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규의 고철이야기] 철스크랩은 언제쯤 “폐기물” 딱지를 뗄 수 있을까?
[박봉규의 고철이야기] 철스크랩은 언제쯤 “폐기물” 딱지를 뗄 수 있을까?
  • 박봉규
  • 승인 2022.11.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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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규 한국철강자원협회 사무총장  (전 현대제철, 피제이로직스 대표)
박봉규 한국철강자원협회 사무총장

사람의 일상생활이나 기업 활동은 여러 가지 법령, 규정, 제도의 영향을 받으며 이루어지는데, 기업 활동에 가해지는 제약 또는 제한사항을 ‘규제’라고 한다.

우리 철스크랩(고철) 업계에도 상당히 많은 규제가 작용하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철스크랩의 수집 운반 적치 재활용의 과정이 「폐기물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폐기물”이라는 멍에는 우리 철스크랩 업계 종사자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우고 있다.

꼭 철스크랩이 폐기물로 분류되어야 하는가?

「폐기물관리법」제2조(정의)에서 “폐기물이란 쓰레기, 연소재, 오니, 폐유, 폐산, 폐알칼리 및 동물의 사체 등으로서 사람의 생활이나 사업 활동에 필요하지 아니하게 된 물질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즉 폐기물은 사업 활동에 필요하지 않은 물질 즉, 더 이상 효용가치가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철스크랩은 국내 전기로 제강업에서 필수불가결한 중요한 원재료로서 2021년 기준 국내시장 규모는 약 10조원에 달할 정도의 거대한 시장성을 갖고 있는 재활용 자원이다.

폐선박 폐자동차 폐가전 등 용도를 다하여 폐기되거나 노후 아파트와 공장의 철거 등으로부터 회수되는 노폐스크랩은 이물질이나 환경오염물질과 섞여 있어서 가공ㆍ정제 과정이 필요하지만, 조선 자동차 기계류 등의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공 스크랩은 부산물로서 폐기물로 치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더구나 철스크랩 산업은 수집 및 유통, 가공 과정에서 일자리와 부가가치 창출은 물론 환경오염 방지 및 국내 부족자원의 수입 대체효과가 매우 크며, 한국 철강산업이 세계 5~6위권으로 성장 발전하는 데에 커다란 기여를 해 왔다.

한국철강자원협회에서는 이와 같이 중요한 자원인 철스크랩을 ‘폐기물’로 규정하여 재활용 과정에 규제를 가하는 것은 자원 재활용 측면에서 상당한 제약이 있음을 주장하며, 정부에 폐기물 분류에서 제외하여 줄 것을 여러 차례 건의해 왔다.

이에 정부에서는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평가하여 2016년 「자원순환기본법」을 제정하여 ‘순환자원’이라는 개념으로 폐기물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하였다. 사업자가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환경부에 신청한 후 심사를 거쳐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은 철스크랩은 폐기물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서 철스크랩의 수집 운반 적치 등에 다소 완화된 방식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 도입되는 법이나 제도를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강한 유인책을 제시하거나 지키지 않는 경우에는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본 법에서는 순환자원의 ‘사용’ 촉진을 위해 일정량 이상(2021년에는 10% 이상)을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자원순환 목표의 이행 실적이 우수한 사업자에게는 행정적ㆍ기술적ㆍ재정적 우대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철스크랩 등 재활용 자원은 대부분 제조 과정을 거쳐서 생산되지 않는 발생물인데, 순환자원의 생성 및 공급자에게는 특별한 우대조치가 제시되지 않은 것은 순환자원의 원천에 대한 동기부여 없이 우수한 결과만을 기대하는 것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열악한 사업 환경에 있는 순환자원의 생성 및 공급자에 대한 행정적ㆍ기술적ㆍ재정적 우대조치를 부여하는 것이 순환사회의 정착 및 촉진에 보다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무딘 칼날에는 베일 염려가 없지만 그런 칼은 쓸모가 없듯이, 쓰임새 있는 칼을 제대로 갖추어 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최근 ‘2050 탄소중립’이 화두로 떠오르는데 철강산업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소환원제철법이지만 상용화하기에는 기간과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반면, 현재 기술에서 탄소 배출량을 절반 이상 감축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은 철스크랩 사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처럼 철스크랩의 중요성이 커지지만, 2020~21년에 여ㆍ야당에서 각각 발의된 「자원순환기본법」의 전부 개정안인「순환경제사회전환 촉진법(안)」에도 종전과 마찬가지로 순환자원의 생성 및 공급자에게 어떠한 직접적인 혜택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에서는「자원순환기본법시행령」의 개정을 통해 순환자원 인정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로 입법 예고하였으나, 규제 개혁 차원에서 발표한 “유해성이 적고 재활용이 잘되는 폐지, 고철, 폐유리는 별도의 신청이나 검토 절차 없이 즉시 순환자원으로 지정하여 폐기물 규제에서 제외되도록 개선”하겠다는 정책이 하루빨리 시행되어 좀 더 적극적으로 폐자원이 재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봉규 한국철강자원협회 사무총장은

1962년 생으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 MBA를 졸업했다. 현대제철에서 1987년부터 2011년까지 25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기획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특히 한국철강협회 보통강전기로협의회를 맡아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축적했다. 현대제철 부장, 피제이로직스(주) 대표를 거쳐 2016년 1월부터 사단법인 한국철강자원협회 사무총장으로 근무하면서 철스크랩산업 발전과 업계 진흥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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