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현의 인문산책] 한류의 원조 조선통신사①
[박기현의 인문산책] 한류의 원조 조선통신사①
  • 박기현
  • 승인 2019.06.21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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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이 발발했을 때 일본은 이미 경제력이나 군사력에서 조선을 압도할 만큼 앞서기 시작한 상태였다. 그러나 폐쇄된 섬나라였기에 학문과 문화 예술은 국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일본은 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조선과의 교통을 간절히 원했다. 조전 조정은 전쟁의 상흔으로 많은 피를 흘렸으나 결국은 일본과 다시 선린관계를 맺기로 했다. 그리고 드디어 조선통신사를 일본으로 보내기로 한 것이다. 이 결정은 과연 옳은 것이었을까? 400여 년 전 역사의 현장으로 되돌아 가 보자.

260년간의 선린 교류

1592년 임진왜란으로 조일양국은 철천지원수가 되었으나 1607년 다시 선린 관계를 회복한다. 일본 측이 선린과 교류를 강력하게 원한 데다 조선도 일본의 정세를 살펴야 했기에 쇄국을 풀기로 한 것이었다. 이 선린관계는 적어도 260년 정도 계속되는데 그 사이 조선은 부산포에 왜관을 설치, 일본인들의 상륙을 허락하여 평균 5백 명 이상의 일인이 조선에 들어와 상거래를 하게 되었다.

또 조선 조정은 일본에 1607년부터 1811년까지 12차례의 조선통신사(정식으로는 9회)를 보내 문물을 교류케 했다. 이것은 일본의 정치지도자인 쇼군이 바뀌면 정례적으로 통신사를 요청한 일본 측의 강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선통신사 가와고자부네도 병풍
조선통신사 가와고자부네도 병풍

조선통신사는 정사와 부사 등 3백 명에서 5백 명으로 구성돼 왕복에 열 달 정도 걸린 리스크가 큰 여정이었다. 수륙 일만 리의 험로를 헤쳐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제2차 통신사(1617)의 경우, 479명이나 되는 일행이 부산 영가대에서 6척의 배를 나누어 타고 출발해, 쓰시마섬에 도착했다. 정사 일행은 일본 배를 빌려 조선으로 도착 소식을 알리는 한편 이키섬으로 이동하자 일본 측에서 영접선이 100여 척이나 나와 환대했다. 이들은 하카다 앞에 있는 아이노시마라는 작은 섬을 통해 시모노세키로 들어갔는데 이 때 통신사 접대에 닭 천 마리, 계란 1만 개가 준비되었다는 기록도 보인다.

이미 통신사 일행은 영접선과 함께 610척의 배와 인원 2,900명으로 늘어나는 대선단이 되었다. 통신사 일행은 일본의 중심부로 들어서는 세토나이 해협을 따라 가미노세키와 후쿠야마 앞을 지나 오카야마 앞의 우시마도에 도착하게 되었다.

일본인들은 이 잠시의 숙박을 이용해 조선인들을 만나 문물을 익히고 배웠다. 선진문화를 마음껏 즐기고 받아들였다. 이들의 다음 목적지는 오사카였다. 호사스런 오사카 문물과 극진한 환대에 조선통신사들이 놀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들은 화려하고 사치스런 교토를 거쳐 비와호수를 끼고 육로로 움직여 하코네, 그 다음은 나고야였다. 하천이 많은 곳이라 일본의 쇼군은 이곳에 임시 가설 다리를 275척의 배로 만들어 붙여 일행이 건너가게 하는 환대를 보여주었다. 그림으로 남겨진 이 당시의 광경은 장관이었다. 이들은 다시 온천으로 지금도 유명한 하코네를 거쳐 최종 목적지 에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통신사 일행이 머무는 곳마다 수많은 일본의 학자들이 나와 조선의 앞선 학문과 문화 예술 과학의 수준을 배워갔다.일본 열도에 한류의 문명 젖줄이 전래되는 역사적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건 표면적인 그림이었다. - 2편에서 계속 -

<연결> [박기현의 인물산책] 조선통신사 일본을 너무 얕본 것일까②

※ 박기현 작가는...

안동 출신인 박기현 작가는 우리 역사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데 힘써왔다. 《조선의 킹메이커》를 집필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렸다. LG그룹 홍보팀장, 국제신문사 기자, 〈도서신문〉 초대 편집국장, 〈월간 조선〉 객원 에디터, 리브로 경영지원실장, (재)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1991년에 문화정책 비평서 《이어령 문화 주의》를 출간하며 글쓰기를 시작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류성룡의 징비》 《조선참모 실록》 《우리 역사를 바꾼 귀화 성씨》 《KBS HD 역사스페셜》(제5권) 《악인들의 리더십과 헤드십》(동양편, 서양편) 등의 역사서와 《한국의 잡지출판》 《책 읽기 소프트》 등의 교양서 10여 편, 《러시안 십자가》 《태양의 침몰》 《별을 묻던 날》 등의 장편소설 및 여러 권의 번역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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