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일정한 법칙과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열역학 법칙(thermodynamic laws)은 열(heat)과 일(work)을 다루는 물리학의 분야로 에너지 흐름을 규정하는 두 개의 법칙이 있다.
열역학 제1법칙은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며 생성되거나 소멸하지 않고 형태만 바뀐다.”라는 에너지 보존 법칙이다.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태초부터 정해져 있고 우주의 종말이 올 때까지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 제2 법칙 엔트로피(무질서도)는 에너지 흐름의 방향성을 알려주는 법칙으로 물리학자 루돌프 클라우지우스에 의해 제창되었다. 그는 “외부의 간섭이 없이 서로 연결된 온도가 다른 물체가 있을 경우 열은 절대 차가운 물체에서 따듯한 물체로 이동하지 않는다.”라고 정의했다. 또한 엔트로피의 변화는 항상 증가하거나 일정하며 절대로 감소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엔트로피야말로 모든 과학에 있어서 제1의 법칙이라 했고,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아서 애딩턴(1882~1944)은 전 우주를 통틀어 최상의 형이상학적 법칙이라 칭했다.
엔트로피는 어떤 계에서 변화된 온도를 열량으로 나눈 값으로서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상태, 무용한 에너지를 일컫는다. 즉, “열은 항상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른다”와 같고 “열역학 사이클에서 모든 열이 일로 변환될 수 없다”와도 동일하다. 예를 들면 자동차를 움직이려면 내연기관에서 휘발유가 연소되어야 한다. 연소하여 발생한 열(에너지)의 일부는 동력(일)을 만들고, 일부는 배기가스를 통해 대기로 배출된다. 연소한 휘발유는 연소하기 이전의 원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이처럼 모든 것은 에너지이고 에너지는 유용한 상태에서 무용한 상태를 움직이기 때문에 엔트로피 법칙은 모든 인간 행위를 규정하는 틀이 된다.
거대도시, 물질의 진보, 대량생산 및 소비, 무기, 환경파괴 등 현대문명은 기술의 신화를 깨뜨려버렸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엔트로피(Entropy)법칙의 과정, 비가역성, 미래와 과거 사이의 비대칭성을 이해해야 한다. 오늘날도 엔트로피는 경험적 직관이자 보편성으로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시내버스는 앞문으로 타고 뒷문으로 내릴 때 순조롭다. 지하철에도 승객이 먼저 내리고 다음에 타는 게 좋은데, 만약 그게 안 지켜지면 무질서와 불평이 나온다.
역사상 전투에서 강력한 군대를 갖고도 약한 군대에 패하는 주요 원인은 지휘권의 분산이라 여긴다. 하늘에 태양이 둘이 될 수 없듯이 명령이 두 방향으로 나올 때 서로 간섭하여 통제가 안 되기 때문이다. 체중을 관리하지 않으면 저절로 배가 나온다. 청소하지 않으면 방이 저절로 지저분해지는 것도 가만히 두면 무질서로 지향하기 때문이다.
경영과 의사결정 메커니즘에서도 무질서의 증가 사례를 목격할 수 있다. 경쟁자의 간섭, 자연의 간섭, 고객의 갑질 등으로 이런 엔트로피를 이기지 못하면 망한다. 엔트로피 현상을 허용하지 않고 조직의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한 이유이다.
제레미 리프킨의 저서 ‘엔트로피’는 세계는 무용한 에너지가 늘어날수록 무질서해지고 복잡해진다고 주장한다. “모든 기술은 자연의 창고에서 꺼낸 에너지의 형태를 바꾸는 변환자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기술이 발전해온 것의 진정한 의미는 과거보다 ‘에너지를 더 많이 쓸 수 있도록’ 발전한 것이다.”
전 세계의 지구온난화가 빨라지고 이상 기후가 잦아지는 것을 체험한다. 과거 인류가 나무, 땔감으로 에너지를 사용할 때보다 현재 전기, 석탄, 석유, 원자력을 이용해 과거보다 몇십 배는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여 유용한 에너지를 무용하게 만든다. 즉 엔트로피를 증가시켰다. 에너지의 효율화를 가져왔다고 하지만 이것은 착각이며 어리석음으로 이런 세계관이 우리를 파멸의 길로 들어서게 한다.
‘저엔트로피 사회’로의 변화, 에너지의 흐름이 적은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인간이 가져야 할 시야는 자연을 지배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나가는, 그 자체로 자연과의 일체감을 가지는 것이다. 미국 칼럼리스트 모건 하우절은 “모든 것엔 가격이 붙는다. 하지만 가격표가 보이지 않는 것도 있다.”
기후 위기의 비용은 당장 눈에 보이진 않지만, 조만간 우리 생활, 경제, 산업, 환경, 더 나아가 인류 존망을 결정한다. 더 늦기 전에, 더 후회하기 전에 서둘러 기후 위기 비용 지불에 힘을 보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