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규의 고철이야기] 철스크랩 산업은 왜 '제조업'이 아닐까?
[박봉규의 고철이야기] 철스크랩 산업은 왜 '제조업'이 아닐까?
  • 박봉규
  • 승인 2022.11.3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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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규 한국철강자원협회 사무총장  (전 현대제철 부장, 피제이로직스 대표)
박봉규 한국철강자원협회 사무총장

철스크랩 산업은 폐자원을 가공‧정제하여 철강산업에 원재료를 공급하는 중요한 산업이지만 한국표준산업분류(KSIC)에서는 제조업(대분류 C 및 D군)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다.

한국표준산업분류는 1963년에 제조업, 1964년에는 비제조업을 최초로 분류한 후 국내 산업구조의 변화 및 신성장 산업 등장 등 산업분류의 개정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대략 5년여 주기로 2017년까지 10차례 개정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표준산업분류는 당초 통계 작성 목적으로 제정하였으나, 현실적으로는 산업단지 입주, 세금 및 공공요금 부과, 정책자금 및 금융 지원 등과 관련한 각종 법령에서 행정 목적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점차 높아져 2020년 현재 150여개에 준용되고 있다.

철스크랩 산업은 2007년까지 적용되던 제8차 개정에서는 대분류 D군(37 재생용 금속가공원료 생산업) 세세분류 37100(재생용 금속가공원료 생산업)으로 제조업에 속해 있었다. 그러나 제9차 개정(통계청 고시 제 2007-53호, 2007.12.28.)에서는 환경관련 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 틀을 제공하기 위하여 각 산업에 산재해 있던 하수처리, 폐기물처리, 재생원료 생산업을 묶어서 대분류 E군(38 하수·폐기물 처리 원료재생 및 환경 복원업)을 신설하면서 철스크랩 산업은 세세분류 38301(금속 원료 재생업)으로 분류하여 제조업 군에서 빠지게 되었다.

2016년 한국표준산업분류 개정 작업 시에 한국철강자원협회를 비롯한 자원재활용 단체에서 공청회 및 개별 방문 둥을 통하여 “원료 재생업을 제조업으로 환원시켜 줄 것”으로 수차례 요청하였다. 그러나 제10차 개정(통계청 고시 제 2017-13호, 2017.1.13.)에서도 여전히 E군(38 폐기물 수집, 운반, 처리 및 원료재생업) 세세분류 38311(금속류 해체 및 선별업), 38312(금속류 원료 재생업)으로 분류되어 제조업의 지위를 회복하지 못하였다.

제조업의 정의를 살펴보면, 통계청의 한국표준산업분류 고시 총설에 “제조업이란 원재료에 물리적 화학적 작용을 가하여 성질이 다른 새로운 제품으로 전환시키는 산업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서 “공장이란 제조업을 하기 위한 사업장”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 때 “제조업은 통계청장이 고시하는 표준산업분류에 따른 제조업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표준산업분류 해설서에서는 폐자원이 방치됨으로써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유한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하도록 육성하는 차원에서 “원료재생 및 환경복원업“을 분리 독립시켰다고 했지만, 제조업 군에서 제외됨으로써 각종 지원 대상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철스크랩 산업은 공장 및 적치장 건물, 압축기와 길로틴 및 슈레딩 플랜트 등 막대한 규모의 투자가 수반되는 기계‧장치 등의 시설을 갖추고 폐가전제품이나 폐자동차 등 버려지는 폐자원을 가공‧정제하여 전기로 제강업의 주원료가 되는 철스크랩이라는 유가 자원으로 재탄생시킴으로 물리적 작용을 가한 엄연한 제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표준산업분류상의 용어인 ‘재생용 금속가공원료 생산업’과 ‘금속 원료 재생업’은 개념상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차이는 사업 활동 면에서는 공장 등록이나 산업단지 내 입주 등에 엄청난 차이와 수많은 제약이 따른다. 구체적으로는 사업의 안정성과 계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입지문제에서 산업단지 입주 제한과 「조세특례제한법」및 「지방세특례제한법」상 제조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폐기물부담금 면제 대상 등에서 제외될 뿐만 아니라, 공장 등록 불가로 기계장치에 대한 담보 가치 저하 등으로 사업 활동에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다.

현재 통계청에서 2024년부터 적용할 한국표준산업분류 제11차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철강자원협회는 쇳물 생산 시 철스크랩을 재활용하는 공법이 철광석을 사용하는 것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75% 정도 감축하여 2050 탄소중립 정책을 실행하는 데에 필수불가결한 철강자원이므로 가공ㆍ정제 시설을 갖추고 수요자가 별도의 가공 과정 없이 바로 원료로 사용할 수 있게 공급하는 사업자(38312 금속류 원료 재생업)는 제조업으로 분류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통계청의 회신은 국제표준산업분류(ISIC)에서도 원료 재생업으로 분류하고 있고, 특정 설비의 유무에 따라 달리 분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약 10조원의 시장 규모를 갖춘 철강원료 공급업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철스크랩 산업이 제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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