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원산지 표시 위반에도 2년 영업…'솜방망이' 처벌 '눈살'
[핫이슈] 원산지 표시 위반에도 2년 영업…'솜방망이' 처벌 '눈살'
  • 정하영
  • 승인 2023.01.31 03: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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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단주철제 관이음쇠 중국산 완제품에 ‘가공 한국’ 표기
3개월 정지처분, 제재 실효성 문제…KS업체 설자리 잃어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적발된 업체가 2년가량 영업활동을 지속하고 최종 실효성이 별로 없는 처벌을 받은 데 대해 관련 업계의 비판이 일고 있다.

해당 업체는 2년여 전인 2020년 8월 원산지 표시 위반이 적발되었으나 2022년 11월에야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오는 2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과 함께 정품을 생산, 납품하는 업체들의 설 자리마저 빼앗고 있다는 원성이 높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나사식 가단주철제 관이음쇠 업체 2곳은 2020년 4월과 8월 각각 평택과 광양 세관에서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적발됐다. 이듬해 행정처분이 내려진 이후 평택으로 수입했던 회사는 최근 KS를 반납했다. 광양 수입업체의 경우 2021년 3~6월 영업정지 등의 내용으로 행정처분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2022년 11월 15일부터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졌고, 2023년 2월 14일 만료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행정처분 및 불복에 따른 소송 기간 동안 위반 업체의 영업활동이 계속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미약한 처벌로 인해 법적제재의 실효성에도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주철제 관이음쇠 소재는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가격이 워낙에 저렴하기 때문이다. 다만 가공(나사)의 경우 중국산 완제품을 수입, 판매하는 업체와 가공 및 검사 품질을 고려해 한국에서 가공, 생산하는 업체로 구분된다.

특히 관이음쇠의 경우 워낙 다품종, 다규격이라 나사가공기(탭핑머신)를 수십대 이상 갖춰야 한다. 관련 업종이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투자에는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 제품 검사에도 상당수 전문 인력과 시간이 소요돼 제조원가 상승을 감내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가공 품질과 전수 검사를 통한 제품의 완벽성 측면에서 국산 제품(국내 나사가공)의 우수성은 충분히 인정되고 있다.

반면 중국산 완제품의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이 매우 낮은 반면,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품질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나사식 가단주철제 관이음쇠(KS B 1531)는 이음쇠 몸통에 크기, 제조자명(상표), 원산지 등을 표시해야 한다. 중국산 주물 소재를 수입해 국내에서 나사 가공할 경우 ‘▲소재 중국 ▲가공 한국’으로 표시하지만 완제품 수입 시에는 원산지 표시를 '중국' 또는 'China'로, 다시 말해 ‘▲소재 중국 ▲가공 중국’으로 표기해야 한다.

나사식 가단주철제 관이음쇠는 각종 배관시스템을 완성하는 중요한 부재다. 소방, 가스배관의 경우 장기간에 걸쳐 안정성과 품질 유지를 위해 KS 인증제품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산지 표시도 명확히 표기해야 하지만 국내 일부 제조업체들의 경우 가공(나사)을 중국에서 한 완제품을 수입해 그대로 판매하고도 마치 한국에서 가공한 것처럼 ‘▲소재 중국, ▲가공 한국’으로 표시해 수입하다 적발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해 왔다.

2020년 8월 광양세관에서 적발된 제품의 경우 약 6만여개는 통관이 되지 않고, 4만여개는 원산지 표시가 없는 상태로 통관됐다. 이 경우 산업표준화법 시행규칙에 따른 원산지 표시 위반과 위장 판매행위로 처벌을 받도록 되어 있다.

당시 인증기관인 한국표준협회와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관계자가 현장을 방문해 해당 시판품의 위반 사항을 확인하고 국표원에 통보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중국 방문이 어려운 가운데 소통 부재와 착오로 물건이 잘못 왔고 반송을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표원은 A사의 위반 행위에 대해 최종 위법행위를 인정하고 2021년 3월 3일부터 6월 2일까지 3개월간 KS 표시정지 및 판매정지 행정처분을 내렸다. 행정처분 제품은 니플, 부싱, 플러그, 엘보, 소켓, 티, 캡, 유니언 등이다. 하지만 A사는 국표원의 행정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결과 약 1년 반이 경과한 2022년 11월 15일부터 올해 2월 14일까지 3개월 행정처분을 확정했다. 건설 현장이 한창 붐비는 3∼6월, 9∼11월이 계절적 성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비수기를 맞아 행정처분을 받은 A사의 실질적인 피해는 거의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표원 관계자는 “A사의 완제품에 마크를 위장 표시한 것이 인정됐다”며 “행정처분 기간에 KS 마크가 들어가는 관이음쇠는 절대로 생산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A사가 국내에서 제조하는 제품의 원가가 100원이라면, 중국에서 수입한 완제품은 원가와 국내에 반입되는 유통비용까지 다 합쳐 약 60~70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60~70원짜리 제품을 100원으로 속여서 판매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업계에서는 관계부처가 보다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원산지 표시 위반을 한 업체가 부당이익 대비 작은 벌금이나 짧은 정지 기간 등 미약한 처벌로 손쉽게 사업을 재개할 수 있어 비슷한 행위 반복 및 여타 업체로의 확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을 놓고 전문가들은 배관시스템은 건축, 구조물의 수명과 안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핏줄과 같은 것으로 시스템을 연결, 완성하는 관이음쇠의 품질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명의 안전과 직결돼있는 소방‧가스 배관의 경우 더욱 장기간, 안정된 품질이 보장돼야 함으로 관이음쇠 역시 KS 및 정품 사용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다 더 적극적인 세관 통관 및 시판품 조사 등 위법 적발 및 처벌 강화만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산 수입 완제품. 원산지 표시가 '가공 한국'으로 되어 있으나 이는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가공 중국' 또는 '가공 China'로 표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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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 2023-02-06 20:58:10
세관및 국표원에서 적극적인 검사가 필요하여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