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트로트 열풍과 팬덤 경제
[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트로트 열풍과 팬덤 경제
  • 김진혁
  • 승인 2024.09.03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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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요즘 인기가 높은 TV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트로트 예능이다. 트로트의 지속적인 열풍은 2019년부터 방영된 ‘미스트롯’ 덕분이다.

트로트 이름은 서양의 춤곡 ‘폭스트롯(foxtrot)’에서 나왔고 단조 5음계와 2박자를 주로 사용하기에 ‘뽕짝’이라고도 한다. 트롯은 뽕짝, 외색 가요, 유행가 등으로 하대하며 이단시하던 노래였다. 일본 가요의 모방이라는 멍에가 있지만, 엔카의 원류는 3박자의 월츠형이고, 뽕짝의 2박자나 4박자가 아니다. 트롯(trot)은 ‘뛰다’의 뜻으로 일본의 근대 대중가요인 엔카와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한 장르이다.

트로트의 끈질긴 생명력으로 트로트가 한국식으로 새로운 변화된 대중음악이 되었다. 문화는 시대적 산물이다. 인간의 삶이 문화의 본질이요 생활의 조각들이 문화의 유산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트롯이 열풍을 가져온 이유는? 첫째, 코로나로 인해 경제가 위축되고 희망이 없어 보일 때, 트롯은 삶의 의욕을 잃은 국민에게 우울증을 털어낼 수 있는 활력소 역할을 했다. 둘째, 진정한 음질과 가창력을 갖춘 젊은 실력파들이 시청자의 음악적 욕구를 충족시키며 눈높이를 높였다. 셋째,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유의 문화를 창조해 냈다. 넷째, 트로트에 세대교체가 일어났다. 지난 10년간 발라드는 침체하고 트로트는 부흥했다. 트로트는 흘러간 노래가 아니라 ‘힙’하고, ‘핫’한 아이템이다.

다섯째, 새로운 복고, ‘뉴 트로(New Retro 복고)’ 트렌드 확산 덕분이다. 경기 안 좋을수록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며 과거에 인기 끌던 트렌드를 그대로 옮겨 오는 것이 아니라 최신 흐름에 맞게 재해석해 현대적 가치를 입힌다. 뉴트로 주체는 10~20대 젊은 층으로 이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옛것’에서 새로움을 느끼면서 복고에 열광한다. 젊은 세대가 뉴트로에 빠진 이유는 ‘신선함’ 덕분이다.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로 느껴지지만, 그 시대를 살지 못한 세대에게는 새롭고 재미있는 경험으로 다가온다.

여섯 번째, ‘팬슈머’, ‘바이미신드롬(By-me Syndrome)’ 문화 확산이다. 팬슈머는 팬(Fan)과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로, 상품이나 브랜드의 생산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소비자를 일컫는 용어다. 일곱 번째,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형식이다. 경쟁은 인간 특유의 인정받고 싶은 본능을 자극하고 서열을 추구하는 리바이벌이다.

인터넷과 디지털 플랫폼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타인에 대한 호감과 행복에 대한 공감은 사회 규범과 윤리의 테두리 안에서 개별적으로 존재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연예인, 운동선수, 정치에 대해 호감을 가진 사람을 팬(Fan), 추종자, 지지자 또는 후원자라 한다. 팬(Fan)은 열광자를 의미하는 ‘Fanatic’에서 나왔고, ‘교회에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라틴어 ‘Fanaticus’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매스컴의 발달로 팬들은 오프라인에서 대규모로 만나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집단으로 부상하였다. 그래서 그들에게 붙여진 이름이 팬덤(Fandom)이다. 접미사 ‘dom’은 지위, 영토 또는 집단을 의미한다. 왕이 지배하는 나라는 킹덤(Kingdom)이고, 열성 팬들의 나라는 ‘팬덤’인 셈이다. 이제 열광하는 팬덤 하나 없는 연예인과 마케팅은 성공하기 힘들다. 팬덤은 ‘합리적 이유가 결여된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라고도 설명된다.

팬덤 경제의 전략은 팬덤과 프로슈머를 확보할 수 있느냐다. 모든 소비자를 현자(賢者)로 인정하고, 그들이 합리적 이성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판단하도록 우선 기회를 주고,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진정성으로 대하며, ‘착한 기업’의 가치관과 이미지를 심어준다. 유명 연예인 팬덤이 가진 문화적 또는 경제적 효과는 막대하다. 국내 유명 트롯 가수의 팬덤은 몇 십년 동안 꼼짝 않았던 그들의 은행 계좌까지 이전시켰다. 2024년 세계 최고의 팬덤은 BTS(방탄소년단)로 K-Culture가 덕을 톡톡히 봤다.

아담 스미스의 <도덕 감정론>에는 팬덤 시대를 경계하는 말이 있다. “진정으로 현명한 사람은 무지한 수천 명의 요란한 갈채보다 현자(賢者) 한 명의 사려 깊은 인정에 더욱 가슴 벅찬 만족감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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