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나 군대, 기업에서 보고가 아주 중요하다. 보고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전체가 움직인다.
그런데 기업이나 국가에서 편향되거나 왜곡된 보고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역사적으로 수없이 많다. 국가에서 최고 권력자의 심기만 살펴서 듣기 좋은 정보만 보고되면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이 나온다.
기업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발생한다. 작년 말 뜨거운 이슈였던 토요타 자동차의 자회사인 다이하츠공업의 대규모 인증 부정 사태, 미쓰비시자동차가 1991년부터 25년간 연비 데이터를 조작해오다 들통나서 닛산자동차에 인수 합병된 사례, 폭스바겐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 등 수없이 많다.
이런 일이 기업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유는 지나치게 경직되고 수직적인 조직문화, 성과 및 수익에 집착하는 목표지향적 문화를 꼽는다. 정보 보고를 했을 때 문책 등 개인적인 불이익이 예상되면 실무자는 의도적으로 정보 보고를 회피한다. 특히 정보 차단은 올라갈수록 심해져 임원회의 때는 최고경영자가 묻지 않으면 입을 닫는다.
처음부터 왜곡하는 보고도 있지만, 더한 것은 사실을 보고하면서도 왜곡하는 경우이다. 어떤 일을 구성하는 요소가 10가지 있는데, 그중 자신에게 불리한 요소는 약하게 해서 줄이고, 유리한 사항은 강하게 하여 늘이면 거짓은 아니라도 보고받는 사람은 사실과 다르게 인식한다. 이런 일은 항상 있는 일이다.
이런 보고는 단계가 올라가면서 점점 더 심해진다. 현실을 모르고 보고만 받는 경영자는 실제와 다르게 인식하고 판단한다. 나중에 큰 문제가 생겨서 왜 보고하지 않았느냐고 질책하면 그때 다 보고했다고 한다. 현실에 대한 실무자의 인식과 최고경영자의 인식이 보고의 왜곡으로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보고의 왜곡 현상을 막기 위해 현장 경영이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현장 경영도 최고 경영자가 온다는 정보가 입수되면 이제까지와 다른 현장이 되고, 대답이 달라진다. 군대에서 사단장이 불시에 순찰하는 경우와 미리 알리고 가는 경우가 크게 다른 것과 같다. 그래서 어떤 최고경영자는 정해진 순서나 안내가 아니라 일부러 구석구석을 가는 경우가 있다.
정보가 왜곡된 보고를 받지 않으려면 보고를 믿지 말아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보호 본능이 있다. 자기에게 불리하거나, 불리하리라고 예상되면 축소 보고한다. 아니면 기분 좋은 보고와 섞어 슬쩍 보고한다. 참수당할 각오로 사실대로 보고하는 왕조시대의 충신은 지금 없다.
물건을 사고파는 비즈니스에도 정보의 왜곡이 수시로 일어난다. 광고는 자기 제품의 장점을 극대화한다. 누가 자기 제품의 장, 단점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가. 불리한 사항은 법적으로 반드시 고시하라고 하면 작은 글씨나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슬쩍 표기하는 게 일반이다. 이런 정보 왜곡은 매일 겪는 일이다.
회사에서 있는 그대로 100% 사실 보고한다고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완전 왜곡은 아니라도 어느 정도 왜곡은 일어난다. 이런 왜곡을 제대로 잡는 일이 보고 받는 사람의 능력이고, 노력이다.
보고를 받을 때 듣기 전에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고, 좋고 싫음을 보고자 앞에서 바로 나타내고, 선입견이 가득 차 보고를 듣는다면 왜곡된 보고를 딱 받기 좋은 환경이다. 또 한, 두 사람만 신뢰하여 그들의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인다면 왜곡 현상은 더욱 심해져 간다.
어느 보고든 어느 정도 왜곡되었다고 생각하고, 보고 뒤에 숨겨진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사람에게 확인하거나 현장을 방문하여 사실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