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형욱 정금강업 대표 "신뢰로 글로벌을 품다"
[인터뷰] 정형욱 정금강업 대표 "신뢰로 글로벌을 품다"
  • 김종대
  • 승인 2020.02.05 0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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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강판 시작 20년 경영의 관록 '국내 최대 규모' 우뚝
샐러리맨에서 사업가로 변신...사람 중심 '퇴직 없는 직장'
고객과 선의후리(先義後利) 신뢰쌓아...소유와 경영의 분리
품목 판매처 다각화 실현...수출시장 '틈새 찾아 적기 공급'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시기다. 철강업계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수요가 제자리걸음이지만 경쟁은 더욱 심화돼 제조업체나 유통 가공업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도 생존을 넘어 꾸준히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업체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규모는 작지만 위기를 극복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강소기업(强小企業)’들이 적지 않다. 경제는 희망을 먹고 산다. 강소기업들과 그 경영자의 진면목은 빛과 소금이다. 그들의 빛과 소금 같은 이야기, 희망을 얘기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회사명에 정직과 신뢰 담아

정형욱 정금강업 대표이사

성경 구절에 “정금(精金)이 되어 돌아오다”는 문구가 있다. 정금은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금을 가리킨다. 한마디로 순금(純金)이다. ‘귀하고 소중한 것’을 상징한다. 지혜(智惠)를 의미하기도 한다. 귀하고 소중한 것의 첫 번째는 ‘신뢰, 믿음’이다. 그 바탕에는 ‘정직과 성실’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컬러강판 유통업계의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정금강업(精金鋼業).

동부제강(현 KG동부제철) 공채 1기 출신인 정형욱 대표가 정금강업을 설립한 것은 1998년. 첫 직장이던 동부제강에서 10여년 직장생활을 하면서 대기업에서 잘하지 못하는 틈새시장에 적기 공급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를 사업의 길로 이끌었다.

정 대표는 여기에 정직과 성실로 철강 유통문화를 제대로 만들어가고픈 욕심이 있었다. 더불어 ‘사람 중심의 기업’이라는 경영철학도 함께 갖고 있었다. 이런 초심은 어떤 변화와 어려움 속에서도 변하지 않았다.

그 결과, 창업 21년이 지난 지금 정금강업을 밖으로는 매출(10만 톤), 1천억 원의 국내 최대 컬러강판 유통업체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 국내 전 지역에 180개 주요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컬러강판 생산 모든 업체들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물론 이들과의 관계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동반 성장이라는 말 그대로다.
 

퇴사 없는 직장 "사람 중심의 경영"

회사 내부적으로는 18명에 이르는 임직원 모두가 입사 이후 아직까지 퇴사가 을 정도로 안정돼 있다. 사람 중심이라는 경영철학을 실천한 결과다. 내부고객인 임직원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통해 개인의 성장이 곧 기업의 발전임을 인식시켜왔고 스스로도 실행해 온 덕이다.

임직원들에게 통신비, 교통비는 물론 자녀 대학학비, 김장보조금, 헬스운동비 등을 지급하고 있으며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급도 지급하고 있다. 정 대표는 잘하는 사람에게 보다 더 나은 처우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하고 있다.

나아가 회사 경영은 2세가 아니라 회사를 가장 잘 알고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는 오랜 생각을 그대로 실천해 나가려 하고 있다. ’경영과 소유의 분리‘라는 어려운 일을 실천코자 하는 그가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다.

말 그대로 정직과 성실을 바탕으로 내외부 고객들과 신뢰를 쌓으며 성장해온 철강기업, 정금강업의 오늘은 정형욱 대표의 인간적인 경영마인드가 속속들이 녹아든 결과라는 판단이다.

정형욱 대표를 마주하는 느낌은 부드러움과 따뜻함이다. 하지만 21년간 기업을 이끌어온 그를 생각하면 말 그대로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 카리스마를 가능하게 한 것은 물론 정직과 성실이리라.
 

정금강업은...

표면처리제품 종합백화점 "신뢰로 글로벌 시장을 품다"

정금강업은 1998년 말 설립됐다. 1999년 컬러강판을 주력으로 시작한 사업 분야는 21년을 거치면서 현재 건축건자재 및 알코스타, 스테인리스 등 자동차 부품 소재 등에 사용되는 도금판재류 전반으로 확대됐다. 현재 표면처리제품 종합백화점으로서의 면모를 갖춘 정금강업은 국내와 함께 글로벌 시장까지 발을 뻗었다.

