해야 손실이라도 면하지만, 시장 여건은 여전히 최악이다.

실제 포스코 현대제철 등은 8~9월 연속 가격을 인상했지만, 유통 가격은 제자리걸음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주 철근 가격은 톤당 64~65만 원이다. 그나마 가격이 하락하지 않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수입감소, 제강사 감산 등이 수급을 타이트하게 했다.

형강은 코로나19가 확산된 3월 이후로는 줄곧 내리막이다. 건축용 소형 기준 3월 말 80만 원이었던 형강 유통 가격은 현재 74만 원까지 내려갔다. 현대제철은 지난주 10월부터 3만 원을 인상한다고 발표했지만, 시장 분위기는 냉랭하다.

열연 유통 시장도 다르지 않다. 포스코는 8월과 9월 연이어 수입대응재 가격을 2만 원씩 인상했다. 유통 가격은 67만 원까지 올랐지만 호가에 불과했다.

포스코 판매점 관계자는 “손실을 피하려면 (포스코의 인상분을) 판매 가격에 반영해야 하지만, 수요가 부진한 상태여서 어느 판매점도 올린 가격에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유통 부문의 기능이 상실되면 철강업계 전반에 걸쳐 더 큰 손실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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