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무리 주변 사람에게 좋은 평판을 얻었더라도 직속 상사의 나쁜 평가 한마디에 승진은 물 건너간 것이 된다. 직속 상사의 말은 진실이 되고 주위의 평판은 사람 잘못 본 것이 되기 때문이다. 주변의 좋은 평가는 어디까지나 참고일 뿐이다.
직속 상사가 “겪어본 내가 더 잘 알지, 당신이 어떻게 나보다 더 잘 알겠는가?”라고 한마디하면 주변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겠지만, 반론을 제기하지 못한다. 가장 근접거리에서 많은 시간을 관찰한 직속 상사의 말을 사실로 인정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사팀장 경력이 있는 나는 이런 사례를 실제로 많이 봐 왔다.
역량이 조금 부족한 상사라고 하더라도 그의 평가는 승진에 있어 절대적이다. 상사는 승진 길목에 서 있는 문지기다. 문지기에게 잘못 걸리면 절대 문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한비자(韓非子)의 『좌전』에 문지기에 대해 이런 고사가 있다. 춘추시대 주나라의 중대부 이사(夷射)는 군주 장공(莊公)과 술을 마시다가 취해서 잠시 밖으로 나와 대문에 기댄 채 쉬고 있었다. 이때 문을 지키던 문지기 ‘월궤’란 자가 배가 고프다고 하면서 먹을 것을 조금 나눠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사’는 문지기 ‘월궤’가 괘씸하다고 생각하여 한바탕 욕지거리를 해대면서 물리쳤다. 분을 삭이지 못한 ‘월궤’는 물을 한 바가지 떠다가 마치 누군가 문설주에 오줌을 싼 것처럼 뿌렸다. 이튿날 ‘장공’이 문을 지나오다 문설주 아래 오줌 흔적을 발견하고는 대체 누가 군주의 출입문에 오줌을 쌌냐고 문지기에게 물었다. “누가 오줌을 쌌는지는 못 봤지만, 어제 ‘이사’ 중대부께서 술에 취해 이 문 아래에 잠시 서 계신 것은 보았습니다.”라고 월궤가 대답했다. 이를 들은 ‘장공’은 크게 화를 내며 즉각 ‘이사’를 잡아들여 목을 베었다.
사실, 문 앞에 서 있던 것과 오줌 눈 것 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하지만 월궤는 의도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두 가지 사실을 군주에게 알림으로써 군주를 엉뚱한 방향으로 판단하도록 이끌었다. 이는 자신의 모함을 철저하게 감추는 동시에 술취한 ‘이사’의 행태가 은근히 연결되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교묘한 술수였다.
결국, 오줌을 눈 사람이 ‘이사’라는 결론은 ‘월궤’가 아니라 군주가 내렸다. 월궤는 있는 사실 두 가지를 얘기했을 뿐이다. 때문에 나중에 군주가 ‘이사’의 억울함을 알게 되더라도 ‘월궤’에게 책임을 추궁하긴 어렵다.
상사는 이런 문지기 역할을 자기에게 충성하지 않는 부하에게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승진에서 누락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반면에 당신에게 좋은 평가를 주위에 알려서 승진을 도울 수 있는 것도 상사이다. 그러므로 상사와 좋은 관계 유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