국내에서는 삼형스틸, 광장스틸 등의 계열사가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독립경영 체제로 기반을 다졌다. 현재는 전사적으로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통합이 검토되고 있다.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해외에는 중국, 뉴질랜드 등에 지사를 설립했다. 국내 시장의 침체 등을 대비한 사전 대응이었다. 수출업체로 입지를 다지기 위해 6년여 동안 꾸준한 공을 들였다. 전망이 밝은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 수출도 시도했다. 반덤핑 관세 부과 등의 장벽이 제동을 걸었지만 특화제품 등으로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해외 비즈니스는 수입에도 연결됐다. 글로벌 시황을 신속히 파악해 고객이 원하는 품질과 가격에 맞는 제품을 찾아서 공급하고 있다. 해외 조달처는 까다롭게 선택한다. 수입산 판매는 클레임까지 보장한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국내에 조달하는 제품은 KS 인증을 모두 취득했다.

모든 비즈니스는 고객 만족에 둔다.

경영철학은 “사람중심의 기업을 만들자”이다. 정금강업은 임직원들을 내부 고객으로 인식한다. 개인의 성장이 기업의 발전임을 강조하고 있다. 임직원 대부분이 창업으로부터 현재까지 함께 삶의 터전을 만들 수 있었던 동력이다. 외부 고객의 발전 역시 정금강업의 발전이라는 점은 임직원 모두의 철학이자, 마케팅의 출발점이다.

21년 경영의 관록은 또 다른 미래에 지속성장을 도울 자양분이다. 컬러강판을 중심 축으로 다양한 품목을 시장에 접목할 계획이다. 정형욱 대표는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해야 하는 것이 기업인의 의무이자 숙명”이라며 각오를 다진다.

 

다음은 정형욱 대표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Q. 강점과 경쟁력은 무엇인가?

A. 공급능력이다. 고객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국내 컬러강판 생산 모든 업체를 상대로 매입이 가능하다. 수입품도 고객이 원하는 품질과 가격에 맞는 제품을 찾아서 공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의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정금의 최대 강점이자 경쟁력이다.

Q. 열성 고객 확보 비결은?

A. 정직과 성실을 바탕으로 선의후리(先義後利)를 실천해 상호 신뢰가 구축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영업보다는 믿음을 쌓는데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했다.

일시적으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끝까지고객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면 패널 제조업체 중 당사의 최우량 고객이자, 100% 국산 컬러강판만을 사용하는 H사의 경우 가격 인하 요구 전에 먼저 H사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가격을 인하해, 진심의 감사 인사와 더불어 더욱 신뢰감을 높일 수 있었다. 이런 사례들이 사업 초 거래를 시작한 고객들과 현재까지 거래를 이어오게 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Q. 어려운 철강시장의 돌파구는?

A. 2017년 가을 이후 시황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2년여 하락하다가 지난해 4분기 바닥에 도달한 느낌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컬러강판 국내 수요가 약 4% 전년 대비 감소했다. 정금강업으로서도 창립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판매량이 줄었다. 하지만 임직원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매출은 줄었지만 이익은 오히려 증가했다. 무척 다행스런 일이다.

정금의 신뢰와 임직원들의 성실이 알려지면서 스스로 찾아오는 고객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취급 품목과 판매처를 다각화하는 전략을 더욱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갈 계획이다. 시장 개척은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기업인의 의무이자 숙명이다. 그것을 통해 지속 성장이 가능토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동남아 등의 실속 있는 중소형 업체들을 중심으로 수출 시장을 적극 개발하고 있으며 열연은 물론 각종 도금판재류도 취급하고 있다. 특히 머플러의 경우는 효자 수출 품목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Q. 국내 철강 유통시장의 문제는?

A. 우리나라가 산업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철강 대부분 품목의 수요가 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어떤 품목의 경우 오히려 수요가 감소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산 등 수입재에 거의 무방비 상태다. 현재 유통시장의 경우 기존 수요만 놓고 참여자들의 경쟁이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을 보이고 있다. 편법과 불법 등 속임수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래서는 활로(活路)가 없다.

일본과 같은 구조조정과 개편이 불가피하다. 경쟁력이 없는 업체는 폐쇄하거나 M&A돼야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점차 그런 움직임이 현실화되고 있다. 더불어 편법과 속임수도 점차 사라질 것으로 확신한다. 대표적인 것이 패널의 경우 용도에 따라 품질 제한 규정이 마련됐고 곧 시행에 들어갈 것이다. 강판두께 0.5mm, 도금량 180g/㎡, 난연재 시장의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Q. 임직원·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회사를 시작할 때 정말 무자본으로 시작했지만 오직 자신감과 해내겠다는 열정이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힘들고 어려운 고비가 적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실천해온 결과 지금의 정금강업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힘든 만큼 그 고난을 극복하면 달콤한 열매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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