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말 밀어내기
[사설] 연말 밀어내기
  • 페로타임즈
  • 승인 2019.10.22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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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밀어내기’가 또 다시 고개를 드는 모양이다. 철강메이커가 지정 판매점, 대리점에 주문을 강요하듯 요청하는 행위다. 메이커는 올해 판매목표를 달성해야 하고, 이맘때는 임원 및 팀 평가가 진행되는 시즌이기도 하니 주문 하나라도 철저히 챙겨야 한다.

포스코는 요즘 판매점에게 출하를 독려하고 있다. 주문 생산된 물량은 1차적으로 운송사 하치장에 옮겨진다. 판매점들이 이를 제때 찾아가지 않으니 재고로 쌓인다. 포스코는 판매점에 재고리스트를 보내 확인시키고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출하를 독촉한다.

주문 물량을 찾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수요가 부진하다보니 현재 보유한 재고를 운영하기도 버겁다. 포스코 공급 가격으로 수지를 맞추기 어렵다. 가격은 더 떨어질까 걱정스럽다. 추가로 물량을 들이는 일은 폭탄만큼이나 위험한 일이 된다. 출하를 조금이라도 미루면 결제도 연장되니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다.

어찌 보면 심보가 고약하다. 주문을 해놓고 물건을 찾아가지 않으니 말이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포스코는 출하독려와 함께 신규 주문 혹은 증량을 요구한다. 생산된 제품도 가져가지 못하는 마당이다. 포스코 실무에서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윗선까지 동원된다. 판매점 임원, 최고 경영진에게까지 연락이 가면 거절하기 어렵다. 외면이라도 한다면 추후 패널티는 각오해야 한다.

포스코와 판매점 간의 계약은 연간 일정 물량의 거래 이행을 기반으로 한다. 양측은 시너지를 높이고, 리스크를 줄인다는 공통의 목적이 있다.

문제는 상호보완적 관계가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힘의 기울기는 포스코로 쏠려 있다는 데 있다. 포스코는 가격 결정권을 갖고, 판매점들은 이를 수용하면서 주문을 꾸준히 넣어야 한다. 가격은 포스코 이익을 우선 확보하는 선에서 결정된다. 판매점들은 리스크를 안는다. 올해처럼 장기간 하락하는 시황에서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이쯤 되면 포스코의 출하독려는 ‘연말 밀어내기’로 받아들여진다. 가격의 현실성을 높이든지, 공급량을 조절하든지 배려가 필요하다. 판매점들은 포스코 시장 확대 및 최소한의 점유율 유지를 위한 전초기지다. 재고기능도 곁들여진다. 일방적 관계가 지속되면 전초기지들은 힘과 기능을 모두 상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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