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규의 고철 이야기] 중대재해처벌법으로는 처벌되지 않나요?
[박봉규의 고철 이야기] 중대재해처벌법으로는 처벌되지 않나요?
  • 박봉규
  • 승인 2023.02.0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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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규 한국철강자원협회 사무총장  (전 현대제철 부장, 피제이로직스 대표)
박봉규 한국철강자원협회 사무총장 (전 현대제철 부장, 피제이로직스 대표)

2023년 1월 27일부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그러나 개인사업자 또는 상시 근로자 수 50인 미만인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의 공사)는 공포 후 3년, 즉 2024년 1월 27일부터 시행하고 그나마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되지 않는다.

2020년말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논의가 시작되었으나, 양 당의 기 싸움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수 차례 공전을 거치다 산재 사고 유족들의 공분을 사는 등 여론에 밀려서 해를 넘기며 겨우 국회를 통과하였지만, 내용은 원안에서 크게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법률 체계는 국회에서 제·개정하는 「법률」과 법률에서 위임된 사항과 이를 시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대통령령인 「시행령」, 그리고 법률과 시행령에서 위임된 사항과 그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행정부령인 「시행규칙」으로 구성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은 아직 「시행규칙」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4장 16조로 비교적 단촐하게 구성돼 있으며, 명칭에서 보듯이 ‘처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1조(목적)에서도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인명 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법인 등에 대한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사업주 또는 경영자의 처벌에 초점을 맞추면서 사고 예방이라는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도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사고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사업장에서는 유사 사고가 재발하기도 하는 등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현장의 사고 발생 억제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으며, 경영계에서는 법 적용의 범위와 기준이 모호해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불만을 제기하는 등 노동계와 경영계는 서로 반대편에서 법의 한계를 비판하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위헌 논란까지 본격화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등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1월 27일 법 시행 후 12월 31일까지 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596명으로 집계되었으며,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는 5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231명이 사망하였다고 한다. 또, 고용노동부가 지난 1월 토론회에서 발표한 ‘2022년 중대재해 현황’에 따르면 2002년 말 기준으로 중대재해 발생은 229건으로, 이중 송치 34건, 기소되어 진행 중인 재판은 11건이며, 내사 종결 18건, 수사 또는 내사 중 177건이라고 한다.

재해 사례를 유형별로 보면 ‘떨어짐’(41.6%), ‘끼임’(14.0%), ‘부딪힘’(9.7%), 그리고 ‘맞음’(7.6%) ‘깔림·뒤집힘’(6.8%) 순으로 나타난 반면, 금속제조업의 재해 발생 형태는 ‘끼임’ 사고가 제일 많으며 다음으로 ‘이상 온도 접촉(화상)’, ‘물체에 맞음’, ‘부딪힘’ 순으로 조사되었다.

한국철강협회와 안전보건공단이 제작한 <철강산업 중대재해 사례집>에 따르면, 2019년 금속제조업의 재해자는 850명이며 그중 38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된다. 전 산업에서 금속제조업이 차지하는 근로자 수는 1.48%인데 비해 재해자 비율은 2.90%로 높으며, 사망자 비율은 7.72%로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 발생 1호 사건인 채석장 붕괴 사고에 대하여 고용노동부는 법인 대표이사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반면, 검찰은 수사 대상을 기업의 오너까지로 확대하였으며, 1호 기소 사건으로 알려진 독성물질 세척제 사용으로 인한 집단 독성 감염사건은 위헌법률 심판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한편, 2022년 3월 크레인으로부터 방열판이 떨어지며 재해자를 사망케 한 사고로 모 철강업체 대표가 기소된 사건은 최근 변론이 종결되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된 사건 중 처음으로 창원지방법원이 2월 3일 1심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변론 재개 결정으로 3월 24일 공판을 더 열기로 하였다.

항간에 떠도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없앤다”는 설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단호하게 “명칭 개정 또는 폐지를 검토하거나 추진한 바 없다”고 반박하고, 정부는 중대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기업의 안전 관련 투자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중대재해 처벌 법령 개선 TF」를 통해 제재 방식 개선, 처벌 요건 명확화 등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11일 발족한 TF는 상반기 중에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수위를 낮추는 대신 기업의 자율 예방 체계 형성을 지원하여 2026년까지 ‘자기규율’ 단계에 진입하도록 개편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개정하고, 향후 정부 입장을 반영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같은 조치로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지 주목해 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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