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태만상] ‘쉴드’로 파헤친 긴 터널의 탄생
[철태만상] ‘쉴드’로 파헤친 긴 터널의 탄생
  • 김종대 페로타임즈 대표
  • 승인 2019.06.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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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페로타임즈 발행인

터널공사는 어려운 난공사이다. 대형 굴착장비인 쉴드 TBM이 등장면서 터널 공사는 보다 손쉬워 졌다. 쉴드는 엄청난 크기의 철강재 덩어리이다. 땅을 뚫는 톱날에는 공업용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다. 이 다이아몬드가 단단한 암석을 파헤치는 것이다.

현대식 공법으로 완성된 대표적인 터널은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도보해협을 통과하는 유로(Euro) 터널이다. 이 터널은 오랫동안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1987년에 다시 착수하여 6년 만에 완공됐다. 길이는 총 50.45km(해저 37.9km)이다.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긴 터널로 기록되고 있는 것은 2010년도에 관통된 스위스의 고트하르트 베이스(Gotthard Base) 터널이다. 총 연장은 57.07km이다. 이 터널은 알프스산 정상에서 지하로 약 2000m 깊이를 남북으로 관통하고 있다.

이 터널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전까지, 알프스 산맥을 넘기 위해서는 산 위를 가로지르는 ‘고트하르트 패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해발 2000m가 넘는 이 도로는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이어주고 독일 등 유럽 북부 국가와 알프스 남쪽까지 연결하는 길이었다.

그런데 이 도로는 1980년 이후부터 교통량이 10배나 급증하여 환경오염과 교통 체증이 심각해 졌다. 매년 이 도로를 통해 120만대의 대형 화물차가 통행하고 있었으니 환경오염은 알프스 산의 청정도를 위협했던 것이다.  스위스 정부는 1994년도에 과감한 조치를 내렸다. 처음에는 알프스 도로 건설을 금지하고 점차 알프스를 횡단하는 화물차 대수도 엄격히 제한했다.

그러나 교통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알프스를 관통하는 고속철도의 건설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일명 ‘알프 트랜싯 프로젝트(Alp Transit Project)’가 진행됐다. 유럽 고속철도망에 이 도로를 연결하는 것이었다. 이 공사에서 터널을 뚫을 때 ‘쉴드 공법’이 적용됐다.

‘쉴드(shield)공법’은 터널 굴착시에 지반의 붕괴를 막아 주는 장비이다. 19세기 초 영국의 한 토목공학자가 고안한 것인데, 굴착과 동시에 쉴드로 지반을 지탱하게 만드는 공법이다. 이 쉴드공법은 영국 런던의 템즈강 지하를 관통하는 370m짜리 터널공사에도 적용되었다. 

스위스 알프스 지역 지하를 관통하는 ‘고트하르트 베이스 터널’(GBT)은 각각 57㎞ 길이의 2개의 터널이 스위스 알프스 산악 지역 약 2800m 지하를 통과한다. 개통된 시기는 2016년 6월1일이다. 

GBT에는 시속 240㎞의 고속 열차가 달린다. 이 열차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이탈리아 밀라노까지 연결되며, 매일 260편의 화물열차와 65편의 승객용 열차가 운행된다. 이 공사는 1996년에 시작됐으며 공사비만 103억달러(약 12조2096억)가 들었다. 공사기간은 20년이 걸렸다. 공사하는 도중에 8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루 20~25m씩 굴착한 공사에서 반출되는 암석이 매일 3000~5000t이나 되었다고 한다. 굴착에 사용된 TBM(Tunnel Boring Machine)은 무게가 3000t, 길이는 440m, 지름은 10m이다. 이 공사 과정에서 총 굴착된 암석은 2820만t이라고 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5개 분량과 맞먹는 양이다.

TBM은 터널을 뚫을 때 쓰는 장비이다. 정식 명칭으로는 ‘터널 보링 머신’이다. TBM은 일회용이라 재활용 부품만 빼고 전부 폐기처분한다. TBM을 국내 최초로 건설에 도입해서 성공한 사례는 광주 도시철도 1호선 노선의 지하구간 남광주역 ~ 도청역(현 문화전당역) 구간이다. 이 분야는 독일이 100%독점하고 있다고 한다.

땅 속에서 인간의 편리를 도모하는 인프라 시설은 철강재로 만든 문명의 이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혁신적 도구의 등장은 세상을 참 좋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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