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 김진혁
  • 승인 2022.11.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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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시대의 대표 지성 故 이어령 교수는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 눈물에 관한 물음을 던졌다. “아무리 지식을 많이 쌓고 부를 많이 쌓는다고 하더라도 나를 위해 또 남을 위해 흘릴 눈물이 없다면, 눈물 한 방울 없는 삶이라면, 그런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어서“큰 욕심, 엄청난 것 탐하지 않고 그저 새벽바람에도 심호흡하고 감사해하는 저 많은 사람들,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세요. 거기에 제 눈물도요. 그들은 눈물이라도 솔직히 흘릴 줄 알지만, 저는 눈물이 부끄러워 울지도 못해요.”

죽음을 앞에 두고도 끝까지 펜을 놓지 않았던 그는 라틴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말로 삶의 영생을 교훈했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여정은 다르지만, 인생의 마지막 과정은 유사하다. 죽는다는 사실을 알지만 죽음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지 않은가?

“이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 톨스토이

고대 로마의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는 “죽는 법을 배우려면 평생이 필요하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멀리 있지 않고, 당장이라도 번개처럼 닥친다. 늙고 육체의 쇠함에 따른 죽음은 슬프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이생에서 내쫓기는 신세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천주교 사제이자 의사로 ‘수단의 슈바이처’라 불리던 故 이태석 신부는 가난과 내전으로 고통 받던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병원을 지어 하루에도 수백 명의 가난한 이웃을 치료했고, 학교와 기숙사를 세워 어린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했었다. 숭고한 사명을 하던 그는 대장암 판정을 받고 1년간의 투병 생활을 끝으로 48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태석 신부는 사는 동안에는 힘들고 외로웠겠지만, 세상의 부자나 권력가보다도 더욱 행복한 사람이지 않을까? 이 신부가 돌아가신 지 1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한다. 이태석의 제자로 불리는 40여 명의 아이들이 어느새 의사, 약사, 저널리스트가 되어 받은 사랑을 세상에 돌려주고 있다.

미국의 사진학자이자 세계적인 필름 브랜드 코닥을 창립한 경영자 조지 이스트만은 “친구들이여, 내가 할 일은 이제 없다. 더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To my friends : My work is done. Why wait?)”라는 유언을 남기고 77세 일기로 자살한다. 말년에 척추관이 줄어드는 병인 요추협착증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며, 그것 때문에 거의 걷지 못해 굉장히 우울했었다고 한다.

세네카는『인생의 짧음에 대하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평생 잘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뜻밖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일평생 잘 죽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인생은 죽음을 향한 여행일 뿐, 살아가는 동안 평생 죽음을 위한 예행연습이 필요하다.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 죽음이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떻게 해야 품위 있는 죽음을 잘 맞이할 수 있는가? 삶만큼 중요한 건 건강한 죽음, 웰다잉(Well-dying)이다. 쫓기듯 혹은 두려움과 불안으로 맞이하는 죽음보다 건강한 수용과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부른 가수 빙 크로스비는 지인들과 즐겁게 골프를 치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지내다가 고통 없이 최후를 맞이했다. 좋은 삶이란 원망, 불편 대신에 평온하고 품위 있는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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