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해설] '탁상공론' 품질인정제, 패널 생산중단…전후방 산업 연결고리 끊겼다
[이슈해설] '탁상공론' 품질인정제, 패널 생산중단…전후방 산업 연결고리 끊겼다
  • 김세움
  • 승인 2023.03.31 0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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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S판넬協, 정부세종청사 및 서울 여의도공원 시위 진행
품질인정제 유예기간 '유명무실'...지난해 말 기준 12개사
시험 완화 외 추가 유예 요청...중소사 사업 정상화 '절실'

샌드위치 패널업계가 최근 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단체행동에 나섰다. 올해 1월 본격 시행된 건자재 품질인정 제도가 기업 생존권을 부당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제도 적용을 추가로 유예하고, 중소기업 시험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 기사 : 패널업계, 국토부 품질인정제도 '생존 위협'…"중소기업 다 죽는다"

EPS판넬제조사협회는 이달 정부세종청사와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두 차례에 걸쳐 샌드위치 패널에 대한 건자재 품질인정 관리기준 개선을 요청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EPS판넬제조사협회는 지난달 전국 스티로폼(EPS) 패널 제조업체들이 결성한 단체로, 현재 30여개 업체가 참여해 품질인정 관련 자문, 행정소송 등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앞선 2021년 12월 건축법을 개정, 건자재 품질인정 제도를 강화했다. 주거용 건물 등에 준불연 제품 이상을 사용하게 품질 기준을 대폭 높인 것이다. 

이중 샌드위치 패널(복합제품)의 경우 실물모형시험(KS F13784-1), 외벽단열용 실대형 화재성능시험(KS F 8414)에 대한 인증을 요구하기로 했다.

新제도 적응 골든타임, 단 '3개월' 불과

당시 국토부는 신규 인증을 요구하는 만큼 1년 동안 적용을 유예하기로 결정했지만, 6개월 이상 구체적 품질인정 기준과 시험기관을 선정하지 못했다. 이후 지난해 8, 9월부터 건설기술연구원에서 시험을 개시했지만 남은 기간은 이미 3개월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품질인정을 획득한 기업은 총 12개사에 불과했다. 200여곳에 달하는 생산업체 중 10%도 안 되는 수치다. 올해 3월 말(30일)까지 추가로 획득한 기업을 포함하면 22개사로 다소 늘었지만, 이중 EPS 패널 제조사는 단 1곳에 불과했다.

시험을 주관할 전문기관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국내에서 실물모형시험이 가능한 곳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한국건설생활시험연구원(KCL) 두 곳 뿐이다.

EPS판넬제조사협회 측은 "전문기관 중 개별기업 단위 실대형 화재성능시험을 지원하는 곳은 사실상 1곳 뿐"이라며 "200여개 업체가 몰리면서 시험 접수 후에도 3~6개월 이상 대기가 필요하고, 한 번에 통과하지 못할 경우 다시 대기표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 생산 중단에 전후방 산업 '연쇄 파급'

실제로 국내 샌드위치 패널 시장의 85% 가량을 차지하는 EPS, 우레탄 패널 공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최근 소규모 건설 현장은 '올 스톱' 위기에 빠진 상태다.

해당 제품들은 타 건자재 대비 가격이 저렴하고 시공이 간단해 공기를 대폭 절감할 수 있고, 단열 기능도 뛰어나 중소 건설사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같은 면적을 철근콘크리트 공법을 활용해 시공할 경우 비용과 공기가 모두 3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

그라스울, 미네랄울 등 무기계 단열재를 사용한 패널은 여전히 공급 중이지만 상대적 단가가 높고 단열성이 떨어져 기존 수요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없다는  평가다.

특히 그라스울 소재의 경우 국내에서는 벽산, KCC 두 곳이 독과점 생산하고 있고, 신규 설비 투자가 필요해 중소 EPS 패널업체가 생산 전환을 추진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아연도강판, 컬러강판 등 핵심 소재를 공급하던 철강사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패널향 판매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명백한 실적 저하가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1, 2월 패널업체들이 제품 생산을 중단하면서 컬러강판 판매량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이 확인됐다"며 "패널향 판매 비중은 높지 않지만 전반적 내수 판매 부진을 고려하면 향후 여파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시험 부담 완화책 제안 vs 패널업계 "사업 정상화가 우선"

정부 각 부처에서도 이같은 배경을 고려해 패널 생산업체의 품질인정 시험 부담을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는 29일 외장재용 샌드위치 패널 제품에 대해 외벽단열용 실대형 화재성능시험 인증만 적용하고, 기타 실물모형시험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또 내달 중 시험기관 1곳을 추가로 확보하고, 기존 건설기술연구원에 시험틀 1개를 더해 주 1회 시험을 2회로 늘리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패널업계에서는 정부 측 대책에 대해 부정적 목소리가 높다. 대기기간이 일부 줄어들더라도 해당 기간 동안 제품을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품질인정 획득에 실패한 중소기업들은 이미 1분기 대규모 손실이 누적된 상황"이라며 "시험 결과지를 받기 전 도산 위기에 처한 패널업체들 입장에서 정부 대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험 완화와 별개로 1년 가량 유예기간을 추가로 지정해 기업들이 사업을 정상 영위하면서 품질인정 준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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