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철의 철강 이야기] ‘적자 생존 법칙’을 실감하게 될 철강업계
[나병철의 철강 이야기] ‘적자 생존 법칙’을 실감하게 될 철강업계
  • 나병철
  • 승인 2023.03.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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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철 스틸투모로우 부사장  (전 포스리 철강산업연구센터장)
나병철 스틸투모로우 부사장 (전 포스리 철강산업연구센터장)

18세기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세계 철강산업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지속 발전하였고, 양적인 측면에서도 지난 150년 동안 천배 이상 성장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철강산업의 주도권은 영국, 미국, 일본/한국, 중국으로 이동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부 철강회사들은 신기술 개발에 소홀하거나 설비투자 지연 및 판매 부진 등으로 결국은 도태되었다. 과거 철강업계의 부침은 ‘산업의 중장기적인 라이프 사이클 변동’이라는 시각으로 볼 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앞으로 닥치게 될 ‘탄소중립 목표 달성 의무’라는 환경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회사들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도태될 것이라는 점이다.

철강산업은 공정의 특성상 화석연료 사용량이 많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2050년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따라서 세계 유수의 철강회사들은 발빠르게 수소 환원 제철 기술 개발, 직접 환원철 설비/전기로 건설을 추진하는 등 경영환경의 변화 상황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몇몇 철강회사들의 최근 동향을 보면, 독일 최대 철강업체인 티센크루프는 저탄소 철강 생산을 위해 뒤스부르크 제철소에 수소를 사용하는 직접환원철 설비와 2기의 용융로를 건설할 방침이다. 이 프로젝트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20억 유로 이상을 투자하게 되는데, 관련 설비는 SMS그룹이 공급할 예정이다. 이것은 세계 최대 규모의 탈탄소화 프로젝트로서 연간 350만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 내의 다른 철강회사인 Salzgitter 등도 직접환원철 제조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스웨덴의 H2 Green steel사는 북부의 보덴공장에서 유럽 최초로 녹색철강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발표하였다. 이에 필요한 수소는 자체 생산하며, 전기는 지역 내 수력, 풍력 발전소 등에서 공급받는다. 회사 측은 “오는 2030년까지 보덴공장에서 500만 톤의 철강재를 생산할 계획”이라며 “그린수소의 경우 자체 활용 외에 외부에도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타 스웨덴의 SSAB와 LKAB, 바텐폴의 합작회사인 하이브리트(HYBRIT)가 2026년부터 녹색철강을 생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프랑스 등의 철강회사들도 관련 기술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

한편, 일본제철은 해외에 수소환원제철 설비를 건설하기 위한 검토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글로벌 운영을 담당하는 Takahiro Mori 부사장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7억3,300만 달러 이상의 투자비가 소요되는 프로젝트를 해외에서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관련해 호주와 브라질이 일본 대비 전기료가 저렴하고 고급 철광석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에 투자대상 국가 중의 하나라고 밝히고 있다.

그밖에 미국의 Evraz North America, Nucor 및 인도 Tata Steel 등은 태양광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제철소 가동을 목표로 발전설비를 건설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글로벌 철강업계의 고민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기술개발 및 설비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원가상승으로 이어져서 철강재 가격의 인상요인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ArcelorMittal은 “탈탄소화로 향후 철강재 가격이 10~20% 상승하는 요인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철강회사들의 평균마진율이 낮은 상태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회사가 저가 공세 전략을 취할 경우 여력이 부족한 다수의 철강회사들은 경영이 매우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바야흐로 철강산업 경영환경 대변혁의 시대에 주도권을 잡고, 지속생존하기 위한 세계 철강업계간의 ’탈탄소화 진검승부‘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철저하게 ’적자 생존의 법칙‘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철강업계도 수소환원제철 관련 기술개발 및 전기로 건설 등 설비투자 활동을 추진 중에 있지만 최대한 정부의 지원을 유도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불굴의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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