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은의 의학이야기] 장기이식
[김해은의 의학이야기] 장기이식
  • 김해은
  • 승인 2020.05.28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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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살려는 장기의식 열망 도덕·철학적 난제...정체 혼란
‘The Moor’s Leg’ 그림 검은다리 이식한 기적 표출
김해은 한사랑의원 원장(도봉구 의사회 부회장)
김해은 한사랑의원 원장(도봉구 의사회 부회장)

장기이식의 가장 큰 난제는 이식 거부반응이다. 거부반응은 면역학의 분야이다. 방대하고 여러 가지 생리화학적인 반응이 관여하기 때문에 해결되지 않는 난제가 많이 남아있다. 이식거부의 문제가 해결되면 영원히 사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의료선진국의 수많은 연구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연구비를 쓰고 있다.

갑이라는 사람과 을이라는 사람이 신체의 상부와 하부를 각각 동일하게 공여하여 병이라는 사람이 되었다 하자. 우리는 갑과 병을 동일하게 보고 을을 공여자로 본다. 왜냐하면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기억, 믿음, 소망, 가치관, 공포라는 정신적 작용을 담당 하는 곳이 뇌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갑이 머리 아래 이하의 모든 신체를 이식받는다 하여도 병은 갑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좌뇌와 우뇌를 각각 이식받은 갑과 을이 동일한 인물로 간주될지는 또한 철학적 난제로 남는다. 이식의 기술이 더 한층 발달 되면 자신의 정체성을 이루는 기억, 믿음, 욕망, 가치관, 공포만 이식하는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 다양한 이식 수술과 함께 따라오는 도덕적·철학적 난제는 자신의 정체성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문제로 남아있다.

장기이식에 대한 열망은 옛사람들도 간절한 소망이었다.

펠릭스 4세가 치세하던 530년 로마의 한 교회에 ‘The Moor’s Leg‘ 라는 그림이 그려졌다. 그림은 검은 다리 이식의 기적을 기념하는 그림이다.

이 교회에는 성전을 지키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다리가 썩어가는 괴저병을 앓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꿈을 꾸었는데 치료를 담당하는 수호 성자 코스마스와 다미안이 그의 상한 다리를 떼어내고 검은 흑인의 다리를 이식하고 있는 꿈이었다. 그는 꿈에서 깨어났고 그의 다리는 검은 흑인의 다리로 바뀌어 있었다. 그 후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는 기적을 담은 그림이다. 검은 다리는 방금 죽어 묻힌 에티오피아인에게서 떼어다 그에게 붙인 것이라 한다.

그 후로 세월이 흘러 16세기 경 그리스 수도원의 벽화는 원본과 조금 다른 내용으로 바뀌었다. 두 성자가 다리를 이식하고 있는 내용은 같지만 바닥에 살아있는 공여자로 보이는 흑인이 고통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인종차별적인 그림이지만 다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식에 대한 기대감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죽은 자의 다리보다는 산 자(Living Donor)의 다리가 더 이식의 성공을 높일 것이라는 과학적인 진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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