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영의 법률이야기] 영업비밀 관리체계를 구축하자
[정관영의 법률이야기] 영업비밀 관리체계를 구축하자
  • 정관영
  • 승인 2020.09.22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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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영 데이터로 대표 변호사
정관영 데이터로 대표 변호사

직업병인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여러 회사들을 돌아다니면서 그 회사의 보안시설이 어떤지와 정보자원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눈여겨보게 된다.

잠깐 방문하는 것만으로 보안 수준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회사의 출입통제시스템이 어떠한지, CCTV는 어디에 설치하였는지, 출입 등급과 접근 등급을 어떻게 분류하고 있는지를 훑어보고, 사내에서 노트북·USB·DVD 같은 PC나 모바일 정보저장매체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대략 감이 온다.

여기에 더하여 회사의 보안규정·보안전담조직·보안서약서 등 정책문서들과 정보자원 반출 관리 실태를 들여다보면 ‘감’은 ‘사실’로 확인되곤 했다.

만일 회사의 영업비밀과 보안 관리가 취약하다고 판단되면 대표이사나 임원이 자리에 계신지 묻고 잠시 시간을 내줄 것을 요청하여 본래 용무에 대해 브리핑한 뒤 영업비밀, 보안 관리 팁을 드리는데, 이렇게 하면 대부분 좋아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특허청 산하의 특허기술정보 서비스 전문기관인 특허정보원으로부터 용역을 받아 2014년 1월 1일부터 2015년 6월 30일까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 관하여 전국 각급 법원에서 선고된 민·형사 판결 또는 결정(비공개 판결 또는 결정 포함)들을 전수(全數) 조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결과 참고할만한 통계와 수치가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영업비밀 침해 민사사건의 경우 가처분 사건의 비율은 42%를 차지했다. 2014년경 전국 법원에 접수된 전체 민사사건에서 전심급 민사신청 및 (재)항고사건이 차지하는 비율이 18.1%(법원행정처, 2015년 사법연감)인 것과 비교하면 영업비밀 침해 민사사건에서 가처분신청 사건의 비율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이러한 통계는 영업비밀 침해 사건의 경우 부정경쟁방지법에서 그 구제수단으로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금지·예방,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의 폐기, 침해행위에 제공된 설비의 제거 등 물권적 청구방법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권리구제 수단이 강력하고, 영업비밀 침해 사건의 경우 신속한 권리구제의 필요성이 일반 민사사건 보다 훨씬 큰 특성 때문으로 이해된다. 이 추세에 따르면 향후에도 가처분 사건의 활용은 유지되거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전체 영업비밀 침해 민사사건 중 영업비밀 유지의무가 있는 자의 부정공개행위인 “라”목이 51%, 부정공개자로부터의 악의취득행위인 “마”목이 21%로 도합 72%를 차지했다. 

영업비밀 침해 형사사건 중에서는 비밀유지의무자의 부정공개행위인 “라”목이 46%, 부정공개자로부터의 악의취득행위인 “마”목은 15%로 도합 61%를 차지했다. 이는 영업비밀을 유출하거나 침해한 자들 대부분이 내부자이거나 이들과 공모한 자들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회사는 영업비밀이나 영업용 주요자산을 다루거나 관리하는 임직원이 갑자기 사직한다고 하거나, 회사의 주요 거래처에서 갑자기 거래를 끊고 다른 곳과 거래한다고 하거나, 회사에서 개발 중인 제품과 유사한 제품을 다른 회사에서 제조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경우 핵심인력의 동향을 파악해야 할 것이고, 이들의 복지에 지속적으로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셋째, 영업비밀 침해 사건의 주요 쟁점으로, 민사사건과 형사사건 모두 공히 ‘영업비밀 보유자가 해당 정보를 비밀로 관리하고 있었는지’가 문제되는 “비밀관리성” 쟁점이 각각 41%, 3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실제 판결이유들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영업비밀을 회사가 비밀로서 관리하였는지 여부가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진 사례들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이상의 내용을 요약하면, 영업비밀을 유출하는 사람들은 회사의 전·현직 임직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에 대한 복지와 관리에 유의하고, 특히 비밀 관리에 힘을 기울이며, 가처분을 통해 신속한 구제를 꾀하라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그러나 판례 분석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뭐니 뭐니 해도 ‘예방’이 최고라는 점이다. 회사의 실정에 맞는 영업비밀 관리체계를 구축하여 비밀 유출을 예방할 것을 적극 권한다.

◆ 정관영 변호사는....

현재 법률사무소 데이터로(DataLaw)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회 위원,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감사, 디지털타임스 고정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2016년 클라우드 산업발전 공로로 장관상을 수상했다.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대학원 외래교수, 특허정보원 주관 영업비밀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판례 분석 및 DB 구축 연구 선임연구원, 미래창조과학부 주관 방통융합미래전략체계연구 “클라우드 서비스 표준약관에 관한 연구”의 책임연구원을 맡았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공격 특별검사팀 특별수사관(별정직 3급)으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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