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은의 의학이야기] 인체의 중심축 아틀라스·탈루스
[김해은의 의학이야기] 인체의 중심축 아틀라스·탈루스
  • 김해은
  • 승인 2020.06.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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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목뼈·거골, 머리·몸 하중 버티며 연결
데모케테스...외과의(醫) 통찰력 보여줘, 면역 등 자동장치가 치료
김해은 한사랑의원 원장(도봉구 의사회 부회장)
김해은 한사랑의원 원장(도봉구 의사회 부회장)

맨하탄의 록펠러 빌딩 앞에 거대한 지구를 떠받들고 있는 아틀라스상이 있다. 이곳의 아틀라스는 다른 조각상과 달리 지구를 받들고 있는 팔에 힘이 넘치고 결연하여 세계를 짊어지고 경영하는 미국의 위상을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아틀라스의 벌이 아니고 세계를 향한 리더십이다.

우리 몸에도 머리를 떠받들고 있는 목뼈를 그리스 신화의 아틀라스에서 빌려와 이름을 지어주었다. 제1목 뼈(Atlas)는 고리 모양으로 생겨서 환추 또는 고리 뼈라고도 한다. 고리 뼈는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척추 뼈로, 제2목뼈(Axis)와 함께 관절을 형성하여 머리뼈와 척추를 연결한다. 머리의 하중을 수직으로 감당한다.

이렇게 수직하방으로 체중을 감당하고 견고하게 몸의 중심을 잡게 하는 뼈가 또 있다. 목말 뼈 또는 거골(距骨, Talus)은 발목뼈 중 하나로 외측복사 뼈와 내측복사 뼈를 통해 정강 뼈와 종아리 뼈들과 함께 관절을 이룬다. 발목 내에서는, 아래로 발꿈치 뼈, 발배 뼈와 관절을 이룬다. 이러한 관절을 통해 몸의 하중을 발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1세는 스스로를 왕 중의 왕이라 칭하는 절대군주였다. 그는 최초로 왕의 길이라는 2,700km길이의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왕의 도시 페르세폴리스를 세웠다.

그가 30세에 말을 타고 사냥을 나갔다가 발목을 삐는 바람에 발이 틀어져 극심한 고통을 받게 되었다. 당시 페르시아에 이집트 출신 의사들이 많이 진출해 시의로 있었는데, 그 중 가장 유능한 의사가 심하게 탈골된 왕의 발목을 복원하였다. 그러나 왕의 통증은 그치지 않았고 신하들은 다른 의사를 찾아야했다.

사모스에서 폴리크라테스의 주치의로 일했던 그리스 출신 의사 데모케테스가 용하다는 소문이 났었다. 데모케데스는 포로의 신분으로 페르시아에 끌려와 있었다. 그는 다리우스 1세 앞으로 불려왔고 다리우스 1세를 치료했다. 그런데 데모케데스의 처방은 가만히 두라는 것이었다. 수 주일이 지나고 다리우스 1세는 후유증 없이 나아 데모케데스의 지위는 향상되었고 큰 상을 받았다.

발목 탈골에 대한 그의 복원술은 정확했고 관절을 만지면서 발생한 출혈과 부종으로 통증이 악화되었고 시간이 경과하자 염증반응이 가라앉아 다리우스 왕의 발목은 회복되었던 것이다. 사실 역사에 기록된 만큼 발목이 뒤틀렸다면 양측 복숭아뼈의 골절과 더러는 거골의 골절이 동반되어 수술적 복원 없이 회복되기는 어렵다. 아마도 발목 인대 손상이 동반된 심한 염좌 정도였을 것이다. 당시에는 함무라비 법전의 관례에 의하여 왕의 병을 고치지 못한 외과의사는 죽은 목숨이었다. 치료 중에 환자가 사망하면 외과의사의 양손을 자른다는 내용이 법전에 기록되어 있었고 바빌론 제정 후 천 년간 이 법을 따랐다 한다.

이 이야기는 데모케테스의 외과의사로서의 뛰어난 통찰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외과의사가 하는 일은 자르고, 붙이고, 고인 것을 빼내고, 막힌 것을 뚫어주는 것이 전부이고 조직차원의 치료는 우리 몸에 내장되어 있는 면역과 창상회복이라는 자동치료 장치가 작동하여 낫게 한다.

최소한의 개입으로 환자가 스스로 낫는 것을 경험한 데모케데스는 다리우스 왕에게도 적용하였고 그 후 고향으로 돌아가 행복한 여생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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