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지 말라
[사설]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지 말라
  • 페로타임즈
  • 승인 2019.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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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 년 동안 한국 철강업계도 굴곡이 많았다. 현대하이스코, 유니온스틸은 타사에 흡수 합병됐고, 동부제철도 제3자 인수가 진행중이다. 소리 없이 간판을 내린 중소 철강메이커와 유통기업도 한 둘이 아니다.

50년 넘은 기업들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현실은 등짝을 서늘케 만든다. 지금 철강 제품 중에서 잘 되는 품목은 범용제품 뿐이다. 그 틈새에 일본제품이 내수를 흔들고, 몸을 추스른 중국은 자동차 강판 같은 고급제품을 한국으로 들여오고 있다. 온라인 판매를 통해 무려 10만 톤 이상 팔렸다. 미국의 철강무역 관세 진행과 범용제품의 세계적인 과잉은 어려운 철강환경을 보탠다.

해운, 건설, 조선 등 철강 전방산업의 위축은 큰 과제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복판에서 생각과 일의 방식을 바꾸고, 미래를 겨냥한 핵심기술과 인재도 확보해야 하는데 주변 환경은 녹녹치 않다.

철강 산업은 이제까지 하면 된다는 열정으로 일궈왔다. 저녁이 있는 삶이란 단어는 엄두도 못 냈다. 그렇게 보낸 선배들의 땀과 열정 덕택에 빈국에서 선진국의 대열로 이끌었다. 지금은 이전 세대의 노고를 잊은 듯하다. ‘아버지 세대가 키운 사업’, ‘아버지 세대가 만들어 준 과실’만 탐닉하는 모양이다.

그때의 열정이 안보인다. 힘든 일을 기피한다. 정책도 거꾸로 가는 느낌이다. 18세 젊은이들에게 국민연금을 공짜로 가입시킨다거나 대기업의 수익을 협력업체에 나눠 주라는 황당한 뉴스가 등장한다. ‘노 워크 노 페이’는 열정 쏟는 이들에게 실망을 준다. 이러다간 유럽 꼴이 난다.

세계를 제패했던 철강기업 부침의 역사는 ‘열정’이 식고, ‘현실에 안주’ 할 때 판가름됐다. 프랑스는 철강 산업이 영국보다 60년 이상 뒤졌지만 젊은 엔지니어들이 철강기술의 장벽을 뛰어 넘었다. 석재로만 만들어졌던 구조물을 과감하게 철강재로 교체했다. 건축가와 엔지니어들은 혁신을 마다하지 않았다.

“가장 형편없는 흉물”이란 에펠탑이 그 표본이다. 에펠탑은 세계 최고의 관광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연간 6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그런데 ‘철의 강국’ 영국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던 프랑스의 철강기업들도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다가 ‘철강왕좌’를 내줬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철강기업은 ‘르 크뢰조 제철소((Creuzot)’이다. ‘이냐스 벵델’이 설립했다. 영국에서 코크스 제철법을 들여와 고생 끝에 기술격차를 극복한 기업은 ‘슈네데르 제철소’이다. 이 기업은 프랑스산 제1호 증기기관을 제조했고, ‘슈네데르 대포(砲)’를 생산하면서 진가를 드높였다. 명성은 거기까지였다.

‘슈네데르가 자만에 빠져 멈칫하는 순간 ‘유지노’와 통합됐고, ‘아베드’(룩셈부르크)와 ‘아세달리아’(스페인)와 합병하여 ‘아르셀로’로 재탄생했다. 지금은 ‘아르셀로 미탈’이라는 다섯 번째 이름을 달고 있다.

오늘의 프랑스 철강 기업들은 특수강을 제조메이커 몇 개 만 남았다. 대부분 다국적기업으로 전락했다. 철옹성 같았던 철강기업들도 수요처의 니즈를 예측하지 못하면 몰락의 길로 들어선다. 일본, 한국, 중국, 유럽, 남미에서는 철강기업들의 소리 없는 합병이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영국 리버티스틸이 많은 전기로메이커를 인수 합병하고 있다. 철강거인이 긴 잠에서 깨어나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리버티스틸이 인수할 생산 거점은 체코, 루마니아, 이탈리아, 마케도니아, 룩셈부르크, 벨기에 6개국, 7개 공장이다.

리버티스틸은 아르셀로미탈, 타타스틸에 이어 유럽 3위, 전 세계 10위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로운 강자들이 눈 깜박할 사이에 등장하는 요즈음이다. 진화와 생존은 열정을 기반으로 할 때 이루어진다. 철강 역사에는 도전의 고삐를 늦출 때 경쟁기업들이 되살아났다.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기만 하다가 죽음에 이르게 됐다”고 했던 ‘버나드 쇼우’의 말은 환상에 젖지 말고 꼭해야 할 것은 즉각 하라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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