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고구배(三叩九拜)의 치욕, 반복이 우려 된다
[사설] 삼고구배(三叩九拜)의 치욕, 반복이 우려 된다
  • 페로타임즈
  • 승인 2020.01.14 2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처 : 위키백과

세계적으로 국가와 지역 간의 주도권 확보와 생존을 위한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심화되고 있다.

특히 ‘철강은 곧 국가”라고 할 정도로 기초소재산업으로서 철강산업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철강을 둘러싼 국가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수입국인 미국이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규제를 남발하고 있음은 물론 질과 양에서 세계 철강산업을 선도하는 한·중·일의 철강경쟁은 자못 전쟁이라 할 만큼 심각하다.

새로운 10년을 맞는 2020년 벽두에 우리 철강인들이 이들 일본과 중국 철강산업을 직시해야 하는 이유는 필요충분하다. 특히 경제산업 구조와 규모를 고려했을 때 우리의 첫 번째 경쟁상대는 일본이다.

2020년 우리와 일본 철강업계가 모두 신년인사회를 가졌다. 양국 철강업계의 상징적 중심은 한국철강협회와 일본철강연맹이다. 이 두 단체의 수장들의 신년 인사말을 비교해보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우선 최정우 회장은 올해도 보호무역 조치와 1% 대의 저성장, 강화되는 환경규제 등으로 경영환경이 불투명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내수시장의 육성과 해외 수입규제에 선제 대응을 통한 수출시장의 개척 ▲철강 산업의 친환경화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철강산업의 지능화 ▲소재·부품·장비의 자립화를 위한 협력모델 구축 ▲수요산업과의 공동 소재개발 등을 강조했다.

기타노 요시히사 일본철강연맹 회장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6대 중점 과제를 언급했다. ▲재해 예방 등 안전·위생 활동의 강화 ▲글로벌철강포럼 등을 통한 세계적 과잉생산능력과 통상마찰에의 대응 ▲지구온난화 대책과 에너지 문제에 대한 대응 ▲법인세 인하 등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제 개편 노력 ▲정부의 국토강인화 계획에 이바지할 ’강구조‘ 역할 증대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한 AI/IoT 보급 촉진 등이다.

양 국 철강산업과 업계가 처한 환경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대응 방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내용들이다. 다만 우리 협회 회장이나 일본연맹 회장 모두 중국에 대해서는 모두 직접적 언급을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계 철강산업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철강산업의 성장, 특히 질적 향상은 일본과 우리가 더욱 신경을 쓰고 대응이 필요한 일이다.

한편 역사(歷史)는 우리에게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우리가 역사적으로 가장 번영하고 안정된 시기는 모두 중국, 일본과의 외교, 무역이 성공했던 시절이다.

고구려 광개토대왕은 정벌로 우리 역사상 가장 광대한 영토를 차지했지만 동북아시아의 진정한 패자로 군림한 것은 외교와 무역을 통해 국력을 키우고 입지를 다진 장수왕 때다. 그 반대로 삼전도에서 인조의 삼고구배(三叩九拜)의 치욕과 백성들의 엄청난 고난은 청나라와의 외교 관계에 실패한 탓이다.

양 국 철강업계 신년인사회는 그 규모나 질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올해 정부 관계자들의 참석은 우리가 산업자원부 차관이었던 반면 일본은 경제산업성, 환경성 장관을 포함해 장관만 5명이 참석했다.

문화적 차이도 감안해야 하겠지만 철강산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 차이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현 정부의 외골수적 외교 방향과 능력, 부족한 철강산업에 대한 인식을 감안할 때, 우리 철강산업이 미래에 삼고구배의 치욕을 당하게 되지 않을까 두려운 생각이 드는 이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