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은의 의학이야기]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해가 저물어야 난다
[김해은의 의학이야기]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해가 저물어야 난다
  • 김해은
  • 승인 2019.10.25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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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삶에 대한 열망은 활기찬 젊음의 몸으로 살아야 사는 참 의미 있어
번식 못하는 생존 개체는 세상 어지럽히는 무용지물
폐경은 생산 중단 아니라 자손교육의 시작이란 의미...노인역할은 문명 만든 동력
김해은 한사랑의원 원장 (도봉구의사회 부회장)
김해은 한사랑의원 원장 (도봉구의사회 부회장)

대부분의 사람은 영원히 살기를 바란다. 영원히 사는 것에는 영원한 젊음이 전제되어 있다. 늙은 노구의 몸으로 병에 시달려가면서 사는 것은 즐거움보다는 고통의 연속이다. 활기 넘치는 젊음의 몸으로 살아야 영원히 사는 의미가 있다.

플라톤의 향연에서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나 세상의 모든 생물들이 사랑하는 것은 영원한 삶에 대한 열망 때문이라 말한다. 사랑의 결과물은 잉태이며 새로운 삶을 후손에 넘겨줌으로써 영원한 삶에 대한 열망을 완수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통찰력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배우지 않고도 유전이란 개념을 이해했다.

우리는 태어난 순간에 기대수명이 가장 길다. 어머니의 난자와 아버지의 정자가 수정되어 배아가 되면 유전자에 입력되어있는 시계가 작동한다. 몸의 화학적 변화 신호에 따라 각각의 유전자는 활성화 된다.

우리의 사촌과 종조부 중에는 어려서 죽은 자가 반드시 있지만 당신의 조상 중에는 단 한 사람도 어려서 죽은 자가 없다. 어려서 죽었다면 당신의 조상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대부분의 유전자는 배아기에 영향을 미치지만 어떤 유전자는 청년기에, 어떤 유전자는 노년기에 영향을 미친다.

치사유전자는 자신을 담고 있는 개체를 죽이는 유전자이다. 때가 되면 노화의 화학신호가 치사유전자의 스위치를 켠다. 치사유전자는 암같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유전자도 있지만 당뇨같이 몸의 대사 작용을 방해하여 노화를 촉진시켜 다른 질환에 쉽게 노출시키는 불완전 치사유전자도 있다.

유전자에 입력된 잘못된 정보를 정상 정보로 회복시키거나 생화학 물질을 개발해 노화 신호를 감추거나 잘못 받아들이게 유도하는 것이 최신의학의 목표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노화로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의 기능을 회복시키는데 축적된 의학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고혈압, 당뇨, 만성호흡기질환 같은 만성질환의 원인이 꼭 유전적 원인에 의한 것은 아니다. 환경적 요인,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양식에도 기인하지만 아버지, 어머니 가계의 병력, 유전적 원인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렇다고 부모님을 원망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 자식을 양육하고 성장시킨 다음 찾아오는 질환이기 때문에 부모로서 생물학적인 소임을 다 마친 상태이다.

“늙은 개체가 죽는 것은 그 종의 나머지 개체에 대한 이타적 행위이다. 번식할 수 없을 정도로 늙어서도 살아있는 개체는 세상을 어지럽히기만 할뿐이다.”

이런 이론도 있지만 인류는 더 이상 생산할 수 없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정의 구성원으로 남아있을 만큼 수명이 길어서 인류가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지혜를 자손들에게 전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와 사냥 나가고, 어머니는 할머니와 동굴 안에서 손자를 돌보며 손자를 교육하였다.

그 삶의 형태는 아직까지 변함없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인류에게 폐경이 있다는 것은 생산의 중단이 아니라 자손교육의 시작이다. 인류만이 노인이 역할이 있기 때문에 오늘날의 문명을 일으켰다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해가 저물어야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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