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해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CSP제철소와 '헤어질 결심'
[이슈해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CSP제철소와 '헤어질 결심'
  • 김종혁
  • 승인 2022.08.1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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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주 회장은 2005년 12월15일 호세프 지우마 전 대통령(앞줄 오른쪽데서 4번째)와 정부 관계자 그리고 700여명의 포르텔레자 뻬쌩공단 인근 주민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CSP제철소 착공식' 연설에서 포푸투갈어로 5분여에 걸쳐 연설했다.
장세주 회장은 2005년 12월15일 호세프 지우마 전 대통령(앞줄 오른쪽데서 4번째)와 정부 관계자 그리고 700여명의 포르텔레자 뻬쌩공단 인근 주민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CSP제철소 착공식' 연설에서 포푸투갈어로 5분여에 걸쳐 연설했다.

동국제강은 브라질 CSP제철소 지분을 아르셀로미탈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CSP제철소는 2016년 고로 화입을 시작으로 본격 가동됐다. 2005년 브라질 쎄아라(Ceara)주와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후 10년만의 쾌거였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장세주 회장은 2001년 취임하자마자 브라질 제철소 사업을 구상했다. 

CSP제철소 완공은 동국제강그룹의 역사적인 대전환의 의미가 깊었다.

장세주 회장의 숙원 사업이었고, 동국제강 입장에서는 전기로 및 리롤러(전문압연업체)로서의 한계를 탈피할 획기적인 동력으로 여겨졌다. 한국 철강사가 아시아가 아닌 해외에서 고철제철소를 건설하는 것도 최초의 일이었다. 당시 글로벌 철강산업은 불확실성, 저성장 시대로 전환되는 시기였던 만큼 장 회장의 '뚝심'이 재조명 되기도 했다.

브라질 고로 사업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7년 남미 자원 전략화 위기로 사업이 좌절되고, 파트너였던 이탈리아 기업이 투자를 포기했다. 이후 JFE스틸과 협력을 논의했지만 합작은 여의치 않았다. 포스코는 최종 파트너가 됐고, 브라질 발레(Vale)까지 합류하면서 3자 합작이 성사됐다. 장 회장은 브라질 룰라 대통령, 지우마 대통령에서 시작해 현재 보우소나루 대통령까지 브라질 정부와의 네트워크를 집념으로 이어갔다.

동국제강 내외의 열정이 녹아든 CSP제철소는 2021년 기준 7000억 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가동 초기 '미운 오리'로 낙인 찍혔던 사업은 '백조'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2022년 8월 12일. 동국제강 이사회는 CSP제철소 매각을 승인했다. 고심 끝에 내린 장 회장의 결정이다. 이로써 동국제강은 사업 구상으로부터 고로 완공, 현재 매각에 이르기까지 20년간 공을 들인 사업에서 손을 뗀 것이다. 회사 내외부에서는 허탈한 모습도 적지 않게 포착됐다. 

장 회장의 '헤어질 결심'은 어떤 배경이었을까. 

현실적 부담과 리스크 선제적 대응

CSP제철소에서 생산된 슬래브가 수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CSP제철소에서 생산된 슬래브가 수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CSP제철소 매각과 관련한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부담과 현실적 판단 ▲경영 위기에 선제적 대응의 2가지 맥락으로 요약된다. 

우선 추가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서 경영자로서의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 

CSP제철소는 2016년 6월 화입과 함께 본격 가동됐다. 고로의 평균 수명은 10~13년 정도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빠르면 5년 뒤인 2027년, 2029년경에 대보수 시기가 다가온다. 

CSP 제철소는 고로 1기와 슬래브 연주기를 보유한 '싱글 라인'이다. 보수에 들어가면 전공장을 멈춰야 하고, 약 3000명에 이르는 임직원의 일감도 사라진다.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대보수 이전에 2번째 고로를 새로 건설해야 한다. 공사 기간을 4~5년으로 가정하면 2022~2023년에 신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셈이다. 

투자비는 현재 기존 최소 3조 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합작 파트너인 발레와 포스코는 추가 투자보다 매각으로 의견이 기울어 있었다. 동국제강 개별 기업으로 감당하기엔 자금은 물론 향후 운영에 따른 리스크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철강사가 직면한 위기, 좀 더 크게는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해석하는 의견도 많다. 포스코그룹은 지난달 이미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동국제강 역시 글로벌 경제에 복합적인 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장 회장은 평소 위기 상황에 대해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위기 이전에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며, 현재가 바로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장세욱 부회장의 중장기 전략에 '힘'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 2021년 11월 8일 럭스틸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DK 컬러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있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 2021년 11월 8일 럭스틸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DK 컬러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이번 매각이 되려 기회가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동시에 지급보증 등의 재무적 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성 성장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장세욱 부회장은 지난해 발표한 중장기 전략에서 ▲Steel for Green ▲DK컬러 비전 2030을 양대 목표로 삼고, 전방적인 투자 계획을 수립, 실행하고 있다. 

'Steel for Green'은 친환경 전기로 기술 고도화, 친환경 컬러강판 및 공정 기술(화석연료 50% 저감), 폐기물 및 배출가스 유해물질 저감 및 관리(NOx 80% 저감)가 골자다. 친환경 컬러공정(ECCL, Eco Color Coating Line)은 동국제강의 대표적인 기술 중 하나다. 

'DK컬러 비전 2030'은 글로벌 컬러강판 매출 2조 원, 연산 100만 톤 체제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글로벌 거점은 현재 3개국 3개 거점에서 글로벌 7개국 8거점으로 배로 늘어난다. 또 디지털프린팅, 럭스틸바이오, 라미나 등 프리미엄 제품은 50만 톤으로 현재 대비 약 80% 확대된다. 

장 회장의 CSP제철소 매각 결정은 동국제강그룹의 중장기 성장을 위한 선택과 집중, 또 위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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