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은의 의학이야기] 공동체 지키는 시민의식 필요
[김해은의 의학이야기] 공동체 지키는 시민의식 필요
  • 김해은
  • 승인 2020.03.20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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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은 한사랑의원 원장(도봉구의사회 부회장)
김해은 한사랑의원 원장(도봉구의사회 부회장)

항생제가 개발되지 않은 1900년대 초. 뉴욕의 한 요리사는 장티푸스균 불현성감염자가 됐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총 51명을 감염시키고 이 가운데 세 명이 사망했다. 장티푸스 메리(Typhoid Mary)이야기이다. 불현성감염(不顯性感染)은 감염이 되었더라도 아무런 임상증상이 없다. 항체가(價)의 상승 등으로 비로소 감염을 된 사실이 과거에 소급하여 추정 된다.
메리 맬런(Mary Mallon)은 아일랜드 태생이다. 15세에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왔다. 그녀로부터 장티푸스가 감염되고 사망에 이르렀던 사람은 실제로 더 많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1906년 뉴욕의 한 부유한 가정에서 온 가족이 장티푸스에 걸렸다. 평소 청결 수준은 보통을 넘었다. 의사들은 혼란에 빠졌다. 원인이 궁금했다. 급기야 먹는 음식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했다. 이 집에 새로 요리사가 취직한 시기와 일치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요리사가 바로 메리 맬런 이다.

의료 당국은 맬런의 과거 행적을 추적했다. 그녀는 10년간 여덟 가정에서 일하는 동안 주변 사람 22명이 장티푸스에 감염되었고 1명이 사망 하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1907년 뉴욕시 보건당국은 메리를 강제로 병원에 격리수용했다. 겉으로 멀쩡한 메리는 항변했다. 이 사건은 뉴욕타임스 1면에 실렸고 여론은 보건당국이 생사람을 잡는다고 비난했다.

그 당시는 미생물인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해 확실히 인지하지 못했다. 건강 보균자에 대한 개념도 없었다. 보건 당국은 그녀의 대변과 소변에서 장티푸스균을 분리했다. 그녀의 담낭에 균이 지속적으로 살아있다고 추측했다. 그녀에게 담낭절제술을 권고했다. 매리는 완강히 거부했다. 3년 후 메리는 요리사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퇴원했다.

생활고에 시달린 메리는 브라운이라는 가명으로 뉴욕 맨하탄의 한 병원에 요리사로 취직했다. 그 결과 의사 25명과 간호사, 직원들에게 전염시켰다. 그중 2명이 사망했다. 메리는 다시 격리되었고 23년을 억울하게 살다가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그녀를 부검한 의사들은 그녀의 담낭에서 장티푸스균을 분리했다. 국내에서도 장티푸스가 잠잠해진 것은 오래지 않다. 지금은 항생제가 개발되어 치료가 용이하지만 심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자신에게 병의 증세는 없으나 타인을 감염시킨 건강 보균자는 바이러스 간염을 비롯해 많다.

지금 전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 감염자들 중에서도 건강보균자들이 많다.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없이 목이 칼칼한 가벼운 감기 증세만 나타내지만, 남을 전염시킬 수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염력을 지닌다. 보건당국이 권장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은 자신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남들을 보호하는데 유용하다. 지구상의 있는 모든 물질(먼지 같이 가벼운 물질)은 중력에 의해 가라앉는다. 비말에 묻어 공기 중에 떠 있는 바이러스도 낙하한다. 책상, 의자, 문고리, 손잡이 등 면적이 있는 공간에는 바이러스도 가라앉는다.

잦은 손씻기와 세정제의 사용은 손으로부터 입과 코를 통한 호흡기 감염을 예방한다. 여름에 맹위를 떨치는 장티푸스나 콜레라 같은 수인성 전염병의 예방에도 손 씻기는 기본이고 청결한 도마와 행주관리가 중요하다. 전염병이 창궐할 때 공동체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개인의 자유를 구속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는 자유가 근본이지만 공화국에는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공리주의 요소가 강조되기 마련이다.

지금은 공동체를 지키는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이다. Res publ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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