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은의 의학이야기] 건강과 행복의 원천 ‘아버지의 식탁’
[김해은의 의학이야기] 건강과 행복의 원천 ‘아버지의 식탁’
  • 김해은
  • 승인 2019.12.13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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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은 한사랑의원 원장(도봉구의사회 부회장)
김해은 한사랑의원 원장(도봉구의사회 부회장)

기후와 경치도 좋고 먹을 음식이 끊이지 않게 제공되는 곳이 파라다이스다. 이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바탕에는 농어민 그리고 식품 가공업자의 수고와 배려가 존재한다. 여기에 대량생산·대량가공·대량유통에 더불어 신속배달이라는 상업적 욕구가 톱니바퀴 돌 듯 맞추어 돌아가고 있다.

상업적 활동에는 사악한 욕심이 늘 도사리고 있다. 작물을 빨리 자라게 하고, 보관하는 기간을 길게 하고, 유통기한을 늘리거나 빨리 배달해야 더 많은 대가를 얻을 수 있다. 작물의 유전자 변형, 농약, 방부제, 항생제, 환경 호르몬의 첨가 유혹이 거대한 산업도시를 먹여 살리는 과정에 산재해 있다.

첨가물이 모두 유해한 것은 아니지만 관리를 소홀히 하면 많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일련의 식품조달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 식품안전 관리다. 현재 지구상의 인구는 80억 명에 육박한다.

많은 인구가 먹기 위해서는 대량생산·대량가공·대량유통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 농약, 방부제, 항생제 등 식품의 형태와 내용을 유지하는 첨가물의 사용은 필수적이다. 우리는 첨가물 덕분에 비교적 신선한 음식재료로 다양한 가공식품 의 세계를 누리고 있다.

식품가공의 단계가 복잡하고 다양할수록 우리는 첨가물에 의한 건강의 손실을 감수해야한다. 첨가물은 요즈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발암물질과 환경호르몬 그리고 오염물질들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이런 첨가물은 유전자에 잠재돼 있던 살해유전자를 자극하고 활성화시켜 암을 유발하는 치사유전자나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불완전 치사유전자를 깊은 잠에서 깨어나게 한다.

발암물질에 한두 번 노출되었다고 모두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일정 양에 꾸준히 노출되어야 유전자의 변형을 일으키고 암세포가 생겨난다. 정상적인 사람의 조직에 하루 세 개 정도의 암세포가 부산물로 생겨나지만 우리 몸의 면역감시 체계의 NKT(자연살해) 세포에 의해 제거된다. 암세포의 발생이 면역체계의 능력을 넘어서거나 면역체계가 약화되면 임상적으로 진단되는 암이 발생한다.

대도시에 모여 사는 현대인이 첨가물 처리를 하지 않은 식품을 구해서 먹을 수는 없는 일이다. 대기의 오염, 건축자재, 도료, 약물 등 피할 수 없는 발암물질이 산재해 있다. 음식을 가려먹고 발암물질을 피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늘 공포를 느끼면서 음식을 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스트레스는 정신과 몸의 면역체계를 혼란스럽게 하여 질병에 쉽게 노출시킨다. 첨가물에 대한 지나친 공포심을 유발하여 상업적 이득을 얻으려는 자들의 카피를 보면 음식을 대하는 즐거움을 날려버린다.

음식을 먹는 행위는 한 개체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에너지를 제공하는 본능이다. 또한 휴식과 일할 시간을 알리는 중요한 의례의 하나다. 온 식구들이 둘러 앉아 일용할 양식에 대한 감사와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일터로 나간다. 또 돌아와 마주 앉아 하루의 노고를 달래면서 서로를 격려하는 결산의 자리다.

아버지의 식탁에는 온 형제가 둘러 앉아 함께 했다. 그렇게 자란 형제들은 큰 질환 없이 이제 노년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현재의 나의 식탁은 어떠한가? 혼자 신문을 보면서 식구들이 아닌 나라 걱정하면서 하루를 시작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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